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G7 정상회의 때 합의된 500억 달러 지원 플랜은 가능성 낮아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에 최대 400억 유로(약 59조원) 규모의 신규 대출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EU 내부 소식통 3명을 인용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독자적인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는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지난 6월 러시아 동결자산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에 500억 달러 규모의 대출을 지원하기로 합의했지만 친러시아 국가인 헝가리의 훼방으로 실현가능성이 크게 낮아진 데 따른 것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사진=로이턴 뉴스핌] |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늦어도 다음 달 말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신규 대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기존 지원책이 올해 말 종료되는데, 그 이전에 연장 방안이 확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겨울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국가 붕괴를 막으려면 신속한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자금 규모는 최소 200억 유로, 최대 400억 유로 정도이며 최종 수치는 EU 집행위가 회원국들과 협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크라이나가 내년에 380억 달러 정도의 자금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U 집행위가 마련한 초안에는 올해 말까지 우크라이나가 요청하는 다수의 프로젝트에 수십억 유로 지원을 승인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EU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독자적인 자금 지원 행보에 나선 것은 미국의 동참 여부와 관계없이 자금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G7 정상들은 지난 6월 13일 이탈리아 동남부 풀리아의 에냐치아 리조트에서 열린 정상회의를 열고 EU 역내에 묶여 있는 약 3000억 달러(약 400조원)의 러시아 금융 자산(동결자산)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동결 자산에서 나오는 이자를 담보로 국제금융시장에서 500억 달러(약 66조6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일으켜 우크라이나에 주겠다는 것이다. 대출은 미국과 EU가 각각 200억 달러를 책임지고 나머지 100억 달러는 영국과 일본, 캐나다가 분담하자고 했다.
이후 구체적인 실무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러시아 자산이 갑자기 제재에서 풀려나지 않도록 현재 6개월에 한번씩 갱신하는 EU의 동결 조치를 36개월로 연장할 것을 제의했다. 5년 연장 방안도 거론됐다.
하지만 유럽 내 대표적인 친러시아·친푸틴 인사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걸림돌이 됐다. 그는 미국 대선이 끝날 때까지 EU가 어떤 결정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만약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 기간 연장 같은 사안은 회원국 만장일치가 요구되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신규 대출 지원은 회원국 과반수 지지만 있으면 실행 가능하다"며 "이를 통해 오르반의 반대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U 관계자는 "미국이 참여하는 방안이 현 EU 집행위에게 플랜A로 남아 있다"면서도 "헝가리가 지금 입장을 계속 유지한다면 대안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