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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주목하는 회퍼,사람은 부재하나 '자취와 시간'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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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부재하는 공연장 도서관 등 찍는 칸디다 회퍼
'RENASCENCE'(재생) 타이틀로 4년 만에 한국 전시
팬데믹 기간 촬영한 사진 등 신작 16점 전시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독일의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는 말한다. "나는 건축 사진가가 아니라 '공간의 초상'을 찍는 사람이다"라고. 흔히들 건축을 찍는 사진작가로 여기기 쉬우나 자신은 공간의 표정, 공간이 품은 아우라에 주목한다는 이야기다.  

국내에서도 여러차례 작품전을 가진 칸디다 회퍼가 서울 삼청로 국제갤러리에서 지난 5월 23일 개인전을 열었다. 'RENASCENCE', '재생'을 뜻하는 제목을 앞세운 회퍼의 전시는 오는 7월28일까지 국제갤러리 K2(1,2층)에서 계속된다. 이번 전시에 작가는 지난 팬데믹 기간에 리노베이션이 한창이던 건축물, 그리고 과거에 자신이 촬영했던 장소를 다시 찾아 작업한 사진 등 신작 14점을 출품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칸디다 회퍼(b. 1944) 'Komische Oper Berlin II 2022' Inkjet print, Image: 180 x 250.8 cm Frame: 184 x 254.8 cm © Candida Höfer / VG Bild-Kunst, Bonn 2022 [이미지 제공=국제갤러리] 2024.05.29 art29@newspim.com

칸디다 회퍼는 지난 50여 년간 유구한 역사를 품은 공연장과 박물관, 도서관을 찍어왔다. 붉은 빛 커튼과 의자, 휘장막이 드리워진 극장과 박물관 사진은 '칸디다 회퍼'하면 떠오르는 시그니처적 작품이다.

회퍼는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공간을 정밀한 구도와 완벽한 디테일로 담아왔다. 전시에 맞춰 내한한 작가는 "작품에 사람이 등장하지 않게 하는 게 내 의도다. 공간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드물지만 사람이 보이는 작품도 있는데 공간과 어울릴 경우다. 안 어울린다 싶으면 다시 찾아 재촬영한다"고 했다.

결국 회퍼의 사진은 인간이 부재하는 사진이다. 공간이 주인공인 셈인데 인간의 부재를 부각시킴으로써 오히려 그 공간에 깃든 과거 사람들의 문화사회적 활동과 궤적을 감지하게 된다. '부재하나 존재하는' 역설인 것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칸디다 회퍼(b. 1944) 'Musée Carnavalet Paris XI 2020' Inkjet print, Image: 180x249.1cm Frame: 184x253.1cm ©Candida Höfer / VG Bild-Kunst, Bonn 2020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2024.05.29 art29@newspim.com

작가는 이번 신작들을 통해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전지구적 역경을 '회생과 쇄신'의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했다. '다시 태어나다'라는 의미의 'Renascence'를 제목으로 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작품의 피사체가 된 오랜 역사를 품은 서구의 공연장과 뮤지엄들은 건축물의 복원기준에 따라 주기적으로 리노베이션이 단행된다. 본래의 모습을 잘 보존하는 동시에, 오늘날의 현대적 속도에 맞추기 위해 기반시설을 재정비하는 것. 회퍼는 문화예술공간의 지지체를 복원하는 건축가들의 절제된 시각을 작품을 통해 유려하게 드러낸다.

작가는 가능한 자연광을 사용해 촬영한다. 인공적인 조명 연출을 배제하는 것은 오랜 역사를 축적한 공적 문화공간의 면모를 투명하게 조명함으로써 주관적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촬영 후 후보정를 최대한 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국제갤러리 K2 1층 칸디다 회퍼 개인전 'RENASCENCE' 설치전경.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2024.05.29 art29@newspim.com

국제갤러리 K2 1층에 발을 들이면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카르나발레 뮤지엄'을 찍은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1880년에 개관한 이 박물관은 16세기에 지어진 르네상스 양식의 카르나발레 저택과 17세기 건축물인 르 펠레티에 드 생-파르고 저택으로 구성돼 있다. 파리의 오랜 역사를 품은 카르나발레 박물관은 2016년부터 리노베이션을 진행했는데, 회퍼는 재개관을 앞둔 2020년에 이 곳을 다시 방문했다.

