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 올림픽에선 1500m 동메달, 5000m와 1만m 2관왕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육상 중거리인 1500m와 장거리인 5000m, 1만m에서 메달을 따내며 세계를 놀라게 한 '신인류' 시판 하산(31·네덜란드)이 파리에서 더 놀라운 도전의 첫 발을 내디뎠다.
하산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여자 5000m 예선에서 14분57초65의 기록으로 1조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라이벌 페이스 키프예곤(케냐)이 14분57초56으로, 하산을 0.09초 차로 제쳤다.
[파리 로이터=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시판 하산이 3일 육상 여자 5000m 예선이 끝난 뒤 숨을 고르고 있다. 2024.08.03 zangpabo@newspim.com |
5000m 결선은 6일 오전에 열린다. 하산은 이어 10일 오전에는 여자 1만m 결승에 나서고, 폐회식이 열리는 11일 오후에는 여자 마라톤에 출전한다.
하산은 2019년 도하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역대 처음으로 여자 1500m와 1만m를 석권하며 2관왕에 올랐다. 육상에서 중거리와 장거리를 동시에 제패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한 일로 여겨진다. 당시 하산에게 붙여진 별명은 '신인류'였다.
하산은 2년 후 도쿄 올림픽에선 5000m와 1만m 금메달, 1500m에선 동메달을 따냈다. 그는 대회를 마친 뒤 "너무 힘들었다. 세 종목에 모두 출전하기로 한 내 선택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랬던 하산은 지난해 엉뚱한 곳에서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4월 런던 마라톤에 출전해 2시간18분33초로 우승한 것이다. 지난 3월에는 도쿄 마라톤에서 4위에 머물긴 했지만 2시간18분05초로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시판 하산(앞줄 왼쪽)이 3일 육상 여자 5000m 예선에서 2위로 여유롭게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1위와 차이는 0.09초였다. 2024.08.03 zangpabo@newspim.com |
하산은 파리 올림픽에서 1500m를 빼는 대신 마라톤을 추가했다. 그는 이날 5000m 예선을 마친 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인터뷰에서 "내가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 나도 모르겠다. 대회를 치를 때는 내 결정을 늘 후회한다"고 웃으며 "그래도 대회가 끝나면 나는 또 달리고 싶어 한다. 일종의 호기심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1만m 결선 후 약 30시간 만에 마라톤에 출전해야 하는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솔직히 아직 모르겠다"며 "당분을 많이 섭취해야겠다"고 익살스럽게 말했다.
하산은 에티오피아 태생이지만 15세 때인 2008년 고향을 떠나 난민 신분으로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정착했다.
그는 "네덜란드에 도착했을 때 정말 끔찍했다. 난민 신분인 내게 모든 문이 닫혀 있는 기분이었다"며 "스트레스를 줄이고자 '밖에 나가서 운동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지난 날을 떠올렸다.
이런 그가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곤 돈이 안 드는 육상뿐이었다. 하산은 "육상은 무료였다. 그래서 나는 육상을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트랙에서 최초의 타이틀을 따낸 하산은 이제 트랙과 도로를 오가며 새로운 역사를 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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