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인(단국대 대학원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연구교수)
작년 제정된 「미술진흥법」의 시행이 지난 7월 26일에 시행되었다. 「미술진흥법」의 시행에서 가장 기대되는 것은 바로 제24조 내지 제26조 "미술품 재판매에 대한 작가보상금" 규정이 미술품 시장에 도입된 이후 미술품 시장이 어떻게 달라질까 하는 부분이라 할 것이다.
그동안 미술품을 판매해 온 화랑, 미술품 경매회사는 미술품 재판매 보상청구권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화랑의 경우 자신이 정해둔 그림을 사러 가는 고객이 많고, 구매순위 1위가 의사들 위주인데다가 소수의 거래에 지나지 않지만, 미술품 경매회사는 다수의 미술품을 입찰하고 판매하기 때문에 재판매보상청구권 도입으로 판매를 할때마다 작가에게 보상금을 준다는 부분에 있어 미술품 가격에 부담을 느낀 고객이 재판매보상청구권을 도입하지 않은 국가의 미술품 경매회사 입찰장으로 발걸음을 돌릴까 우려하고 있다.
박정인 교수. |
미술품 경매회사는 재판매보상청구권으로 인해 예술가와의 관계가 강화될 수도 있고, 이미 재판매보상청구권이 도입되어 있는 국가의 유명작가들도 한국 미술품 거래와 자기 국가에서 미술품 거래의 법제가 같아졌기 때문에 한국 미술품 시장에도 자신들의 작품을 거리낌없이 입찰 제안하여 우리 미술품 경매회사의 입찰장에 재판매보상청구권을 원하는 유명작가의 작품이 쏟아져 들어와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존 재판매보상청구권이 도입되어 있는 국가는 이미 마련되어 있는 여러 가지 제반 사항이 우리나라는 현재 준비되어 있지 않아 한국 미술시장의 경쟁력을 보여주기 쉽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진품 확인에 대해 연구하는 교육기관과 다양한 전문가들의 감정기관이 부족하고,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미술품 보험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서 결국 미술품 분야에 분쟁이 발생하면 해외 감정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할 뿐 아니라 이러한 위험 관리를 위해 미술품 경매회사가 추천해줄 수 있는 보험도 해외 미술품 보험을 활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23~2024 상반기 경매사별 낙찰율. [자료 =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
게다가 미술품 거래 시장에서 재판매보상청구권으로 이득을 얻을 작가들은 대개 기성 작가와 그 상속자들이라서 이미 그들은 미술 산업에서 취약한 지위에 있지 않은 1%이기 때문에 재판매보상청구권이 굳이 필요한가라는 회의감이 있고(미술품의 재판매가가 500만원 이상일 때 재판매보상청구권이 성립) 해외 유명작가의 미술품을 주로 거래해 주게 되어 국내 작가들의 미술품 거래에는 거의 이득이 없을 것이라는 고민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웹툰 등 디지털 아트를 즐겨 하는 인구가 증가하고 생성형 AI 소프트웨어 개발 등으로 인해 한국의 미술교육 기초가 흔들린다는 지적도 받고 있어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 가격이 상승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불확실한 미래이다.
특히 미술품 경매회사는 기존에 해왔던 입찰과 미술품 판매 외에도 기록을 더 자세히 관리하고 이를 정리하는 행정 업무가 증가하는데 이에 대한 추가적인 인력과 자원의 부족으로 당분간 어쩌면 꽤 장기간동안 운영 효율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프랑스의 재판매보상청구권 역사보다 우리나라는 100년이 늦게 제도를 도입하지만 아시아에 있어서는 유일하게 도입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무라카미 타카시의 'An Homage to Yves Klein' [사진=케이옥션] 2024.09.13 alice09@newspim.com |
또한 미국도 연방법에서는 실패하여 캘리포니아주 내에서만 활용하고 있는 재판매보상청구권을 우리나라가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미술산업의 철저하고 전략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재판매보상청구권의 재판매보상금의 상한을 정하거나 재판매보상금을 판매자가 줄 것인지 또는 구매자가 줄 것인지도 정하지 않았다. 또한 작가의 작품을 경매하는 미술품 경매회사의 기록의 진실성이나 여러 부정행위에 대해 최소한의 주의의무도 연구되어 있지 않고 이를 관리감독할 법제도 완비되지 않았다.
