관객들..."그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게 행복하다"
그동안 콘서트에서 자주 부르지 않던 노래들도 소환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명불허전. 20집 가수의 위엄은 대단했다. 두 시간여 동안 고르고 고른 29곡의 노래를 잠시도 쉬지 않고 열창했다. 때로는 발라드 가수처럼 속삭였고, 때로는 록커처럼 포효했다. 그가 무대에 있는 동안 그의 나이도 팬들의 나이도 쓸데없는 숫자일 뿐이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2024 조용필 콘서트. [사진 = YPC 제공] 2024.12.02 oks34@newspim.com |
1일 저녁 6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개최된 '2024 조용필&위대한 탄생 Concert'는 4회차 서울 공연의 피날레였다. 최희선(기타), 이태윤(베이스), 최태완(키보드), 김선중(드럼), 이종욱(키보드)으로 구성된 위대한 탄생과 함께 조용필은 콘서트를 지배하는 '가왕'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조용필은 위대한 탄생이 30년째 함께했다면서 또 하나의 역사라고 소개했다.
공연은 '아시아의 불꽃'으로 시작됐다. 조용필이 일본을 비롯하여 아시아 시장을 누비던 시절의 히트곡으로 포문을 연 뒤에 '자존심', '물망초', '나는 너 좋아', '그대를 사랑해'까지 내리 불렀다. 풋풋한 사랑을 노래한 곡들이 추억을 불러세웠다.
여전한 가창력으로 팬들을 압도한 조용필은 이번 콘서트에서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우선 선곡에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조용필은 히트곡만으로도 하루 종일 공연을 해야 할 정도로 풍성한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는 예전의 콘서트에서 잘 부르지 않았던 노래들을 소환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조용필 콘서트. [사진 = YPC 제공] 2024.12.02 oks34@newspim.com |
'오빠시대'의 문을 열었던 '단발머리'를 비롯하여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난 아니야', '내가 어렸을 적엔', '그대여'를 연달아 불렀다. 또 남성 팬들이 좋아한다는 '남겨진 자의 고독', '기다리는 아픔'도 불렀다. 이날 조용필은 자신의 출세작이 된 '창밖의 여자'와 또 다른 히트곡 '촛불'에 얽힌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조용필은 "날짜도 안 잊는다. 대마초로 잠깐 쉬고 있었는데 해금(解禁) 발표가 났다. 그날이 79년 12월 6일이었다. 전화가 왔다. 1월 1일부터 드라마가 나가는데 노래를 불러달라. 그 사람이 높은 사람인지 몰랐다. 그날부터 만들어서 열흘 있다가 데모 테이프 만들어서 방송국 갖다 줬다. 그게 '창밖의 여자'였다"고 말했다. 또 "KBS 주차장에 가는데 라디오 국장이 지나가는 거다. 주제가를 만들어 달라고 해서 만든 게 '촛불'이다. 아마 드라마 제목은 '축복'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 내레이션에서 살짝 가사를 잊는 실수도 보였지만 그가 왜 조용필인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이어 '못찾겠다 꾀꼬리'부터 '찰나', '청춘시대', '판도라의 상자', '미지의 세계', '모나리자'로 이어지면서 객석은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조용필은 앙코르 요청을 받고 다시 무대에 나와 '추억 속의 재회', '꿈', 'Bounce'를 부르고 무대를 마무리했다.
이날 공연을 본 영화감독 겸 팝칼럼니스트인 이무영 동서대 교수는 "너무 꽉 들어차서 덜어낼 게 없는 무대였다"면서 "중극장 정도 규모의 공연장에서 좀 더 자주 관객과 만난다면 조용필의 숨겨진 매력을 더 볼 수 있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조용필은 12월 21일 대구 엑스코, 12월 28일 부산 벡스코 공연을 끝으로 올해를 마무리한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