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4~5일 '코리아 캐피탈 마켓 컨퍼런스 2024' 개최
5110억 규모 '밸류업 ETF·ETN' 동시 상장 및 기념식도
정은보 이사장 "자본 선진화 위해 밸류업 적극 추진하겠다"
금투협 "밸류업 ETF, 테마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JP모건 "한국 증시 세제 개편 필요…주주환원율도 높여야"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국내 증시가 질적 성장을 통해 선진화된 자본시장으로서의 위상을 실현할 수 있도록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거래소 주최로 열린 '코리아 캐피탈 마켓 컨퍼런스 2024(Korea Capital Market Conference 2024)'에서 개회사를 통해 "한국 증권시장은 시가총액 세계 11위, 거래대금 세계 4위, 외국인 보유비중 30%에 달하는 글로벌 증권시장으로 양적인 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한국 자본시장의 비전을 소개하고 참가자들의 지혜와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한국 증시를 레벨업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상장 기업 스스로 밸류업을 수립하고 이행, 소통해 나갈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 참여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밸류업을 위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지원 확대, 주주환원 촉진 세제 등의 법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상장폐지와 관련해 보다 엄정한 요건과 신속한 절차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밸류업 지수선물과 13종목의 ETF, ETN 상품이 상장됐다. 지난 9월 말 발표된 밸류업 지수를 기반으로 한 총 5110억원 규모의 상품이다. 이 자리에서 12개 상장지수펀드(ETF)와 1개 상장지수채권(ETN)에 대한 상장 기념식이 개최됐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와 개선점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우선 거래소에서는 최근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지적과 관련 현재 밸류업 공시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는 본격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기업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세제지원, 우수 표창기업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준비중이라고도 했다.
이부연 거래소 미래사업본부 상무는 "밸류업 지수 개발 과정에서 특정 대기업 영향력이 커 코스피200 편입 종목 중 55개 종목이 들어왔는데도 상관계수가 높아 차별화에 한계가 있었다"며 "다만 내년부터 공시 이행 종목으로 지수가 구성되면서 차별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한국거래소 한국자본시장 콘퍼런스 2024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4.11.04 choipix16@newspim.com |
정지헌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상무는 "밸류업 추진 목표 자체가 기업들의 자발적이고 진정성 있는 참여다. 그러다 보니 올해 참여가 저조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거래소가 상장기업 대상으로 거래소가 설문 조사한 결과 약 700개사가 밸류업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연내 100개 이상의 기업이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빠르면 이달 중 2000억원 규모의 밸류업 펀드 조성을 마치고 투자를 시작하고, 다음 달부터는 주주들의 배당소득과 주식평가 이익 등을 더한 총주주환원수익률(TSR)을 나타내는 지수 또한 제공할 예정"이라며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동시 상장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 상장지수펀드(ETF) 12종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창화 금융투자협회 전무는 "밸류업지수는 재무 지표를 바탕으로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로 구성돼 있고 기업별 포트폴리오가 분산돼 있어 장기 투자에 유리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밸류업 ETF를 테마로 접근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긴 호흡을 갖고 투자해 달라"고 말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방향성은 옳지만 세제 개편과 주주환원율 제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외국계 투자은행(IB)의 제언도 나왔다.
믹소 다스(Mixo Das) JP모건 아시아 주식전략가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방향성은 옳다"면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세율, 배당소득세 등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이룬다면 추가 상승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배당성향은 15% 수준으로 30%를 넘는 미국과 일본, 45%를 넘어서는 유럽과 비교해 상당히 낮다"며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도 시장 규모의 0.3% 수준으로 일본 1%, 2%를 넘는 미국과 비교해 낮다"고 했다.
이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거버넌스 스코어를 보면 한국은 26%에 불과해 전 세계 기준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며 "특수관계인 거래와 지배주주 관련 우려사항을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수탁자책임실장은 "국민연금공단은 수탁자책임활동뿐만 아니라 위탁운용 지침에 기업가치 제고 기업에 투자하는 별도지침을 추가해 밸류업을 위한 노력을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밸류업 기업 주식을) 더 살 것이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면서 "투자는 국내외 자산 등 7개 자산군에 대해 장기적 자산배분 사항에 따라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결정에 따른다"고 설명했다.
한편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간이 기업의 지배구조 개혁, 규제 강화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기업들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기대가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실상 기업의 지배구조 개혁, 규제 강화쪽으로만 논의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밸류업을 어떤 방향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된다"고 덧붙였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