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공학 전환' 소식에 재학생들 반발
백주년기념관 점거하고 입장문 내기도
"데이트폭력, 딥페이크 문제인데 여성들 파이 뺏는 일"
물리적 충돌에 학교 측은 "점거 멈추라" 요구
[서울=뉴스핌] 노연경 방보경 기자 = 동덕여대가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을 고려한다는 소식에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현재 건물 점거가 24시간 가량 이어지고 있지만 재학생들과 학교의 입장 차가 커 갈등이 해소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12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동덕여대 학생들은 지난 11일 오후 3시부터 100주년기념관 점거를 시작했다. 이는 동덕여대 총학생회에서 투표를 통해 과반수 이상 찬성표가 나와 결정된 안이다.
이날 본지 기자가 방문한 건물 내부에는 학생들이 100여명 모여 있었다. 곳곳에는 빨간색 스프레이와 인쇄물 등으로 '공학은 안된다' '창학 정신 기억하라' '무너지지 마'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지난 11일부터 동덕여대 학생들이 점거하고 있는100주년기념관. 동덕여대 총학생회에서 투표를 통해 과반수 이상 찬성표가 나와 결정된 안이다. 2024.11.12 yknoh@newspim.com |
학생들은 외부인 출입을 막고자 학생증을 보여줘야 들어올 수 있게끔 출입구를 통제하고 있었다. 다른 건물에서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1층에 세워놓고는 그 앞을 지키기도 했다.
이번 점거는 동덕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계획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말 진행한 대학 발전 계획 수립 회의 자리에서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남녀공학 전환을 대안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러한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재학생 A씨는"여대의 필요성은 역사가 잘 보여준다"면서 "여전히 데이트폭력, 가스라이팅, 딥페이크 등으로 여자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여성들의 파이를 뺏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분노했다.
평소 학교에서 학생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 동덕외대는 한국어문화전공을 신설해 외국인 남학생 6명을 학부생으로 들이면서도 학생들에게 이를 공유하지 않았다고 한다.
B씨는 "공학을 원했다면 이 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학생들과 논의 없이 몰래 추진하다 걸린 건 입시사기"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총학생회 역시 공식 입장문을 내고 ▲공학 강제 전환 논의 전면 철회 및 학측의 사과 ▲총장 직선제 ▲이사장 조원영과 총장 김명애의 사퇴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동덕여대 시위 와중 이날 오후 12시부터 5시까지 예정돼 있던 취업박람회가 취소되면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백주년기념관 밖에서 던진 음료수캔. 2024.11.12 yknoh@newspim.com |
다만 시위 과정에서 충돌이 생기며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이날 오후 12시부터 5시까지 예정돼 있던 취업박람회가 취소되면서 갈등이 더욱더 격화됐다.
취업박람회용으로 설치해 둔 부스를 철거하러 온 용역업체 측에서는 "물건을 가져가겠다는데 왜 못 들어가게 하느냐"며 음료수 캔을 유리문에 던지기도 했다.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에게 점거를 멈춰달라고 당부했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오전에도 학생들에게 접촉하려고 했지만 접촉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이 수업을 못 듣고 있고, 행정이나 입시에도 차질이 있을 거 같아 빠르게 점거를 푸는 것이 목적"이라고 전했다.
다만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해당 관계자는 "발전 계획에 포함된 사안이니만큼 (공학 전환을) 제외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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