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100개·강북구 21개로 차이 커
무더위쉼터 운영 자치구 재량에 맡겨
고령인구 등 취약층 고려 없는 운영
"올 여름 역대급 더위 찾아올 것"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역대급 무더위가 몰려오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 자치구별로 무더위쉼터 개수가 5배까지 차이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별다른 기준 없이 무더위쉼터 지정을 자치구에 맡겨둔 탓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여름 더위가 단순 무더위 수준이 아닌 재난 수준으로 발달하고 있지만 재난취약계층을 위한 쉼터 운영 기준 등은 전무하다.
11일 기준 국민재난안전포털에서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누구나 이용 가능한' 무더위쉼터 개수를 집계한 결과 강동구 100개 강북구 21개로 서울시 내에서도 자치구별로 개수가 5배 가까이 차이 났다. 경로당 회원 등만 이용이 가능한 무더위쉼터는 집계에서 제외했다.
가장 많은 무더위쉼터가 있는 자치구는 강동구로 100개에 달한 반면 강남구(29개)와 동대문구(28개), 강북구(21개) 등은 20개 대에 그쳤다.
여기에는 별다른 기준이 없다. 일례로 서울에서 더위에 취약한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가 가장 많은 자치구는 송파구(11만명, 지난 3월 기준)로 98개의 무더위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송파구와 고령인구 수가 1만명가량 차이 나는 강서구(10만명)는 32개에 불과하다.
고령인구 비율이 각각 20%, 21%로 서울시 평균인 18.7%를 웃도는 종로구와 중구도 무더위쉼터 개수가 각각 64개와 37개로 두 배 가까이 차이 난다.
이처럼 더위 취약계층 인구수나 비율 등과 상관없이 자치구별로 무더위쉼터 개수가 크게 차이 나는 이유에 대해 서울시는 행정안전부 지침상 무더위쉼터는 자치구에서 지정해 운영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자치구가 주민센터나 공공도서관 등을 무더위쉼터로 지정해서 운영하면 냉방비와 인건비 등을 지원하고, 제대로 운영되는지 점검 등을 나가는 역할만 맡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무조건 숫자를 늘리기보단 실제 시민들이 좋은 시설에서 편리하게, 많이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치구에서 판단해서 접근성 좋은데 (무더위쉼터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서울시는) 잘 가동되는지 점검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름 더위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올해도 '역대급 무더위'가 예보된 만큼 접근성 측면에서 자치구별로 균등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이 시작되는 시기는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08년 서울시에는 7월 9일에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됐지만, 작년에는 6월 18일에 발효됐다. 16년 새 폭염주의보 발효 시기가 한 달 가까이 당겨진 것이다.
올여름도 이른 무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권 일부 지역에는 이미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 온도가 올라가는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올해 여름은 작년보다 더운 '역대급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공기가 이미 뜨거워져 있는 상황에서 해수 온도까지 역대 가장 높이 올라왔다. 올여름엔 역대급 더위가 몰려올 것"이라며 "평년엔 무더위가 8월 중순에 꺾였지만, 올해는 8월 말까지 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