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 사과→이원석 진상조사 지시→주임검사 사표
법조계 "무혐의 처분 시 검찰 전체 부담"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지난주 진행된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를 두고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진상조사 지시에 수사팀 주임검사가 사표를 내는 등 이미 검찰에선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고,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후폭풍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김 여사를 '조사했다'는 명분을 쌓은 검찰이 김 여사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릴 시 더욱 큰 파장이 예상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최근 야권에서 주장하는 검찰개혁과 '특별검사(특검)' 추진이 가속되는 등 검찰이 직격타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이원석 검찰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 도착하고 있다. 이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이 20일 진행한 김건희 여사 조사와 관련해 이른바 '총장 패싱'에 대해 "할 말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2024.07.23 leemario@newspim.com |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총장은 전날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김 여사 조사에 대한 대면 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장은 소위 '총장 패싱' 사태에 대해 이 지검장을 질책하고, 이 지검장은 이 총장에게 여러 차례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 수장과 사실상 2인자인 중앙지검장의 갈등은 일단 봉합되는 그림이 그려졌다. 하지만 이 총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검찰청 감찰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추후 징계까지 염두에 둔 진상조사 지시가 내려오면서, 검찰 안팎에선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내홍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총장의 진상조사 지시 여파는 곧바로 표출됐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 수사팀에 파견됐던 김경목 공정거래조사부 부부장검사가 항의성 사표를 제출한 것이다. 김 부부장검사는 "열심히 수사한 것밖에 없는데, 진상 조사의 대상이 되다니 화가 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법조계 안팎에선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으로 김 여사를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만큼 김 여사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이 김 여사를 조사하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오히려 이번 조사로 그를 무혐의 처분하기 껄끄러워졌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이 총장이 그동안 강조했던 특혜나 성역 없는 수사를 하는 검찰이 아닌, 김 여사의 편의대로 움직인 검찰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성남=뉴스핌] 이호형 기자 =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차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10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부터 5박 7일간 일정으로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을 잇달아 방문한다. 2024.06.10 leemario@newspim.com |
한 법조계 인사는 "이 총장이 굳이 김 여사를 소환조사하려고 한 것은 무혐의 처분을 하더라도 '수사에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을 얻기 위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즉 수사팀을 보호하기 위했던 것으로, 이 총장 성격상 이후 후폭풍은 본인이 감당하려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김 여사의 편의를 모두 봐주고 총장까지 패싱한 뒤 이뤄진 조사를 바탕으로 내려진 무혐의 처분의 여파는 아무리 이 총장이라도 감당하기가 어렵다"라며 "대통령실 등 윗선의 지시였든, 지검장의 단독행동이었든 결국 검찰 전체가 부담을 안게 됐다"고 부연했다.
실제 야권에서는 김 여사 조사 이후 검찰청 폐지와 특검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여권에서도 이번 검찰 조사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조국혁신당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를 묶은 '쌍특검법'을 발의했다. 일각에선 검찰 수사의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진 상황에서 특검법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팀 입장에선 어떤 방식이든 김 여사를 조사한 이후 사건을 신속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이같은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이제 검찰개혁이나 특검 등 검찰을 겨냥한 다소 불합리한 법안에 대한 검찰의 목소리가 여론에 먹힐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