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전쟁의 가장 끔찍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모든 선전물, 악다구니와 거짓말, 증오가 언제나 싸우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는 점이다." 전쟁의 본질을 이만큼 잘 대변하는 말도 없으리라.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이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주장한 건데, 프로이센 육군 건설의 공로자이자 군사평론가인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라는 말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상대의 종말을 말하며 도발적 언사를 주고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라고 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한미가) 북한 주권을 침해하는 무력 사용을 기도하려 든다면 가차 없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공격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전쟁이 없었던 것은 남북과 주변 국가 사이에 '전쟁 억지력'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남북 관계는 '적대적 두 국가'로 변했고 북한 정예부대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계기로 북-러 동맹은 '혈맹'으로 가고 있다. 역대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 온 북방 외교 성과는 물거품이 됐다. 이번에도 언쟁만으로 끝날 수 있을까?
박성준 정치부 기자 |
치킨 호크(chicken-hawk)란 말이 있다. 군복무를 하지 않았으면서 전쟁이나 군사활동을 찬성하는 관료 등을 뜻하는 말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대표적인 치킨 호크들이다. 윤 대통령과 김 위원장 역시 군복무를 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발언은 가장 강력한 위기관리 수단이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증오가 아니라 위기관리다. 주고받는 말이 거칠어지면 행동도 거칠어지기 마련인데, 안보 위협 속에서 목소리만 높이는 게 제대로 된 대응일까.
사실 치킨 호크는 전쟁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호전주의자들이 전쟁을 찬성하지만, 전쟁의 참혹함을 잘 아는 군인이라면 억제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는 것이다. 미 베트남전과 걸프전에 참전해 참상을 몸으로 겪었던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도 이라크전에 반대했다.
전쟁은 일으키기는 쉽지만 끝내기는 어렵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현실이 됐고, 1000일가량 이어지고 있다. 수십 개의 핵무기가 한국 상공에서 터진다면, 그 결과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국가지도자의 오만·오판이 전쟁을 부른다'는 미국 국제정치학자 존 스토신저의 통찰이 이 땅에서 되풀이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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