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스포츠 국내스포츠

속보

더보기

[KYD 셀럽에 길을 묻다] ①황영조 감독 "헝그리 정신이 나를 만들었죠"

기사입력 : 2024년10월08일 17:30

최종수정 : 2024년10월08일 17:30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한국 마라톤의 역사는 손기정과 황영조란 불세출의 두 스타가 만든 이중주라고 보면 정확하다. 손기정은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36년 독일 베를린에서 올림픽 최초로 2시간 30분 벽을 깨며 우승, 한국인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 그러나 손기정은 나라를 뺏긴 설움과 일장기를 달고 뛴 한을 오랫동안 가슴속에 품고 살았다.

56년의 세월이 흐른 뒤 혜성처럼 나타난 황영조는 이런 손기정의 응어리를 일거에 해소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몰라도 그는 출전하는 대회마다 일본 선수들을 꺾고 우승했다.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선 80세의 손기정이 현장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일본 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2002년 90세의 손기정은 편안한 마음으로 영면에 들어갔다.

반면 황영조는 디펜딩 챔피언으로 참가해야 할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앞두고, 부상으로 조기 은퇴했다. 너무 빠른 은퇴였다. 국민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후 황영조는 팬들의 기억에서 점차 잊혔지만, 한 순간도 마라톤을 떠난 적이 없었다. 20대 중반에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0년부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으로 단일 팀 최장수 사령탑 기록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황 감독은 마라톤 선수로는 특이하게 아주 외향적이고 사교적이다. 누구를 만나도 할 말은 다 한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어른이기를 거부하는 피터 팬 같은 느낌이다. 아직도 에너지가 넘친다. 기자는 오랫동안 수많은 마라톤 선수를 만나봤지만 황 감독 같은 성향을 가진 선수를 본 기억이 없다. 황 감독과 동갑내기 친구인 이봉주와 양극단에 있다고 보면 맞다.

그렇다고 황 감독을 띄엄띄엄 봤다가는 큰 코 다친다. 속사포처럼 뱉어내는 그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무릎을 딱 치게 될 기막힌 명언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 2024.10.08 zangpabo@newspim.com

다음은 대담 전문.

-장환수 기자: 이 시대의 명사들이 청년들에게 길을 제시하는 '셀럽에게 길을 묻다' 다섯 번째 게스트로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님을 모셨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뉴스핌 스포츠전문기자 장환수입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황영조 감독: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장환수 기자: 먼저 시청자들께 간단하게 인사 말씀 한 번 해주시죠.

황영조 감독: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감독입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25년째 후배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고요. 대한올림피언협회 사무총장도 맡고 있습니다. 또 다양한 일들을 좀 하고 있습니다.

-장환수 기자: 본격적인 질문을 하기에 앞서 최근에 러닝 열풍이 거세지 않습니까. 코로나가 종식되고 나서 최근 황 감독님이 출연한 유튜브를 보면 출연하실 때마다 100만 조회수가 나오고 있는데 그 비결은 무엇입니까.

황영조 감독: 100만까지는 아니고요. 전체적으로 좀 나오긴 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지금 대한민국엔 러닝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40대, 50대가 주요 고객층이었는데 지금은 20대, 30대가 많이 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지금 대한민국의 생활 스포츠에서 러닝이 가장 뜨겁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장환수 기자: 그러면 MZ세대들을 겨냥한 어떤 프로모션을 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시겠군요.

황영조 감독: 그렇죠. 제가 생각할 때는 이제 각 분야에서 러닝에 관심을 가지고, 대회도 많이 열지 않습니까. 요즘 스포츠 숍에 가면 러닝화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러닝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지금 대한민국에 러닝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저는 천재가 아니예요. 그렇게 보였을 뿐이죠"

-장환수 기자: 이제 본격적으로 질문에 들어가겠습니다. 선수 시절부터 연대기별로 해서 황 감독님을 소개하는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육상 입문을 아주 늦게 하셨고요. 고등학생 때 하셨고. 그런데 성과는 마라톤 데뷔 첫 대회부터 내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우리 황 감독님은 천재라는 수식어를 달고 사신 분인데 그 비결은 무엇입니까.

