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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아트신③]아트바젤홍콩 유력갤러리들,잘 팔릴 '블루칩' 내걸며 '실리' 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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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드 이전으로 회복돼 40개국 242개화랑 참여
급등한 운송비등 비용증가에 명분보다 실리추구
블루칩 위주에 신선감은 떨어져‥판매는 양극화

[홍콩=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아시아의 글로벌도시 홍콩에서 '2024 아트바젤 홍콩'이 26일 VIP프리뷰를 시작으로 닷새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근래들어 대부분의 화랑들은 아트바젤의 공식 온라인뷰잉룸과 SNS, Zoom 등을 활용해 출품작 프리세일(사전판매)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VVIP고객을 미리미리, 그리고 각별히 챙기는 양상이 증가하면서 작년같은 '오픈런'은 자취를 감췄다. 또 지난해 VIP티켓을 과도하게 배분해 '너무 붐벼 시장판같다'는 불만이 '큰손'고객들 사이에 나오자 바젤측은 올해 VIP티켓 관리를 예년 보다 타이트하게 했다고 한다. 

게다가 중국의 건설부동산 등 경기침체 여파로 작년처럼 개막 첫날의 왁자지껄한 열기는 없었다. 한결 차분해진 분위기 속에서 하우저앤워스, 타데우스로팍, 리만머핀, 데이비드코단스키 같은 대형 화랑들은 들고온 고가의 블루칩 작품을 절반, 또는 그 이상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반면에 시대에 뒤떨어진 진부한 작품을 들고 나온 화랑들은 심각한 판매부진을 겪었다. 결국 화랑별 양극화가 심화된 셈이다. 

[홍콩 뉴스핌] 2024 아트바젤 홍콩의 에스더쉬퍼 갤러리 부스. 필립 파레노의 명멸하는 조명 작업과 우고 론디노네의 회화가 어우러졌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3.27 art29@newspim.com

요즘 대다수 화랑들은 아트페어 참가에 드는 비용이 크게 늘어 고심 중이다. 아트바젤 홍콩같은 톱 페어의 경우 대형부스를 운영하려면 부스비와 작품운송비, 조명및 공간조성에 최소 1억8천만~2억5000만원은 투입해야 한다. 갤러리 대표와 직원들의 항공료, 체재비는 별도다. 결국 대형 페어에 한번 참가하려면 2~3억원은 간단히 깨지는 셈이다.

특히 작품 운송료, 보험료, 인건비가 두드러지게 올랐다. 그 여파로 유럽과 미국 등 원거리에서 홍콩을 찾는 서구 화랑들은 잘 팔리는 '블루칩' 작품을 전면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다. 명분 보다는 실리(매출)를 택하려는 것이다. 이에따라 올해 아트바젤 홍콩에서 유망작가및 신예작가의 참신하고 도전적인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적어 신선감이 떨어졌다.

물론 비엔날레급 대형 설치작품을 선보이는 '인카운터스'와 아시아의 숨겨진 작가를 발굴소개하는 '디스커버리즈'섹터가 곁들여지긴 했으나 메인 섹터인 '갤러리즈'에서는 이같은 실리추구 전략이 두드러졌다. 막대한 비용을 쓰며 홍콩까지 날아온만큼 매출에 목을 매는 것은 사실 불가피하다. 올해 아트바젤 홍콩의 특징과 변화를 점검해봤다.

[홍콩 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스위스 기반의 다국적 메가 갤러리 하우저앤워스가 아트바젤 홍콩의 하이라이트 작품으로 택해 선보인 필립 거스턴(1913-1980)의 1978년작 'the Desire'.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개인 컬렉터에게 850만달러(한화 약 114억7000만원)에 팔렸다. 2024.03.27 art29@newspim.com

◆조지 콘도, 우고 론디노네,아니쉬 카푸어의 시대=작금의 글로벌 미술계를 리드하는 인기 작가들의 작품이 여러 갤러리에 광범위하게 등장했다. 특히 조지 콘도와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이 다수 출품돼 대세를 이뤘다. 여기에 아니쉬 카우퍼, 알렉스 카츠, KAWS, 바젤리츠 등의 조각과 회화가 여러 화랑에 내걸렸다. 이들 작가 중에서도 조지 콘도와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은 수집가들의 관심이 지대해 판매도 대체로 호조였다. 바야흐로 '조지 콘도와 우고 론디노네의 시대'라 불러도 될정도다.

[홍콩 뉴스핌]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미국의 유명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의 신작 페인팅이 출품된 하우저앤워스 부스. 브래드포드의 이 대형 페인팅은 아시아의 개인 컬렉터가 구입했다. 판매가는 350만달러(47억2325만원). [이미지 제공=하우저앤워스] 2024.03.27 art29@newspim.

얼마 전까지도 글로벌 아트페어의 주인공이었던 게르하르트 리히터와 제프 쿤스, 데미안 허스트 작품이 크게 줄어든 반면 새로운 블루칩 스타가 그 자리를 대체해 세대교체를 보여주었다. 물론 리히터 등의 작품은 가격대가 너무 올랐고, 페어에서 판매할만한 작품이 그리 많지 않은 것도 그 이유다.

