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3~4기 필요한 반도체 클러스터
주민·환경단체 반발에 전력수급계획 '無'
전력망 확충 특별법 처리 급선무
삼성전자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로 이어진다. 반도체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골든타임이 다가왔다.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정책과 실행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경기 평택, 화성, 용인, 이천 지역에 조성되고 있다. 약 622조원 규모가 투입된 이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을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선두로 이끌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인프라 요소인 전력 수급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적어도 12년 후부터 공장 가동을 위한 대규모 전기를 동해안이나 서해안에서 끌어와야 하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송전 선로 계획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오는 2027년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완공 예정인 공장은 5개다. 이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원전 3~4기를 가동해야 얻을 수 있는 전력량이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공급계획이 사실상 없는 상태다. 지역 주민과 환경 단체의 반발, 지자체 소송 등으로 송전선로 건설이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어서다. 준공시점을 이미 5년 넘긴 동해안~신가평 선로는 오는 2026년에도 가동이 불투명하다.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는 137개월, 신장성 변전소는 62개월이 지연된 상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LNG 발전소가 계획 중이지만 부지 선정과 인허가 과정을 거치면 운영까지 최소 3~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전력이 제때 공급되지 않을 경우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2021년 미국 텍사스 정전 사태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3일간 전력 공급이 중단된 적이 있는데, 이 때 피해 규모는 3000억~4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타 산업 대비 전력의존도가 높아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처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21대 국회에서 폐기되고 22대 국회에 재발의 됐으나 현재까지 소위 계류 중이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오는 2038년까지 용인 포함 수도권에 세워지는 반도체 공장의 전력수요는 총 15.4GW다. 현재 경기 남부권 반도체 공장에서 필요한 전력 규모는 신형 원전 3기에 이르는 4.1GW로 지금보다 4배 가량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다.
미국, 중국, 대만 등은 전력 및 인프라를 국가 주도하에 구축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주(州)정부 단위로 이뤄지던 송전 계획을 연방정부 주도로 바꿔 효율적인 송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기공급 계획 상 송전망 구축 비용 2조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과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가동 과정에서 '고덕~서안성(23㎞) 송전망' 구축을 위해 약 4000억원의 비용을 기업에서 부담한 바 있다. 반도체업계는 '긴급 전용 송전망' 구축 시 수익자 부담 원칙 폐지와 같은 적극적인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송전망을 회사 비용으로 구축하고 전기료까지 지불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이중 부담이라는 것이다. 추가로 사회적 갈등 비용 또한 개별 기업이 해결해야 하는 구조다. 과거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송전망 건설 반대 문제 해결에 5년을 소요한 바 있다.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4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마련한 특별대담에서 "2030년경 현재 발전용량의 50% 이상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아울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만 최소 10GW 전력이 필요하고,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만 49GW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도체 산업발전을 위해서는 기술인력, 자금력, 전력, 데이터 4가지 필수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체되고 있는 송전망 건설을 조속히 완공하고, 신규 원전건설과 차세대 SMR(소형모듈원전) 조기 상용화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