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등 5곳은 공석…경영공백 장기화 우려
총선 이후 개각 늦어지면서 후임자 인선도 늑장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기관장의 임기가 만료된 공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후임자 임명이 하세월이다.
기관장 공석으로 직무대행 체제인 곳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총선 이후 개각이 늦어지면서 공공기관 인사까지 줄줄이 늦어지는 모양새다.
◆ 상반기 임기 만료 18곳·공석 5곳…에기평 수장 공백 10개월째
1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 중 이달 말까지 기관장의 임기가 만료된 공공기관은 모두 18곳이다. 공석인 공공기관은 5곳이다(아래 표 참고).
지난 2월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임기가 끝났고, 3월에는 한국전력거래소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전원자력연료 기관장들이 임기를 마쳤다.
4월에는 한전KDN,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7곳이 임기를 마쳤다.
5월에는 한국전력기술과 한국가스기술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기관장들의 임기가 만료됐다. 이달에는 한국석유공사와 한전KPS, 한국디자인진흥원 3곳의 임기가 끝난다.
통상 산하기관장들은 임기가 끝난 후에도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 이는 기관장의 공백으로 인해 업무가 중단되는 것을 방지하고, 기관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관례다.
다만 기관장이 사임한 경우에는 직무대행 등 임시 조치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 현재 산업부 산하기관 중 ▲강원랜드 ▲한국에너지재단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전략물자관리원 ▲한국탄소산업진흥원 등 5곳은 기관장이 공석인 상태다.
이 중 기관장 공백 기간이 긴 순으로 보면 약 10개월여째인 에너지기술평가원이 가장 먼저 꼽힌다. 권기영 전 원장은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기관장 해임 건의를 받아 지난해 8월 사임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에너지재단 김광식 전 이사장이 업무추진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아 자진 사퇴했다. 또 12월에는 강원랜드 이삼걸 전 사장이 건강상의 이유 등을 들어 임기를 4개월 남기고 사임했다.
올 1월에는 전략물자관리원 정인교 전 원장이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석이 됐다. 4월에는 탄소산업진흥원 방윤혁 전 원장이 의원 면직으로 자리를 떠났다.
◆ 정부 개각 지연에 산하기관장 후순위 밀려…운영 동력 상실 우려
산업부 산하기관 신임 수장 임명은 총리와 장·차관급 인선을 마친 후 올 하반기에 들어서야 본격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당초 총선 직후 정부가 개각에 돌입하면 잇따라 산하기관장 임명도 단행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개각에 긴 시간을 들이면서 전반적으로 정체됐다.
최근 대통령실은 일부 부처 장·차관급 개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체 대상은 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돼 2년 가까이 업무를 수행해 온 1기 인사들로,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등 6개 부처가 해당된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2024.05.09 photo@newspim.com |
총리 인선은 장·차관급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관은 인사청문회 후 국회 동의가 없어도 대통령 권한으로 임명을 강행할 수 있지만, 총리는 국회 임명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후보자 검증을 둘러싼 야당의 십자포화가 예상돼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총리와 장·차관보다 하위급인 산하기관장 인선은 중요성 측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다만 문제는 정체가 지속될수록 산하기관의 운영 동력이 상실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산하기관의 미온적인 업무 태도는 결국 정부의 국정 운영에도 지장을 초래한다.
산하기관들은 정부의 각종 정책을 최일선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업무로 정부가 그리는 청사진을 뒷받침해야 하지만, 임기가 만료된 채 후임이 없어 자리를 지키는 기관장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주체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다. 아예 기관장이 공석인 곳은 더욱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기관장 임기가 만료된 산업부 산하기관들 중 대다수는 인선의 첫 단계 격인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을 마쳤으나, 정부로부터 별다른 지시가 내려오지 않아 본격적인 절차에는 돌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산하기관 관계자는 "총선이 끝나고 나면 늦어도 세 달 안에는 새로운 기관장을 선임할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더 늦어지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해 보자는 의욕보다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현상을 유지하자는 기조가 훨씬 강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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