◆더 커진 새로운 리딩갤러리의 영향력=최근들어 전세계 미술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하우저앤워스, 화이트큐브, 데이비드즈워너의 영향력이 올들어 더 커졌음을 이번 아트바젤 홍콩에서도 확인됐다. 불과 10년 사이에 이들 화랑은 전통적인 미술시장 최강자였던 가고시안의 아성을 넘어서며 새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하우저앤워스는 아트바젤 홍콩 조직위가 첫날 VIP세일 리포트를 내던 오랜 관례를 깨고, '폐막일 발표'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과는 달리 VIP 개막일 판매성과를 보란듯 공표했다. 바젤측 방침에 아랑곳하지 않고 실적을 공개한 것은 그만큼 성과가 매우 좋았기 때문이다.

[홍콩 뉴스핌] 이영란 미술전문기자=미국의 리만머핀 갤러리는 한국 작가 이불과 미국 작가 데이비드 살르 등 여러 작가의 작품을 첫날 판매했다. 사진은 리만머핀 부스. 오른쪽의 대형 페인팅은 라리 피드만의 2012년 작품이다. [이미지 제공=리만머핀] 2024.03.28 art29@newspim.com

하우저앤워스는 이번에 필립 거스턴의 1978년작 'The Desire'를 850만달러(약 114억7000만원)에 판매한 것을 필두로 윌렘 드 쿠닝의 유화 '무제2'(1986)를 900만달러(121억4500만원)에 판매했다. 드 쿠닝 판매가는 올 아트바젤 홍콩 작품 중 최고가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런데 이같은 'seven figuer'(수백만달러)짜리 최고 블루칩은 대부분 사전판매를 통해 고객으로부터 확약을 받은 뒤에야 '귀하신 작품'을 운송하게 된다. 1,2억짜리 작품도 아니고, 수십억·수백억대 작품을 전시장을 휙휙 둘러보다가 '사겠소!'하며 달려들 고객은 거의 없을테니 말이다.

하우저앤워스는 미국 미술계에서 뚜렷한 예술철학과 탁월한 역량으로 존경받는 작가 마크 브래드퍼드의 신작 'May the Lord be the first one in the car...and the last out'(2023)을 350만달러(약 47억2300만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또 흑인 거장 에드 클락의 2009년작 'Homage to the Sands of Springtime'는 110만달러(14억8000만원)에, 조지 콘도와 팻 스타이어의 작품은 각각 85만달러(약 11억5000만원)에 아시아 컬렉터에게 팔았다. 이밖에 마리아 나스니그 유화 'Secret Love..'(1995)를 65만유로(약 9억4600만원)에 판매했고, 에이브리 싱어, 라시드 존슨, 팔스 게인즈, 폴 매카시, 장엔리, 로니 혼의 작품까지 출품작의 거의 대부분을 첫날 소화했다.

[홍콩 뉴스핌] 이영란 미술전문기자=오스트리아의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가 출품한 이불의 작품 'perdu'. 이불의 작품은 미국 리만머핀 부스에도 걸렸다. [이미지 제공=타데우스로팍]. 2024.03.28 art29@newspim.com

VIP프리뷰 이튿날에도 하우저앤워스는 앤제이 스미스의 2폭짜리 연작 회화 'If Winter comes?'(2023)를 60만달러(약 8억1000만원)에 홍콩 컬렉터에게 판매했고, 바티 커와 카밀 에르노의 작품도 판매완료했다.

한편 오스트리아 화랑인 타데우스로팍은  개막 첫날 토니 크랙의 조각과 마샤 정워스의 회화를 각각 78만5000달러(약 10억6000만원)와 48만7000달러(약 6억6000만원)에 판매했다. 리만머핀 갤러리는 이불, 마릴린 민터, 데이비드 살르의 신작을 각각 19만달러, 17만5000달러, 13만달러에 컬렉터에게 넘겼다. 

데이비드 코단스키 갤러리는 동서양에서 두루 팬이 급증한 사라 휴즈의 회화(34만~39만달러)와 조엘 메슬러, 힐러리 피스, 마타 다이아몬드의 작품을 첫날 판매했다.   

[홍콩 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레비고비 다이안갤러리가 선보인 조지 콘도의 회화. 조지 콘도 작품은 이번 아트바젤 홍콩에 8,9개 갤러리에 출품돼 가장 핫한 작가임을 입증했다. 2024.03.27 art29@newspim.com

물론 가고시안 갤러리의 부스는 예나 지금이나 많은 미술팬이 몰려드는 최고 인기부스다. 판매력도 여전하다. 하지만 컨템포러리 아트의 새 비전과 미래 방향성을 가장 뚜렷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은 하우저앤워스, 데이비드즈워너, 화이트큐브다. 아트바젤측은 하우저앤워스와 데이비드즈워너를 1층 페어장 정중앙에 마주 보고 배치해 '핵심 중의 핵심' 갤러리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들 화랑 바로 옆에는 리만머핀, 타데우스로팍, 화이트큐브, 리슨갤러리에 할애했다. 또 한국의 국제갤러리를 지근거리에 배치했다.

