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시작한 22대 국회…"1호 공약과 1호 법안은 결국 달랐다"
민주당 1호 법안 '채상병 특검법-민생지원금' 등 대통령실·정부 압박
더욱 소수당 된 국민의힘 저출생패키지 법안 추진…"실력 없어 공허"
[서울=뉴스핌] 온종훈 정책전문기자 = 총선 기간이던 지난 3월 14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서 1호 공약으로 저출생과 민생대책을 제시했다.
공식선거운동(3월29일)을 보름 앞두고 각종 선거 공보물과 포스터 등에 실을 1호 공약에 대한 여야 양당의 선거운동 지휘부의 고민이 담겨있었다. 유권자의 공감을 얻어 총선에서 '한 표'라도 더 받기 위해서였다.
국민의힘은 1호 공약으로 '일·가족 모두 행복'을 제시했다. 당시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지속가능성'이며 이를 담보하기 위해 저출생 문제를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며 1호 공약의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부총리급의 '인구부' 신설, 배우자 출산휴가 의무화, 육아휴직급여 210만원의 인상 등이 구체방안으로 담겼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들어 파탄난 민생 회복"을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저출생대책이 밀린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개호 정책위의장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것은 저출생이 1번이고 국민입장에서 먹고사는 민생"이라며 "국민의 입장, 국가적 입장을 1·2번(병렬)으로 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18일 서울 강남구 휴레이포지티브에서 저출생 관련 공약인 '일·가족 모두행복'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일·가족 모두행복'은 총선 1호 공약으로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과 아빠휴가 1개월(유급) 의무화, 육아기 유연근무 도입, 채움인재 인센티브 지급, 가족친화 우수 중소기업 법인세 감면 등이 담겼다. 2024.01.18 photo@newspim.com |
저출생대책은 이번 총선기간 중 가장 중요한 어젠다였다. 그래서 민주당도 이를 의식해 '국가 입장', '국민입장'이라며 분리해 사실상 1번 공약으로서 저출생대책을 언급했다.
여야는 총선에 나설 당 후보를 선정하는 경선 등 내부 교통정리를 하는 지난 연말부터 저출생과 관련해 이슈 선점 경쟁을 벌였다. 그래서 선관위에 공약을 제출하기 두 달 전인 지난 1월 양당의 수장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동시에 저출생 대책을 내놓기까지 했다.
여야 모두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는 인구관련 부처 신설을 공약했다. 국민의힘은 여성가족부 업무를 흡수하고 여러 부처에 흩어진 저출생 대책을 총괄할 부총리급 '인구부'를 신설하겠다고 했고 민주당은 이와 유사한 '인구 위기대응부(가칭)' 신설을 약속했다.
국민의힘은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휴직급여 등과 출산 등으로 인한 대체인력 고용 인센티브, 외국인 고용휴가 한도 상향 등 '일·가정 양립'을 주제로 육아와 양육, 보육에 방점을 뒀다.
반면 민주당은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저출생종합대책'이라는 이름으로 현금성 지원에 집중했다. 당시 민간기업인 부영이 제공한 억대 출산지원금이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키던 시기였다. 민주당은 당시 공약에서 모든 신혼부부에게 10년만기로 1억원을 대출해 주고 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을 감면한다는 내용의 '결혼-출산 지원금을 제시했다.
또 주거 대책인 우리아이 보듬주택은 두 자녀 출산 가구에는 80㎡(24평) 주택, 세 자녀 출산 때는 110㎡(33평) 주택을 공공분양 및 공공임대 방식으로 제공하겠다는 것과 현행 7년인 신혼부부 주거지원을 10년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우리아이키움카드'로 8세부터 17세까지 자녀 1인당 월 20만원씩의 아동 수당 카드를 지급키로 했다. 또 '우리아이자립펀드'는 정부가 출생부터 고교 졸업(만 18세)까지 매월 10만원을 펀드 계좌에 입금해 지원한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저출생 종합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2024.01.18 leehs@newspim.com |
이에 따라 저출생대책에 소요되는 재원은 국민의힘 3조원, 민주당은 28조원으로 추산됐다. 국민의힘은 고용보험 일부와 조세수입 등을 투입해 만든 '저출생대응특별회계'를 신설해 해결하겠다고 했고 민주당은 대부분 정부부담으로 재원을 마련하되 일부 융자금이나 기금지원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4.10 총선 결과를 반영해 새로 구성된 22대 국회가 30일 임기를 시작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개최해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부결된 '채상병 특검법'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민생위기극복 특별조치법' 등 2개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후 국회 의안과에 접수했다.
민생위기 극복 특별법은 지급 대상을 '전국민'으로 명시하고 지급액은 소득 수준에 따라 25만~35만원 사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또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법 시행일로부터 3개월 이내 지급하되, 지급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효력을 상실하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31일 의원 워크숍에서 저출생 대응·민생 살리기·미래산업 육성·지역균형 발전·의료개혁 '5대 분야 패키지 법안'을 1호 법안으로 선정해 22대 국회 최우선 입법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번 법안으로 선정된 '저출생 대응' 패키지 법안에는 인구부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법·고용보험법 ▲근로기준법 ▲아이돌봄 지원법 ▲늘봄학교 지원특별법이 포함됐다.
양당이 4월 총선 경쟁에 본격 나섰던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연간기준으로 사상 최저 수준인 0.72명까지 떨어졌다. 우리 사회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전문가들이 봤을때도 '대한민국은 망했다'라고 말할 정도로 충격적인 수준이었다.
지난 29일 발표된 1분기 합계출산율은 역대 1분기 기준으로 가장 낮은 0.76명 이었다. 1분기는 여야의 총선선거운동이 가장 치열했던 시기였다. 상고하저 흐름을 보인 과거의 패턴을 감안하면 올해 연간기준 합계출산율은 지난해에 이어 더 떨어져 사상 처음으로 0.6명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생이 심각한 양상으로 진행 중인데 불과 얼마전까지 저출생대책을 내놓겠다고 표를 구걸하던 여야 정치권이 총선이 끝난후 새 국회가 출범했음에도 당내 논의 과정에서 저출생관련 입법들을 '뒷전'으로 미뤄두고 있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에선 특검법과 민생회복지원금 등 정치와 포퓰리즘 입법 중점 추진으로 저출생대책이나 입법 등은 찾아 볼수도 없고 21대에 이어 22대에서 소수로 전락한 국민의힘의 저출생대책은 야당과의 차별화 차원에서 명분일 뿐이고 실력을 갖추지 못해 '공허'하기 그지없다.
22대 국회의 본격적인 개원과 정상화는 여소야대의 극단적으로 기울어진 정치지형과 용산 대통령실을 겨냥한 특검법 논란으로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치전문가들은 "저출생 대책에서 그나마 여야 합의지점인 '인구부'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에서부터 여야가 '협치'의 지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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