황영조 감독: 제가 중학교 때는 사이클 선수였습니다. 고등학교를 가면서 사이클을 하는 학교에 진학해야 되는데, 사이클이라는 운동은 워낙 장비가 고가이다 보니까 할 형편은 못 됐고요. 그런데 마라톤이라는 운동은 진짜 신발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쉽게 말씀드리면 '빤스'만 있으면 될 정도니까요.

-장환수 기자: 그 시절에는 그랬죠.

황영조 감독: 지금 아프리카 선수들도 그래요. 맨발로도 뛰잖아요. 신발이 없어서. 마라톤은 사실 내가 어떤 꿈과 희망을 가지고만 있으면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주는 운동입니다. 가진 자와 가지지 않은 자한테 공평하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사실 우리가 보면 주변에 돈 없으면 못하는 운동이 많거든요. 돈이 있어야지만 할 수 있는 운동이 많잖아요. 인기 스포츠는 거의 다 그렇잖아요. 마라톤은 사실 어떻게 보면 헝그리 스포츠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케냐,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에서도 못 사는 나라가 지금 세계 마라톤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이번에 파리 올림픽에 한 명도 참가를 못했지 않습니까. 마라톤을 했던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마라톤이 상당히 부끄러운 현실이긴 합니다.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황영조 감독은 자신의 성공 비결은 천재성이 아니라 가난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2024.10.08 zangpabo@newspim.com

-장환수 기자: 그렇다면 우리 손기정 선생님도 계시고, 못 사는 국가의 선수들이 더 잘 한다. 이런 말씀인 겁니까.

황영조 감독: 그렇죠. 마라톤이라는 운동은 자기와 싸워야 하는 운동이다 보니까 어떻게 보면 헝그리 정신이 필요한 거죠. 정신력으로 뛰는 거지, 잘 먹어서 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아프리카 애들이 잘 먹어서 잘 뛰는 게 아니에요. 제가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마라톤 기술위원장 겸 총감독을 맡아 페이스메이커들을 선발하기 위해서 케냐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의 훈련 캠프는 산 속에, 창고 같은 데에 있고 유리조차 없습니다. 창문을 종이박스로 막고 자고 있더라고요. 제가 왔다고 닭을 한 마리 잡아가지고 요리를 해줬는데, 상당히 귀한 손님한테 접대를 한 거였어요.

-장환수 기자: 금메달리스트가 오셨으니까요.

황영조 감독: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 닭은 간식입니다. 소고기 정도는 먹어야 뭐 고기 좀 먹었다 할 정도로 지금 대한민국은 그렇게 배가 불렀단 말이죠. 반면 케냐 선수들은 주식이 '우갈리'라고 옥수수가루를 먹지 않습니까. 스프처럼 해서 먹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까 (이 친구들은) 무겁지도 않아요. 살이 안 쪄요. 가볍다 보니까 부상이 없잖아요.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선수들은 잘 먹고 뛰다 보니까 늘 부상을 안고 삽니다. 그러니까 1년 열두 달 중에 보통 열한 달 정도 운동을 해줘야 되는데 지금 그 정도 운동하는 선수들이 많지가 않아요. 부상으로 인해서 훈련이 연결이 안 된다는 거죠.

-장환수 기자: 감독님의 성공 비결은 지독한 훈련입니까.

황영조 감독: 당연하죠. 저한테 조금 전에 마라톤 천재라고 말씀하셨는데 보다시피 저는 천재는 아니에요.

-장환수 기자: 맞는데요. 제가 그동안 지켜본 걸로는 그렇던데요.

