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차관 '서구 동맹국 우크라이나 확전' 대응
쿠르스크 진격, 서방무기 러 영토 타격 움직임 영향
[서울=뉴스핌] 박공식 기자 = 러시아가 미국 등 동맹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이유로 핵무기 사용 지침(핵 독트린)을 변경하겠다고 공언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1일(현지시간)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 서방 국가의 우크라이나 확전에 대응해 핵 독트린 변경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루덴코 차관은 "(핵 독트린 변경) 작업이 진전된 단계에 있으며 수정 의지는 명확하다"고 말했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그는 새 핵 독트린이 완성될 시기는 말하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 국가 안보 보장을 위한 중요한 사항들을 논의 중인 관계로 핵 독트린 수정 작업이 끝날 시기는 확정하기 어렵다"며 "결정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서방 적들의 확전 과정과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핵 독트린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0년 공포한 것으로, 핵무기 혹은 대량살상무기나 재래식 무기를 사용한 공격으로 인해 "국가의 존속이 위협받을 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러시아가 핵 독트린 수정을 통해 핵무기 사용 조건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은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진격과 탱크, 장거리 미사일, F-16 전투기 등 동맹국의 군사 지원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쿠르스크 진격이 푸틴의 레드라인이 허풍임을 보여주었다고 자평했다. 나아가 미국 지원 무기로 러시아 영토 더 깊숙이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핵 독트린은 세계 정세에 맞게 변경이 가능한 지침이라고 말한 바 있다.
루덴코 차관의 발언은 핵 독트린 변경이 엄포가 아니라 실제로 추진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신호이자 서방 동맹국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로 해석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1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서방이 너무 앞서 나갔다"고 평가하고 러시아는 러시아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3월 "군사 기술적 관점에서" 핵전쟁이 가져올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핵 충돌이 당장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상황도 아니라고 말했다. 푸틴은 여러 차례에 걸쳐 핵 관련 위협 발언을 해왔고 실제로 벨라루스에 러시아 전술 핵무기를 배치했다.
러시아는 서구 동맹국이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안기고 분열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우크라이나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과 동맹국은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의 자위를 지원하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 [사진=로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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