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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문제로 다시 충돌하는 한·일...일본, 유네스코의 '전체 역사 반영' 권고 무시

기사입력 : 2024년06월17일 08:06

최종수정 : 2024년06월17일 08:42

사도광산 등재 위해 유네스코 '핵심 권고'만 수용
'역사의 완전성' 부대 권고사항에는 묵묵부답
선명해진 강제동원 은폐 의도...한·일 협의 난항
정부, "전체 역사 설명 필요하다는 입장 불변"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일본이 일제 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강제노역 현장인 니가타(新潟)현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구성자산의 범위를 축소하라는 유네스코 자문기구의 핵심 권고사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일본은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는 부대 권고사항은 무시했다.

 이를 두고 조선인 강제동원의 역사적 사실을 감추려는 의도를 더욱 강하게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사도 광산 세계유산 등재 문제를 놓고 벌어지는 한·일 간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지난 13일 사도광산의 구성자산 범위에서 '기타자와 지구'를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세계유산 등재 범위를 축소해 에도시대(1603~1868년) 이후 유산이 차지하는 지역을 제외하는 조치였다.

사도광산의 대표적 유적지인 '기타자와 부유 선광장' 모습. 일본은 지난 13일 유네스코 자문기구의 권고에 따라 기타자와 지구를 등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사진=사도금광 홈페이지] 2024.06.17.

기타자와 지구는 부유(浮游) 선광장(選鑛場) 등 사도광산의 대표적 유적이 모여있는 곳이다. 일본이 사도광산의 핵심지역을 세계유산 등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은 유네스코 자문기구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앞서 이코모스는 지난 6일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면서도 몇가지 지적 사항을 붙여 '보류(Refer)'를 권고했다.

이코모스의 핵심 권고사항은 에도 시대와 무관한 기타자와 지구를 등재 대상에서 제외할 것과 유산 보호를 위해 완충 지대를 확장할 것, 광업권 소유자가 유산 범위 내에서 상업 채굴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것 등 3가지다. 이 핵심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등재가 어렵다는 뜻이다.

일본 정부는 이코모스의 권고를 수용하고 다음달 21일부터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 축소된 사도광산의 등재를 성사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코모스의 보류 결정 근거인 핵심 권고사항을 수용하지 않으면 등재가 어렵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사도 광산의 핵심적 지역을 배제하고 규모를 축소하는 쪽으로 후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모스는 일본에게 3가지 핵심 권고사항 외에 "강제동원이 이뤄졌던 시기 등 채굴이 이뤄진 모든 연대를 알릴 수 있는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내용도 '부대 권고사항'으로 제시했다. 이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본은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는 부대 권고사항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핵심 권고사항을 이행하는 것만으로 등재 강행을 시도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의 이번 조치로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사실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더욱 뚜렷해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일본은 등재 대상에서 근대 시설을 제외하고 에도 시대로 한정했기 때문에 20세기 중반에 있었던 조선인 강제동원은 이번 세계유산 등재와 무관하는 논리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2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4차 세계유산협약 당사국 총회 모습. 한국은 이 총회에서 세계유산위원국에 당선됐다. [사진=유네스코] 2024.06.17.

정부는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충실히 반영해 '역사의 연속성'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이코모스 권고에도 반영돼 있다"며 "일본이 이 권고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일본이 후대에 세워진 기타자와 지구를 제외하고 등재 대상을 에도 시대부터 채굴했던 금광으로 한정했지만 그 금광에서 조선인 노동자가 20세기 중반에 강제노역을 한 사실이 명백하기 때문에 일본의 이번 조치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본이 전체 역사를 반영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한국의 동의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양측은 다음달 WHC 회의 전까지 이 문제에 대해 합의하는 것을 목표로 협의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일본의 이번 조치는 한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 사안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상 간 셔틀외교가 복원되는 등 관계 개선의 흐름이 이어져온 것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민간 연구기관의 한 일본 전문가는 "윤석열 정부가 국내적 반발을 무릅쓰고 강제동원 배상 문제에서 일본의 요구를 선제적으로 수용해 관계 개선의 기반을 마련했지만 결국 역사 문제로 다시 발목이 잡히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open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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