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카드 수수료 산정에 개입
미국, 직접개입 대신 간접규제
"3년 주기 재산정 대신 유연하게 해야"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금융당국이 가격 산정에 개입하는 국내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가 해외 카드 수수료 규제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은 직접규제 대신 간접규제를 택하며 호주는 적격비용 제도를 일찌감치 폐기했다는 설명이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14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 열린 2024년 여신금융 정책 세미나에서 발표자로 나서 "미국 정부는 카드 수수료 등 가격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는 삼가는 입장"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강경훈 교수는 "미국은 2011년 신용카드를 제외한 직불카드 및 선불카드 정산 수수료 상한을 도입했으나 이후 재조정은 없는 상태"라며 "미국 정부가 도입하려는 2023년 신용카드경쟁법에서도 신용카드 수수료에 대한 직접 규제를 하지 않고 네트워크사 독과점을 완화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카드 수수료 인하 효과를 도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 교수는 10월1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4년 여신금융 정책 세미나'에 참석해 '미국 카드 수수료 규제정책과 시사점'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태희 기자] 2024.10.14 ace@newspim.com |
강 교수는 이어 "미국 정부는 시장가격을 직접 통제하거나 설정하지 않고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도록 하는 기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독과점 등에 따라 시장 경쟁이 원활하지 않는 경우 구조개혁 또는 반독점 소송을 통해 해결하려는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장명현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호주 사례를 소개하며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유연하게 손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호주는 2003년 적격비용 산정을 기반으로 하는 신용카드·직불카드 정산 수수료 규제를 도입했다. 미국(2010년 직불카드 한정)이나 유럽연합(2015년)보다 빨리 카드 수수료 규제를 도입했다.
규제 도입 후 호주에서 카드 발급 은행 신용카드 수수료 수익은 감소하고 연회비 등 신용카드 회원 부담은 증가했다. 호주는 적격비용 재산정으로 인한 비용 대비 편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2016년 적격비용 기반 산정 체계를 폐지했다.
장명현 선임연구원은 "호주는 상당히 강한 수준의 규제를 도입해 운영했으나 실제 적격비용 재산정이 실시된 것은 2003년과 2006년 2회에 그친다"며 "호주는 재산정 주기에 얽매이지 않고 지급결제시장의 현황 및 규제 체계 개선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금융당국이 미국과 호주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는 적격비용 제도로 인해 신판 판매 부문 수익성이 악화하고 대출 부문 이익을 통해 이를 보전하는 기형적 수익구조를 가진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현행 적격비용 제도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획일적 3년 주기 대신 금융시장 급변에 따른 수수료율 변동 요인 발생 시에 한해 재산정을 시행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가 2012년 도입됐다. 적격비용은 3년 주기로 재산정되고 있다. 제도 도입 후 총 4차례 카드 수수료율을 재산정했는데 수수료율은 모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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