황영조 감독: 아니, 그렇게 느끼는데 제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잘 모르시잖아요. 그건 못 봤잖아요. 그냥 표면적인 것만 가지고 천재라고 지금 말씀을 하시는 거고, 저는 사실 천재는 아니에요. 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상당히 노력을 했습니다. 운동은 누가 시켜서 하는 운동이 아니에요. 마라톤은 내가 하고자 해서 열심히 해야 되는 겁니다. 누가 시켜서 시키는 대로 해서 된다면 다 금메달 따죠. 지금 내가 지도하고 있는 선수들이 내가 시키는 대로 다 할 것 같아요. 안 됩니다. 본인이 해야 되는 거예요. 시키지 않는 훈련까지도 해줘야 되는데, 시키는 것도 요즘은 선수들이 못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훈련 강도와 양을 계속 줄여줄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어쩔 수가 없는 거죠.

◆"해녀의 아들이 아니라, 가난을 타고나서 금메달을 딴 거죠"

-장환수 기자: 우리 청년들이 들으면 아주 좋은 말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다시 돌아가서 감독님의 아버님은 어부였고, 어머님은 해녀였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감독님의) 타고난 폐활량은 DNA의 결과다 이런 말이 있는데요.

황영조 감독: 저는 바닷가인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났습니다. 조그마한 시골 어촌마을에서 태어났는데 당연히 어촌 마을이라 아버지가 할 수 있는 거는 고기를 잡는 거고요. 저희 어머님은 제주도에서 물질하는 해녀분이신데, 어머님이 강원도 동해 바다 쪽에 물질하러 오셨다가 저희 아버지를 만나가지고 결혼을 하게 되고 저를 키웠습니다. 그런데 어머님이 해녀이고, 아버지가 어부라서 제가 타고난 건 아니에요.

가난을 타고난 거지, (DNA를 타고난)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해녀의 아들로 태어난 제주도 사람들 중에 세계적인 마라토너가 많아야 되잖아요. 오히려 거기는 세계적인 마라톤 선수가 한 명도 없어요. 지금 세계 마라톤을 주도하고 있는 아프리카 케냐 선수들처럼 타고난 선수가 되려면 고지대에서 태어나야 합니다. 산소가 희박한 고지대에서 태어난 애들이 타고난 거죠. 저는 타고났다고 하면 그런 환경이 아니고 가난을 타고나서 헝그리했기 때문에, 저는 이거 아니면 죽는다 생각하고 뛰었기 때문에 금메달을 딴 거예요.

-장환수 기자: 감독님은 데뷔 대회부터 성적이 나기 시작했죠. 벳푸 마라톤에서 처음 한국 신기록을 깼는데 마의 2시간 10분 벽을 깨셨죠. 그리고 네 번째 출전 대회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셨습니다. 그런데 첫 대회부터 그렇게 하는 선수들은 드문 게 아니라, 거의 없거든요.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 2024.10.08 zangpabo@newspim.com

황영조 감독: 마라톤 데뷔를 하려고 해서 한 게 아니었어요. (1991년 동아마라톤에서) 사실은 한 20km 그냥 뛰고 오려고 출전했던 대회인데. 그 당시 91년도에는 제가 5000m, 1만m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저는 마라톤 선수가 아니고 5000m, 1만m 선수였죠. 91년도 아시아육상선수권에 가서 1만m 금메달을 딴 선수입니다. 그런데 페이스메이커로 20km쯤 뛰려고 나갔다가, 30km 지점에서 다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끝까지 뛰었고요. 3등을 했어요. 그렇게 데뷔전 아닌 데뷔전을 치르게 된 거죠. 그 대회를 통해서 제가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표로 선발이 됐고 영국 셰필드 하계 유니버시아드에서 당시 대회 신기록으로 제가 우승을 하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 본격적인 담금질을 시작하죠.

내가 이제 2시간 10분 벽이 다가왔으니까 제대로 뛰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준비를 해 다음해 2월 달에 벳푸-오이타 마이니치 마라톤에서 한국 기록을 세우게 되죠. 당시 한국 기록은 2시간 11분대였는데 저는 10분대도 아니고 9분대도 아니고 2시간 8분대로 기록을 단축시켰습니다. 한국 마라톤을, 일본과 비교했을 때 한 30년 정도를 우리가 단축시켰다고 늘 얘기해왔습니다. 일거에 세계 톱클래스 반열에 한국 마라톤을 올려놓은 계기가 됩니다.

