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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 친러 헝가리·슬로바키아에 "러시아 원유 의존 왜 못 줄이나" 면박

기사입력 : 2024년08월02일 21:03

최종수정 : 2024년08월02일 21:03

우크라가 러시아 원유 수송관 차단하자 중재 요청했다가 거절 당해
"전쟁 발발 이후 시간 줬는데 왜 아직 대체 공급원 마련 안했나"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친러 성향의 헝가리와 슬로바키아가 러시아산(産) 원유 송유관을 차단한 우크라이나 조치와 관련, 유럽연합(EU)에 중재를 요청했다가 "러시아에 대한 의존을 줄이라"며 오히려 핀잔을 들었다. 두 나라의 에너지 수급에 영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예외를 인정하면서까지 시간을 줬는데 왜 아직 러시아 원유 의존도가 줄지 않느냐는 비판이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사진=로이터 뉴스핌]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 시간) "EU 집행위원회가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에 러시아 원유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다른 공급원을 찾으라고 요구했다"며 "이는 두 나라가 우크라이나의 송유관 차단 조치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뒤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EU 집행위 발디스 돈브로브스키스 무역 담당 집행위원이 두 나라에 보낸 편지를 단독 입수,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돈브로브스키스 위원은 편지에서 "(두 나라는) 러시아의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각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6월 러시아 최대 민간 석유회사인 루크오일을 독자 제재 명단에 올리고, 이 기업이 중·동부 유럽으로 원유를 공급하는 드루즈바 송유관을 일부 차단했다. 러시아의 주요 전쟁 자금원인 석유 수출에 타격을 주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석유 수출로 지난해 1800억 달러(약 246조원)를 벌여 들였다고 미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추정했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우크라이나 조치에 크게 반발했다. EU 회원국인 두 나라는 최근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에 "우크라이나 결정이 우리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한다"며 EU 회원국이 되기를 원하는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을 취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두 나라는 EU 집행위에 우크라이나와의 중재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EU 집행위는 우크라이나 손을 들어줬다. 두 나라의 러시아 원유 의존도가 절대적이긴 하지만, 에너지 수급에 문제가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이날 "두 나라에 공급되는 에너지의 전체 흐름이 감소하지 않았다"면서 "우크라이나와의 긴급한 중재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EU 집행위는 한발 더 나아가 EU 회원국 대부분이 북미와 중동 등 대체 공급원을 구했는데, 두 나라는 왜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느냐고 문제 제기를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두 나라는 러시아 의존도가 너무 높아 당장 대체 공급원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예외를 인정받았고, 지금까지 계속 러시아 원유를 공급받고 있다. 헝가리의 경우 전체 원유 수입의 70% 정도를 러시아에서 받고 있고, 그 중 절반을 루크오일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슬로바키아도 루크오일 의존도가 40~45% 정도 된다. 

EU 집행위는 "크로아티아와 연결된 다른 수송관을 통해 선박 운송 원유를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두 나라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돈브로브스키스 집행위원은 "얼마 전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EU 회원국 대표들의 상당수가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지금까지 왜 대안을 모색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두 나라는 EU 집행위를 비난했다. 헝가리 외무장관은 "EU 집행위가 우리를 협박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우리를 탄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평화기금(EPF) 65억 유로의 지급을 계속 막겠다"고 밝혔다. 

한편, 헝가리와 EU 집행위 관계는 갈수록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헝가리가 EU 각료이사회 순회의장국을 맡은 이후,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단독으로 만나는 등 독불장군식 외교 행보를 보이자, EU 집행위는 "헝가리 총리는 EU를 대표하지 않는다"면서 "헝가리에서 열리는 회의를 보이콧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EU 집행위는 또, 헝가리가 법치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면서 헝가리에 대한 EU 기금의 지원도 보류하고 있다. 

ihjang6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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