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 정부 방침에 힘 실려, 연내 통과 가능성 주목
폐지 시 '선택약정만 유지' 유력...이통사, 경쟁 여부는 미지수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22대 국회에서 단통법 폐지가 실현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가 단통법 폐지의 공을 국회로 넘겼던 만큼 폐지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에서 "삶의 필수되는 통신비 부담을 낮춰 국민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려야 한다"며 "박근혜정부 단통법 시행 후 10년이 됐는데 그간 온 국민이 사실 피해를 봤다. 이용자 차별,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제하고 이동통신사 간 담합을 막는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이 매장에 전시돼 있다. [사진= 백인혁 기자] |
그동안 단통법 폐지는 정부와 여당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통법 시행령 개정으로 이통사를 변경하는 번호이동 시 기기변경보다 지원금을 상향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으로 단통법 자체를 폐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은 "단통법을 만들 때 서비스나 요금제에 대한 경쟁을 하라고 만들었는데 이용자 후생이 향상되지는 않고 단말기 가격만 비싸졌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고심 끝에 단통법을 폐지하기로 했다. 국회를 상대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행령 개정으로 번호이동 시 지원금을 상향할 수 있는 전환지원금도 도입됐으나 별다른 효과는 없는 모양새다. 번호이동으로 알뜰폰업계의 가입자수 증가세는 줄고 이통 3사의 가입자수는 모두 늘어난 것이다.
야당도 단통법 폐지 방침을 정하면서 연내 폐지될 가능성도 생겼다. 단통법이 폐지될 경우 공시지원금은 사라지게 되고 마케팅 경쟁이 활성화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단통법 폐지 후 단말기 유통체계가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약정 기간 동안 할인을 제공하는 선택 약정 제도의 존치는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단통법 폐지로 인한 알뜰폰업계가 입을 타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단통법에는 차별금지, 제조사 규제 등의 내용도 있지만 판매점에 대한 부분도 있다. 이를 전부 폐지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통사들이 단통법 폐지 이후에도 단통법 시행 전처럼 마케팅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통사들은 지난 3년 동안 합산 영업이익 4조원을 돌파했다. 1분기에는 LG유플러스를 제외하고는 마케팅 비용도 줄였다. SK텔레콤과 KT는 각각 1분기 마케팅 비용으로 7194억원, 6206억원을 지출하며 전년 대비 4.9%, 0.9% 줄였다. 실적은 SK텔레콤이 영업이익 4985억원, KT가 5065억원으로 각각 0.8%, 4.2% 늘었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단기적으로 이통사 간 경쟁을 위한 일련의 활동이 일어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단통법 폐지로 소비자의 효용이 클지는 의문"이라며 "단통법이 제정된 이유가 프로모션의 과도화였는데 이통 3사는 단통법 체제에서 가장 큰 수익을 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전문위원은 "단말기 유통체계를 바꿔 가격을 싸게 한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초기에는 각종 실험으로 경쟁이 일어날 수 있지만 결국 경쟁체계가 제 자리로 돌아올 것으로 본다. 오히려 각종 규제를 풀고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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