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8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트럼프 관세'에 대한 걱정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경기부양책마저 큰 감동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600 지수는 전장보다 3.38포인트(0.66%) 떨어진 506.54로 장을 마쳤다. 주간 기준 0.2% 손실을 기록한 이 지수는 3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157.61포인트(0.81%) 내린 1만9204.91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86.93포인트(1.17%) 하락한 7338.67로 마감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 지수는 68.35포인트(0.84%) 떨어진 8072.39로 장을 마쳤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164.65포인트(0.48%) 하락한 3만3816.58으로,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35 지수는 18.50포인트(0.16%) 내린 1만1551.60에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 [사진= 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승리에 잔뜩 위축된 유럽 시장의 투자심리는 중국의 경기부양책에서도 위안을 얻지 못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이날 12차 회의를 끝내면서 총 10조 위안(약 1930조원) 규모의 지방정부 부채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란포안 중국 재정부장(장관)은 "올해부터 5년 동안 지방정부 특별채권 중에서 8000억 위안을 부채 해결 예산으로 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돈으로 지방정부의 부채를 갚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이 발표한 부채 패키지는 투자자들을 크게 낙담케 했다"고 평가했다.
IG의 수석 시장 분석가 크리스 보챔프는 "중국 정부가 시장이 주목할 만한 발표를 하지 못했다"면서 "미국 월가에서 보이는 낙관론이 (유럽 시장에선)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에 의존도가 높은 섹터와 기업들은 충격파를 받는 모습이었다. 특히 광업(-3.92%)과 명품(-3.25%) 업종의 하락폭이 컸다.
티파니와 까르띠에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리치몬트는 3분기 매출이 1% 감소했다고 발표한 후 6.61% 급락했다.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3.3%, 생로랑과 구찌 등을 갖고 있는 케링은 7.96% 떨어졌다.
트럼프 당선이 유럽 경제와 증시에 미칠 마이너스(-) 영향은 거의 상수가 되어가는 분위기이다.
아문디의 선진국시장 전략 책임자인 가이 스티어는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 당선이 미국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나머지 세계에는 좋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유럽에 더욱 맞는 말이다"라고 했다.
유럽에서는 독일의 '신호등 연정'이 붕괴하면서 정치 불안이 극대화하고 있다.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 소속 올라프 숄츠 총리가 지난 6일 중도우파 성향의 자유민주당(FDP) 대표인 크리스티안 린트너 재무장관을 전격 경질, 두 당이 녹색당과 함께 결성했던 3당 연정이 붕괴했다. 숄츠 총리는 내년 1월에 의회에서 총리직 신임 여부를 묻겠다고 했으나 야당은 당장 신임투표를 실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독일에서 총리 신임투표는 총리 자신만 발의할 수 있다.
특징주로는 주택 건설량 기준 영국 최대 건설업체인 비스트리가 최근 한 달 사이 두 번째로 연간 이익 경고를 발표한 후 15.5% 폭락했다.
브리티시에어웨이(British Airways) 소유주인 IAG는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15%를 기록하면서 7.2% 올랐다.
이탈리아 타이어 제조업체 피렐리도 3분기 영업이익이 예상을 상회하면서 2.8% 상승했고, 폴란드 식료품 소매업체 디노폴스카는 같은 이유로 14.2% 폭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