-장환수 기자: 그러니까 우리 황 감독이 지금으로 치면 오타니 선수와 같은 그런 괴물이다, 천재다 이런 소리를 듣는 거죠.

황영조 감독: 천재라 하는 것은 저를 높게 평가해 주신 거고요. 사실 당시 어린 나이에 마라톤을 할 나이는 아니었어요. 장거리에 좀 더 집중을 해야 될 나이였죠. 제가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도 참가 선수 중에서 제일 나이가 어렸습니다. 그 정도로 제가 마라톤을 할 나이가 아닌데 하게 된 거죠.

zangpabo@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애경家 3세' 채문선 유튜브 돌연 폐쇄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애경그룹의 '오너 3세'인 채문선 탈리다쿰(Talitha Koum)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폐쇄됐다. 지난달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여파로 채 대표가 채널을 삭제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탈리다쿰 유튜브 채널은 현재 사라지고 관련 숏츠 영상만 노출돼 있는 상태다.  애경그룹 '오너가 3세' 채문선 탈리다쿰(Talitha Koum) 대표가 유튜버로 데뷔했다. 사진은 탈리다쿰 유튜브 채널 내 '채문선의 달리다 꿈' 코너에서 발언하고 있는 채문선 대표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채문선의 달리다 꿈' 영상 갈무리] 채 대표가 지난해 9월 탈리다쿰 유튜브 채널 내에 '채문선의 달리다 꿈' 코너를 열고 유튜버 활동의 시작을 알린 지 3개월여 만이다. 일각에서는 애경그룹 계열사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제주항공의 최대주주는 애경그룹이다. 애경그룹의 지주회사인 AK홀딩스가 제주항공의 지분 50.4%를 보유한 1대 주주로 올라 있다. 애경자산관리도 제주항공의 지분 3.22%를 갖고 있다. 제주항공 모회사인 애경그룹은 이번 여객기 참사 이후 책임론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주가 하락으로 애경그룹 기업가치도 떨어졌다.  채문선 대표는 1986년생으로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손녀이자,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의 장녀다. 지난 2013년 '세아그룹 오너 3세'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당시 상무)와 결혼했다. 비건 화장품 브랜드 '탈리다쿰'을 운영 중인 채 대표는 매일유업 외식사업부와 애경산업 마케팅 직무 등을 역임했다.  애경그룹은 장영신 회장의 남편인 고(故) 채몽인 창업주가 1954년 애경유지공업을 설립해 세탁비누를 생산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장남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제주 출신인 부친의 뜻에 따라 2005년 제주특별자치도와 손잡고 제주항공을 설립했다. 이번 참사 발생 후 채 총괄부회장이 무안 현장을 찾아 유족들에게 유족들에게 머리를 숙여 사죄의 뜻을 전했다. . nrd@newspim.com 2025-01-02 18:34
사진
'콘크리트 둔덕' 위법성에 말바꾼 국토부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우리나라 역대 항공사고 가운데 세번째 대형 사고로 자리매김하게 된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사건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인 '콘크리트제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에 대해 해외 항공전문가들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지만 국토부는 자체 규정을 지켰다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해외 권장 사항대로만 공항 로컬라이저 설치가 이뤄졌다면 이같은 대형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어 해명에만 급급하는 국토부가 책임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다.  2일 항공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형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무안공항 콘크리트제 로컬라이저에 대해 국토부 책임론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무안=뉴스핌] 조은정 기자 =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사고 현장에서 콘크리트 지지대로 구성된 로컬라이저 모습 ej7648@newspim.com 국토부는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적법한 것이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하고 있다. '적법'의 근거는 콘크리트 시설물이 지지하고 있는 로컬라이저가 '공항 안'이 아닌 '공항 밖'에 설치됐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 해외 항공전문가들은 제주항공 여객기가 충돌한 로컬라이저 시설이 콘크리트 지지 기둥이 있는 둔덕 형태로 설치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공항 내 모든 시설물은 '부서지기 쉬운 구조물'로 조립돼야한다는 이유에서다. 