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고소·고발 난무…삼권분립 원칙 어긋나"
민주당이 사법부 압박하려 한다는 비판 나와
"오히려 판사들이 중립성 잃은 채로 판결할 우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법 왜곡죄' 신설을 추진 중인 가운데 법조계에선 사법 시스템 자체가 위축되고 파괴될 것이란 우려를 보이고 있다.
12일 법조계 및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법 왜곡죄를 당론 법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판·검사가 법을 왜곡해 사건 당사자를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들면 처벌하는 내용으로, 입법 시 피의자가 재판에 불복해 판·검사를 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원=뉴스핌] 정일구 기자 = 쌍방울그룹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7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2.09.27 mironj19@newspim.com |
이에 대해 이원석 검찰총장은 전날 "(민주당이) 이젠 사법부에 대해 욕설을 암시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남기고 재판부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법 왜곡죄, 심판 교체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검찰을 넘어 사법부에 대한 압력 그리고 헌법에 나오는 재판과 사법부의 독립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 본다"고 언급했다.
이어 "앞으로 사법부 재판과 판결, 법원 판사에 대한 특검과 탄핵까지 이어지지 않을지 몹시 걱정되고 이것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민주당이 사법부를 압박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법 왜곡죄가 입법될 시 사법부의 중립성이 저해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판사 출신 문유진 변호사(법무법인 판심 대표변호사)는 "죄형법정주의로 엄격하게 정해진 법조문에 의해 예측 가능한 형사처벌이 가능할 때 국민이 범죄 처벌에 대한 두려움에 떨지 않는다"며 "판결에 불만을 가진 사건 관계인들의 고소·고발이 남발될 경우 오히려 판사들이 중립성을 잃은 채로 판결할 우려가 있고 이는 국민들에게 더 큰 피해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검사 출신 임무영 변호사(임무영 법률사무소)도 "판·검사에 대한 불필요한 고소·고발만 늘어나지 실질적인 효과는 거둘 수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본인들 편인 판·검사를 늘려서 모든 사건을 정치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의 재판을 정치화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입법 시) 본인들이 원하는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고소·고발을) 반복하려 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사법부에서 처벌이 두려워 재판을 제대로 하지 못할 염려가 된다"며 "'법 왜곡'에 대한 구성 요건이 불투명해서 실제로 처벌받게 되는 판사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런 규정이 생긴다는 것 자체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사법 시스템이 위축되고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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