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설로 회사채 60~70bp 오버거래
호가 30~40bp로 줄어, 안정화 단계로 진입
롯데 "부동산·가용예금 등 71조 보유" 위기 부인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진 이후 채권시장에서 롯데케미칼 회사채 등을 중심으로 최대 70bp (bp=0.01%포인트) 이상 오버 거래(민평금리보다 높게 거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오버 거래 폭이 어느 정도 축소되면서 안정화 과정에 들어선 것으로 보면서도 안정화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다.
21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전날(20일) 2026년 4월 만기의 롯데케미칼 회사채 52-4호는 민평금리 대비 최대 70bp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진 지난 18일에도 내년 8월 만기인 롯데케미칼 59-2호는 민평금리보다 79bp 오버 거래되기도 했다. 같은 날 롯데케미칼 뿐 아니라 내년 9월 만기인 롯데쇼핑 회사채 93-2호는 민평금리보다 79bp 높게 거래됐고, 롯데건설 회사채 148-1호 역시 최대 64bp 오버 거래됐다. 유동성 위기설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지난주부터 롯데그룹 관련 회사채가 단기물 위주로 '팔자' 호가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일 롯데케미칼 회사채 거래현황 [출처=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
채권시장의 한 운용역은 "롯데캐미칼이 가장 좀 문제였는데 (등급하향) 트리거가 달려있다고 알려져 있고 기한상실 선언이 가능한 채권들이 다 그쪽에 있다"면서 "관련 보도들이 계속 나오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롯데지주는 이날 롯데케미칼이 재무 악화로 일부 공모 회사채의 사채관리계약 조항 내 재무 특약을 준수하지 못했으나 회사채 원리금 상황에는 문제가 없다고 유동성 위기설을 일축하고 나선 상태다.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이 내달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해 특약 사항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약정 위반 사유 해소에 나설 계획이라는 입장도 내놨다.
롯데케미칼 외에 롯데그룹 관련 회사채는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전날 롯데쇼핑의 2026년 4월 만기 회사채 89-2호는 오버 3.7bp에 총 300억원 규모로 거래됐고, 내년 7월 만기인 롯데지주 회사채 14-2호는 민평금리 대비 9.3bp에 총 400억원 거래됐다.
이날에도 채권시장에서 롯데렌탈의 내년 1월 만기 녹색채권 물량이 소량 나왔을 뿐 롯데그룹 관련 회사채의 유의미한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채권시장의 한 운용역은 "이전 70bp까지 튀어 오버 거래됐던 오버 호가가 지금은 30~40bp 수준에서 나오고 있다"며 "안정되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이게 얼마큼 안정되고 있는 건지에 대해서는 아직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제 급한 호가들이 사라졌다라고 볼 수는 있겠지만 오버 폭이 정상적인 폭은 아직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롯데그룹은 이날 "그룹의 지난달 기준 총자산은 139조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56조원으로 즉시 활용 가능한 가용예금도 15조4000억원 보유하는 등 안정적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현안은 최근 석유화학 업황 침체로 인한 롯데케미칼의 수익성 저하로 인해 발생했으며, 회사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회사채 원리금 상환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