작가는 리노베이션을 통해 추가된 철제와 나무 재질의 나선형 계단을 주목하고, 이를 고대부터 현대를 관통하는 파리 시의 파편적인 역사와 박물관의 다층적 시간대를 연결하는 내부의 미묘한 구조를 조명했다. 즉 켜켜이 축적된 시간들을 모더니즘적 제스처로 카메라 앵글에 담아냄으로써 공간의 변천사를 시각적 명료함과 구상적 평면성에 기반해 드러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칸디다 회퍼(b. 1944)'Musée Carnavalet Paris XX 2020. Inkjet print, Image:180x180cm, Frame:184x184cm ©Candida Höfer / VG Bild-Kunst, Bonn 2020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2024.05.29 art29@newspim.com

회퍼는 베를린의 아름다운 공연장인 코미셰 오페라를 2022년 방문해 촬영했다. 코미셰 오페라의 원형이 되는 19세기 후반의 건축물은 2차세계대전 공습으로 크게 파괴됐고, 1947년경 동독 산하에서 현재의 이름으로 재개관했다. 이후 1960년대에 재건축되었고, 1980년대에 다시 복원과정을 거친 바 있다.

현재도 백스테이지 공간 확장작업이 진행 중인데 회퍼는 백색의 극장 속 텅 빈 무대와 탐스러운 붉은 휘장막, 정돈된 관객석을 엄정한 비례와 구도로 담아냈다. 그에게 공간이란 건축물이 처음 세워진 순간부터 수많은 변화의 흔적들이 더해지며 긴 여정을 품은 '시간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 작가는 그 공간들에서 향후 펼쳐질 모습을 상상하도록 독려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기자=칸디다 회퍼(b. 1944) 'Stiftsbibliothek St.Gallen III 2021' Inkjet print, Image:180x160cm Frame:184x164cm, ©Candida Höfer / VG Bild-Kunst, Bonn 2021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2024.05.29 art29@newspim.com

회퍼는 719년에 건립돼 유럽에서도 가장 오래 된 수도원인 스위스의 장크트갈렌(St. Gallen)수도원 부속 도서관을 두차례 찾았다. 2001년 장크트갈렌 도서관을 촬영했던 작가는 팬데믹기간 중인 2021년에 재방문해 다시 연작을 촬영했다. 이 수도원은 1805년까지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수도원 중 하나로 꼽혔고, 바로크양식으로 개축된 바 있다. 1983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장크트갈렌 도서관을 담은 2001년작에서 회퍼는 내부 공간의 정교한 프레스코화와 로코코식 몰딩으로 장식된 아치형 천장에 주목하며 도서관 공간의 질서와 시스템을 렌즈에 담았다. 당시 작품에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방문객들이 일부 포함되기도 했다.

그러나 새로 촬영한 2021년작에는 인물의 요소가 배제됐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내부 공간을 조명함으로써 그의 과거 작품과 대비되도록 했다. 사람의 존재를 없앤 후 공간에 남은 흔적과 빛, 미묘한 공기의 감각에 집중하고, 이를 완벽한 대칭 구도로 작품화한 것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칸디다 회퍼(b. 1944) 'Neue Nationalgalerie Berlin XVII 2021' Inkjet print, Image:180x250cm, Frame:184x254cm ©Candida Höfer / VG Bild-Kunst, Bonn 2021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2024.05.29 art29@newspim.com

회퍼는 "현대적이지 않지만 영원성을 간직하고 있는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지만 근래들어서는 현대 건축의 공간도 종종 찍는다. K2 2층의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을 찍은 사진이 그 예다. 베를린의 랜드마크인 이 건물은 1965~1968년 모더니즘 건축 거장인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지은 걸작이다. 유리와 철제로만 지어 '빛과 유리의 전당'으로 불리며 서구 모더니즘 건축을 대표하는 아이콘인 미술관은 '적을수록 많다(Less is more)'라는 미스 반 데어 로에의 건축철학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미술관은 2015년부터 6년에 걸쳐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보수작업을 진행했는데 자신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기반시설의 보존 및 강화 등에 주력했다. 회퍼는 복원 직후인 2021년 이 곳을 찾았다. 재정비를 거친 공간 곳곳을 카메라 렌즈로 포착하며 작품에 드러나지 않는 인간의 흔적들을 암시했다. 

[서울=뉴스핌] 서울 삼청로 국제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을 위해 내한한 독일 사진가 칸디다 회퍼.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5.30 art29@newspim.com

칸디다 회퍼는 1944년 독일 에베르스발데에서 태어났다. 1973년부터 1982년까지 뒤셀도르프 아카데미에서 첫 3년은 영화를, 이후에는 현대독일사진을 이끈 베른트 베허와 힐라 베허 부부에게 사진을 수학했다. 당시 베허 부부에게 사진을 배운 토마스 스트루스, 토마스 루프, 안드레아스 거스키 등과 함께 '베허 학파' 1세대로 일컬어진다. 

전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개인전과 그룹전을 선보인 작가는 2002년에 제11회 카셀도큐멘타에 참여했고, 2003년 제50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독일관 대표작가로 출품했다. 오는 9월에는 '2024 케테 콜비츠 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현재 쾰른에 거주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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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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