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혈액학회 "급여화된 신약도 삭감 무서워 사용 못해"
심평원 암질심에 '혈액내과' 전문가 심의기구 신설 필요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최근 혁신적인 혈액암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약가로 인한 급여화 지연 등의 문제로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점이 지적됐다.
대한혈액학회(학회) 김석진 이사장은 15일 열린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외국에선 이미 개발된 신약들이 혈액암 치료의 한 축이 됐지만, 우리나라는 들어오지 않거나, 이미 들어왔어도 너무 비용이 높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문제는 환자들도 알고 있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왼쪽부터) 대한혈액학회 김혜리 홍보이사, 임호영 학술이사, 박용 총무이사 2024.11.15 calebcao@newspim.com |
대표적인 혈액암 신약으로는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 T-cell) 세포 치료제가 있다. CAR-T는 환자의 T세포를 유전적으로 변형시켜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주로 백혈병, 림프종 등 혈액암 치료에 사용된다.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CAR-T 치료제는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유일하다. 1회 투여 비용은 3억 6000만원에 달한다. 보험급여를 적용하더라도 환자가 600만원 가까이를 부담해야 한다.
현장 의료진들이 이러한 치료제를 사용하길 주저하는 이유는 의료급여 삭감 위험성 때문이다.
김혜리 홍보이사(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는 "킴리아의 경우 이미 급여화가 돼서 의학적으로 이해한 급여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사후 해석을 다르게 하면, 급여를 삭감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급여화'란 특정 의료 서비스나 약품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아 비용의 일부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환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
학회는 혈액암 신약 사용에 대한 급여 기준 해석이 다른 이유로 심평원에서 주관하는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의 구성 때문으로 보고 있다.
김 홍보이사는 "암질심 구성 위원들이 종양내과 전문의들이 많다. 암은 종양내과와 혈액내과로 나뉘어진다. 종양은 폐암, 간암 등 고형암이 많고, 혈액암은 백혈병이나 다발골수종, 림프종 등이 있다"면서, "문제는 두 영역의 치료 방식과 약재들이 다르다. 암질심에서 암 치료 약재를 충분히 논의하려면, 혈액암과 관련된 혈액내과 전문의들로 별도의 암질심을 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의사 입장에서는 지금 A라는 약을 반드시 써야 되는 상황인데, 보험에서 규정한 기준에서 조금 잘 안맞거나 하면 진료비 전체가 모두 삭감되고, 병원에는 큰 손해로 이어진다"면서 "결국 진료 과정에 참여했던 의사는 병원에서 굉장히 난처한 입장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김석진 대한혈액학회 이사장 2024.11.15 calebcao@newspim.com |
김 이사장은 "다발골수종 환자 있는데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 조현모세포 이식을 했다. 들것에 실려온 환자가 지금은 걸어다니게 됐는데, 저는 이식 치료 전부를 급여 인정을 못받아서 1년 넘게 입증을 위한 서류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호영 학술이사(전북대병원 혈약종용내과 부교수)는 "심평원에서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고 있지만 않다"면서 "세계적인 추세와 관련 데이터 등에 따라 급여의 삭감을 피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심평원에 요청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환자들이 겪고 있는 또 다른 어려움은 신약에 대한 접근성 문제이다.
김 홍보이사는 "비세포성 급성 백혈병과 관련해 블린사이토라는 약을 사용하고 있다. 관련 병에 걸리는 환자는 1년에 200여명 조금 넘고, 그 중에 재발하는 환자가 20%(40여명) 정도인데, 거기에서 절반 정도에 블린사이토를 사용한다"며, "소아에서 재발한 비세포성 백혈병에 블린사이토를 쓰면, 훨씬 생존율이 증가한다는 무작위 3상 임상 결과가 이미 2개나 나왔다. 그런데 보험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비보험으로 쓰겠다고 했는데도 암질심에서 부결됐다"고 말했다.
김 홍보이사는 "해당 약은 한 사이클에 3000~4000만원 정도 한다. 두세번 더 사용하면 1억원 정도가 드는 비용"이라며 "1년에 20명도 안 되는 환자에게 쓰는 약인데,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험급여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혈액학회는 1958년 창립된 내과, 소아청소년과,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들이 참여하는 대표적인 다학제 학회다. 특히 12개의 전문 연구회를 통해 각 혈액질환 분야의 심도 있는 연구와 임상 발전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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