이와 같이 불완전한 제도 앞에 미술품 경매장은 어떤 작가가 작품을 가져올지 또 어떤 관객들이 미술품 경매장을 찾아올지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행정처리와 재판매보상청구권을 행사가능한 시스템 구축과 인력 확보를 고뇌하고 있다. 이에 국가는 우리나라 작가를 세계 콜렉터들에게 보여줄 기회로 삼고, 재판매보상청구권을 이미 도입한 국가의 유명 작가들이 우리나라 미술품 경매장에 작품을 대거 의뢰할 수 있는 유인책을 연구하여 우리나라 미술품 시장의 활성화를 가져와야 한다. 해외작가보다는 우리나라 작가에게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하고 기성작가가 독식하지 않도록 신진 작가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또한 예비 신인 작가들을 양성하기 위한 미술 교육도 돌아볼 때이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마르크 샤갈의 'Les Amoureux' [사진=케이옥션] 2024.08.09 alice09@newspim.com |
그밖에도 미술품 재판매보상청구권이 안정적으로 안착하기 위한 인프라인 미술품 전문보험의 연구와 진품 확인을 위해 연구할 교육기관과 이를 인증해줄 전문기관이 활성화되고, 미술품 경매회사의 주의의무와 지원을 살펴야 한다. 계약법상 미술품 경매회사는 작가에게 신의성실의 의무를 다하며 기존보다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추후에 재판매보상청구를 할 수 있도록 정확한 거래 정보를 제공하여야 하고 진품 여부를 확인할 의무도 지며, 경매 절차를 투명하게 하는 등 국제적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즉, 모든 입찰자가 동등한 기회를 가지도록 보장하고, 입찰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해야 하며 재판매보상청구권을 작가가 행사할 수 있도록 추후에 협조하여야 한다.
또한 경매 과정이나 재판매보상청구권을 작가가 행사함에 있어서 가격 담합이나 입찰 조작 등의 불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낙찰대금을 수령하여 및 안전하게 보관할 의무도 있다. 또한 작품의 인도와 소유권 증서의 이전, 세금 및 법적 규제 준수 등의 문제도 해결해 줄 필요가 있다.
미술품 경매회사가 국제적으로 위상을 가지기 위해 100년 앞선 역사로 재판매보상청구권이 안착된 프랑스를 모델로 하여 「미술진흥법」과 하위법령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으며 장기적으로 미술품 경매회사에 새로운 미술품을 제공할 수 있는 우리나라 신진 작가 발굴과 미술품 보호, 진위 판정 전문가의 양성, 미술품 보험 기반의 준비, 데이터베이스의 안정적 구축, 불법거래 신고 의무 및 불법 거래 방지를 위한 미술품 거래사들의 자격규정 등 정비에 대해 추후「미술진흥법」 개정을 체계적으로 논의하게 되길 바란다.
백자청화 시명산수문호.[사진= 크리스티] |
※ 박정인 교수는 법학박사학위 취득후 공공기관에 근무하였으며, 이후 해인예술법연구소 소장, 단국대 IT 법학협동과정 연구교수에 이어 단국대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연구교수로 있다. 대통령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본위원회 위원, 문체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문체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위원, 교육부 저작권검수위원, 경찰청 사이버범죄 강사 등 여러 국가위원을 역임하였으며, 특허법, 저작권법, 산업보안법, 과학기술법 등 지식재산과 산업 보안, 방위기술 전략 등의 이슈를 다뤄왔다. 그 밖에도 여러 시민연대, 장애인연대, 청소년복지, 주거복지를 하는 사회복지사로, 시민대상 역사문화해설과 문화재지킴이등을 하는 시민운동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스포츠법 책들을 차례로 저술하였고 발달장애인소프트볼협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장애인체육종목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