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0시간 월급 산정, 업체-기사 모두 부담...개정안 근로시간 낮춰 고정비 줄여
노조, 법 개정안 반대...역사적 후퇴 우려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내달 20일 전면 시행될 택시 완전월급제를 놓고 막판 진통이 거세다. 완전월급제를 시행하는데는 이견이 없지만 택시 노동자들의 급여 산정의 기반이 되는 적정 근로 시간을 놓고 진통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쟁점은 이른바 '소정근로시간' 주 40시간에 대한 강제 여부다. 정부와 택시업계 그리고 다수 택시 노동자들은 현행 '택시발전법'을 개정해 노사 자율 협약으로 주 40시간 이하로도 근무 시간을 책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일부 강성 노조에서는 현행 법에 따라 자율협약 없이 40시간 이상 근로시간을 확정하고 이에 근거해 월 200만원 이상의 급여를 지급 하도록 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내달 20일 전면 시행될 택시 완전월급제를 놓고 막판 진통이 거세다. 서울역 앞 택시승강장에서 시민들이 택시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 주 40시간 월급 산정, 업체-기사 모두 부담...개정안 근로시간 낮춰 고정비 줄여
택시 완전월급제란 택시 기사들도 버스 기사들처럼 월급을 받고 정해진 시간을 일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와 달리 택시도 현금이 아닌 카드 결제가 대부분인 상황인 만큼 완전 월급제를 시행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실제 완전 월급제는 이미 2021년 1월부터 서울시에서 시작됐다. 이제 택시기사들도 '사납금'의 부담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 것이다.
정부는 오는 8월 20일부터 택시 완전 월급제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완전 월급제를 규정한 택시발전법 시행령 시행일인 이날부터 완전 월급제가 본격 시행된다.
다만 완전 월급제의 월급 산정 근로시간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행 택시발전법에 따르면 완전 월급제의 월급 산정 근로시간은 실근로시간인 소정근로시간 40시간을 규정하고 있다. 즉 주 40시간에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기타 수당을 합치면 월급이 산정된다. 서울의 경우 최저 월급은 206만원이다.
우선 택시업계가 불만을 보이고 있다. 택시업계는 완전 월급제가 시행되면 매출 감소 등을 우려하고 있다. 한 택시업계 관계자는 "소정근로시간 주 40시간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월 200만원 정도가 고정급으로 나가며 각종 보험 및 유류할인 지원금까지 합치면 350만~400만원 가까이 지급된다"며 "이같은 급여를 줄 수 있는 사업지는 서울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 택시 운전자들은 최대 500만원까지 월 급여로 받는 상황이다.
또 지방의 택시 운전기사들은 대부분 주 40시간을 일하지 않고 있다는 게 택시업계의 이야기다. 주 40시간까지 일할 만큼 돈 벌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파트 타임제 기사들이 많은 실정인데 이들까지 주 40시간을 일하게 강제하는 것은 택시업계엔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이들 택시 근로자들은 탄련적인 근무를 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 택시업계에서는 지방의 경우 소정근로시간 주 40시간을 원칙으로 하되 노사간 합의에 따라 40시간 이하로 규정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업계의 요청을 반영해 정부는 김정재 의원이 대표발의한 택시발전법 개정안을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상태다. 일단 택발법 개정안에 대해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뚜렷한 반대입장을 내놓진 않고 있다.
다만 여소야대 정국 속 여야간 대치가 심화되며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시간이 매우 부족한 상태다. 택시 완전 월급제는 8월 20일 전격 시행된다. 택발법 개정안이 이때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기존 일정대로 8월 20일부터 주 40시간 이상으로 규정한 현행법에 근거한 완전월급제가 시행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시업계는 물론 대부분의 택시 노동자들도 합의에 따라 주 40시간 이하로 월급을 산정할 수 있는 개정안에 긍정적이다"며 "일부 강성노조가 현행 법대로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데 업계와 노동자 모두의 상생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노조, 법 개정안 반대...역사적 후퇴 우려
노조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결국 택시월급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로 주 40시간 월급제가 전국에서 시행될 경우 운송수입금이 운송원가에 미달된다는 내용의 국토교통부 용역보고서와 서울시 운수종사자들 다수가 월급제 시행에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코로나19 재난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2022년의 운송수입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을 꼬집었다. 실제로 전국 2023년 수입금을 조회한 결과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 이상 오른것으로 나타났다.
이삼형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정책위원장은 "운송수익금은 2022년 코로나19 때 수익이 급감했을 때 자료로 주장하는 것으로 지금은 상황이 나아져 2023년도 수익금을 보면 (운송수익금이) 엄청 늘었다"면서 "(근로기준법에 따라)단기간이나 파트타임 노동자는 노사 자율로 언제든지 현행법으로도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변종사납금과 같은 악습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정안 내용을 살펴보면 사업 택시운수종사자의 근로시간을 '근로기준법' 제58조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정할 경우(간주근로제) 1주간 40시간 이상이 되도록 정해야 한다는 내용에 '다만 일반택시운송사업자와 근로기준법 제24조제3항에 따른 근로자대표가 합의한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단서를 신설하는 것이다.
김정재 의원이 신설하고자 발의한 '단서'는 제11조의2를 정면 부정하고 수십년 간 이어져온 최저임금법 잠탈을 합법화해주는 내용이라는 주장이다.
이 위원장은 "택발법은 지금 신설하려는 단서 조항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단서조항이 본 조항을 완전 무력화시켜버리게 된다. 그러면 사실상 이 법을 폐기하란 얘기와 똑같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노사가 시간을 줄이지 말라고 법을 만들었는데 또다시 노사 자율로 가능토록 하겠다는 것은 또다시 시간을 줄이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얘기고 결국 (택시 역사는) 30년 전으로 후퇴할 수 밖에 없다"며 "택시 업종에 형성됐던 카르텔로 피해를 봤던 택시노동자와 소비자가 또다시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