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조승우가 출연하는 연극 '햄릿'이 다채로운 표현과 해석으로 관객들을 끌어당긴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이지만, 매번 공연을 올릴 때마다 연출과 배우의 역량에 따라 완전히 다른 극을 보는 듯한 감상을 선사한다.
토월정통연극 '햄릿'이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오는 11월 17일까지 공연 중이다. 주로 뮤지컬 무대에 서왔던 조승우의 첫 연극 도전작이자,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유청 연출의 신작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조승우 외에도 박성근, 정재은, 전국환, 김영민, 김종구, 백석광, 이은조 등 무대와 매체를 오가는 뛰어난 배우들이 합류해 완성도를 높였다.
토월정통연극 '햄릿'의 한 장면. [사진=예술의전당] |
◆ 한층 유쾌하고 대중적으로 풀어낸 서사…조승우 연륜 드러나는 무대
'햄릿'은 아버지인 선왕이 돌연 서거하고 클로디어스가 형수이자 자신의 어머니인 거트루드와 결혼하며 왕위에 오르자 분노한다. 선왕의 유령은 아들 햄릿에게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 진실 규명을 명하자 햄릿은 복수와 신념 사이에서 고뇌와 갈등을 거듭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에서도 예술성과 작품성의 측면에서 정수로 손꼽히는 작품으로 복잡한 인간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한 세기의 걸작으로 사랑받아왔다. 이번 공연엔 신유청 연출의 직관적이면서도 깊은 묘사와 조승우의 탁월한 표현이 결합됐다.
조승우는 등장부터 대극장 무대에서 관객들을 사로잡던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의 대사 한 마디에도 관객들은 귀를 기울이고 무섭도록 집중한다. 누구나 그에게 관심이 가고 애정을 느끼게 하는 타고난 주인공이면서도, 유려한 대사 소화력과 깊은 감정 표현으로 모두를 빠져들게 만든다. TV나 영화로만 조승우를 본 사람이라면 깜짝 놀랄만한 경험이다. 동시에 뮤지컬로만 만나던 그와도 또 다른, 더욱 서사적인 조승우의 햄릿을 만날 수 있다.
토월정통연극 '햄릿'의 한 장면. [사진=예술의전당] |
토월정통연극 '햄릿'의 한 장면. [사진=예술의전당] |
클로어디스 역의 박성근, 거트루드 역의 정재은은 각자 다른 속내를 감춘 채 햄릿을 대한다. 클로어디스는 시시각각 그를 없앨 방법을 찾지만 그 쫓기는 마음을 숨기는 데 급급하다. 거트루드 역의 정재은은 최악의 수를 피하기 위해 차악을 택한 어머니다. 자신과 아들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비난하는 아들과 마주할 때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내린다. 호레이쇼 역의 김영민, 폴로니어스 역의 김종구를 비롯해 선왕의 유령으로 등장하는 전국환도 이름값에 걸맞는 호연을 펼친다.
◆ 고도로 절제된 무대 디자인, 미쟝센과 어우러져 한 편의 현대 미술로
'햄릿'에서 또 주목해야 할 점은 흔치 않은 중극장 연극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단 점이다.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은 총 1004석 규모의 중극장으로 국내에서 이 정도 크기의 극장을 쓸 수 있는 극단이나, 연극 작품은 흔치 않다. 예술의전당 측에서는 매 해 주로 고전 연극을 선정해 큰 무대에서 훌륭한 창작진이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토월정통연극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조승우와 신유청 연출이 합작한 '햄릿'은 첫 티켓오픈 당시부터 전석 매진 사례를 썼으며, 시제석 판매도 모두 매진 행렬을 기록했다.
토월정통연극 '햄릿'의 한 장면. [사진=예술의전당] |
최소한의 디자인으로 이루어진 모던한 디자인의 무대도 눈에 띈다. 예술의전당이란 장소의 명성에 걸맞게 간결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무대들은 매 신에서 전혀 거슬리지 않고 부드럽게 움직이며 꼭 필요하게끔 기능한다. 마치 현대미술 작품을 보는 듯한 아름다운 무대 디자인과 함께,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는 신의 구도를 보고있노라면 한 편의 현대 예술의 완성을 보는 듯한 미쟝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