철골과 같은 부서지기 쉬운 시설물이어야 만약 비행기가 충돌하더라도 경미한 사고로 끝날 수 있어서다. 실제 2015년 4월 일본 히로시마공항에 불시착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철골 지지대에 설치된 로컬라이저와 충돌했지만 그대로 밀고 나갔고 탑승객 81명 중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실제 국내 '공항시설법'에 따른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국토교통부 예규)에서도 '공항부지에 있고 장애물로 간주되는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고 규정됐다. 문제는 해당 로컬라이저가 종단안구역 외부 즉 공항 외부 시설물이라는 점이다. 국토부가 규정을 지켰다는 근거다. 이는 관련 국제규정인 'Doc 9137-AN/898 Part 6'에도 있는 내용이란 게 국토부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국내 규정인 '공항안전운영기준'(국토교통부 고시)의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르면 종단안전구역은 착륙대의 종단(끝)부터 최소 90m를 확보해야한다. 무안공항의 종단안전구역은 199m로 최소 기준보다는 약 110m 길고 다른 국내공항보다 긴 편이다. 포항경주공항은 92m로 최소 규정을 간신히 맞췄으며 그외 사천공항은 122m와 177m로 구성됐으며 울산공항은 200m, 제주공항이 240m로 가장 길다. 이 종단안전구역을 벗어나면 '공항외' 시설이 되는 셈이다.  다만 국제규정에서는 240m를 권고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 국내기준인 연방항공국(FAA) 기준은 300m로 국제기준을 상회하고 있다. 만약 이 거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항공기 제동을 돕는 '항공기 이탈 방지 시스템'(EMAS)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엔 EMAS를 설치한 공항이 한 곳도 없다. 규정이 없어서다. 더 큰 문제는 무안공항의 해당 콘크리트제 로컬라이저는 종단안전구역이 끝나고 5m 밖 지점에 서 있다는 점이다. 규정 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이로 인해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는 점은 자명하다. 국토부의 해명은 책임 회피를 위한 변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해명과 달리 항공당국도 콘크리트제 로컬라이저의 잠재적 위험을 알고 손을 보려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무안공항은 2007년 개항 때부터 로컬라이저를 콘크리트 구조물로 지지하는 문제의 둔덕을 설치했다. 이는 내구연한(15년)이 지나면서 2023년 개량 작업에 들어갔는데 30㎝ 두께의 콘크리트판을 더 올렸다. 이 과정에서 보강공사 시행자인 한국공항공사는 '장비 안테나 등 계기착륙시설 설계 시 파손성(Frangibility)을 고려해 설계하여야 한다'고 적시했다. 즉 국제규정인 '부서지기 쉬운 시설물'을 공항 주변에 설치해야한다는 것을 명시한 것이다.  하지만 무안공항 시설물 개량사업에서 콘크리트 지지 기둥은 오히려 더 강화된 셈이다. 이는 태풍 등으로 로컬라이저가 부서지는 걸 막기 위한 보강 조치였다는 게 국토부의 해명이다. 하지만 태풍을 만나는 빈도가 가장 잦은 제주국제공항의 로컬라이저 구조물은 철골로 돼 있다. 결국 국토부도 콘크리트제 로컬라이저 설치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국토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 스페인 테네리페 공항을 비롯한 해외에도 비슷한 콘크리트제 로컬라이저 지지대 구조물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공항에 콘크리트 둔덕이 없다는 반박이 제기되자 입장을 바꾼 상태다. 국토부는 "우리가 보유한 자료상에는 그렇게 돼 있는데 외국 공항에 콘크리트 둔덕이 없다는 주장이 있어 다시 보완해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전국 공항 내 항행안전시설물에 대한 특별점검에 착수키로 했다. 여수·광주·청주공항에도 무안과 유사한 콘크리트 둔덕이 설치된 것으로 확인돼서다. 제대로 된 시설물 파악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종단구역이 끝나고 5m 지난 지점에 콘크리트 둔덕을 만들어놓고 규정을 지켰다고 주장하는 것은 뭐라해도 변명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번 제주항공 참사가 처음이었던 것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donglee@newspim.com 2025-01-02 17:06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