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18조원 규모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 가동
직접 보조금은 부재…소·부·장 중심 지원도 아쉬워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정부가 18조원 규모의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다음달부터 가동한다. 대기업은 최대 1%p(포인트), 중견·중소기업은 최대 1.5%p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다만 반도체 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직접 지원하는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과 달리 저리대출과 세액공제 등 간접 지원에 주력하기로 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에 최대 2조원(현금 1조원+현물 1조원)을 출자해 17조원의 저리대출 프로그램을 마련, 다음달부터 반도체 기업에 대출을 개시할 예정이다. 일반 산은 대출 대비 대기업은 0.8~1%p, 중견·중소기업은 1.2~1.5%p 우대금리를 적용해 시중 최저 수준의 금리혜택을 받게 된다.
지원 대상은 국내에 신규 투자하려는 반도체 전분야(소재·부품·장비, 팹리스, 제조시설 등)의 국내외 기업이다. 설비 및 연구개발(R&D) 투자자금 등 시설자금(장기대출 위주)을 지원하고 기존 대출 대환이 아닌 신규투자에 대해 저리대출을 내준다.
김정인 산업부 기자 |
정부는 또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2027년까지 최대 8000억원(정부 재정 2000억원, 산은 2000억원, 민간매칭 4000억원) 신규 조성해 1조100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 2025년까지 3000억원을 조성하려던 현재 반도체 생태계 펀드는 다음달부터 소부장·팹리스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를 실제 집행할 예정이다.
올해 말까지인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적용기한의 3년 연장도 추진한다. 적용대상도 확대한다. 전문가 평가를 거쳐 국가전략기술에 첨단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술을 추가하는 것을 검토한다. 또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개정해 소프트웨어(SW) 대여·구입비, 연구·시험용 시설의 임차료·이용료 등을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적용대상에 추가한다.
특히 국가전략기술과 일반 R&D를 모두 수행하는 연구 인력에 대해서는 실제 연구시간으로 안분해 국가전략기술 R&D 세액공제율을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국가전략기술과 일반 R&D를 동시에 수행하는 연구인력은 일반 R&D 세액공제율이 적용 중이다.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지원 방안을 확정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들이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이 빠졌다는 점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지원이 소부장 중심이라는 점도 아쉽다. 미국(527억 달러)과 유럽연합(EU·430억 유로), 일본(253억 달러)의 보조금 지급 대상은 모두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이다.
'지금 얼마만큼 투자하느냐'에 따라 인공지능(AI) 시대 주도권이 결정된다. 치열한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적극적이고 과감한 지원책이 필요한 때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