[홍콩 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독일 에스더쉬퍼 화랑이 출품한 안리 살라의 프레스코 회화. 2024.03.27 art29@newspim.com

금년도 아트바젤 홍콩을 위해 하우저앤워스는 20세기 페미니즘 미술을 대표하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 '화가들의 화가'인 필립 거스턴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대형페인팅 'The Desire'를 입구에 걸었다. 하우저앤워스는 또다른 하이라이트 작품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추상표현주의 작가 윌렘 드쿠닝의 유려한 작품도 공개했다. 드 쿠닝은 하우저앤워스가 에스테이트를 직접 관리하고 있지는 않으나 부르주아의 조각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기 위해 선별했다. 또 마크 브래드포드와 조지 콘도, 로니 혼, 니콜라스 파티, 라시드 존슨, 에이버리 싱어, 폴 매카시, 리타 애커만 등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부스를 꾸몄다. 아시아 작가로는 중국의 장엔리와 쩡판츠의 작품을 출품했다.

데이비드즈워너는 보다 혁신적인 부스 구성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쿠사마 야요이의 '인피니티'페인팅과 거장 뤽 티만의 유화도 공개했지만 다나 슐츠, 맘마 앤더슨, 포리타 자바헤라 등의 도전적인 회화와 조각이 나와 시선을 끌었다. 또 홍콩 센트럴 지역의 데이비드즈워너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볼프강 틸만스의 과감한 사진작품도 내걸었다. 

[홍콩 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미국의 톱갤러리인 페이스가 선보인 영국 여성작가 세실리 브라운의 회화. 2024.03.27 art29@newspim.com

◆전통적인 페어 강자들, 노련미 뽐내=미국의 톱 갤러리인 페이스갤러리는 최근 10년간 글로벌 아트마켓에서 작품값이 가장 많이 상승한 여성작가인 영국의 세실리 브라운의 2000년작 '다음날 밤(The Night of the following day)'을 출품했다. 70억~75억원대 회화로 슈퍼컬렉터들을 들썩이게 하는 작품이다. '블루칩 중의 블루칩'인 장 드뷔페, 알렉산더 칼더의 수십억원대 작품도 페이스 부스에서 볼 수 있다. 한국작가인 이우환, 이건용의 페인팅도 함께 내걸었다.

[홍콩 뉴스핌] 이영란 미술전문기자=프랑스의 대표 화랑 페로탕이 2024 아트바젤 홍콩을 통해 선보인 재미화가 이상남의 2019년작 회화 '마음의 형태'. 이상남은 페로탕 서울에서 지난 1~3월 개인전을 개최했다.  [이미지 제공=페로탕갤러리] 2024.03.28 art29@newspim.com

프랑스를 대표하는 화랑인 페로탕 부스에는 일본의 스타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두폭짜리 은박 회화 '프란시스 베이컨에 대한 오마주'가 하이라이트 작품으로 나왔다. 만화 속 주인공같은 기괴한 두 인물이 등장하는 2016년 작품이다. 또 베리 맥기와 JR의 작품도 내걸었고, 최근 인기가 높아진 미스치프(MSCHF)와 오는 4월 베니스 빌모트재단에서 베니스비엔날레 연계특별전을 갖는 '숯의 화가' 이배의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이배는 오는 7월 파리 하계올림픽에 맞춰 페로탕 파리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또 최근 페로탕서울에서 작품전을 가진 이상남의 회화도 내걸어 이 작가를 글로벌 무대에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홍콩 뉴스핌] 알민 레시 갤러리가 아트바젤 홍콩에 출품한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작품. 390만달러(52억7000만원)에 판매됐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3.27 art29@newspim.com

미국의 리만머핀 갤러리도 성능경, 서도호, 이불 같은 한국작가의 작품을 다수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자메이카 태생의 뉴욕작가 나리 워드의 신작 'Peace Walk; Rally' 등이 나왔다. 근래에 화랑명을 다시 바꾼 레비고비 다이안 갤러리는 블루칩 작품인 쿠사마 야요이의 그물망 회화 'Infinity Dots CR(1-3)'를 내걸어 발길을 붙든다. 3폭이 연결된 대형 작품으로 금액은 약 90억~100억원을 육박하는데 VIP 첫날 판매는 불발됐다.

이렇듯 유럽과 미국의 주요 화랑들은 이머징 아티스트 보다는 지명도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불경기를 맞아 검증된 작품 위주로 수집하려는 고객의 보수적 구매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사라졌거나 뜸해진 미술 거장들=불과 4,5년전까지도 아트바젤 홍콩에는 데미안 허스트와 제프 쿤스, 중국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이 넘쳐났다. 또 일본 아티스트들의 작품도 주류를 이뤘다. 한국 작가로는 이우환이 대표주자로, 한국 갤러리는 물론, 여러 외국 화랑들이 경쟁적으로 이우환의 작품을 내걸었다. 그런데 엄청난 대세였던 데미안 허스트와 제프 쿤스, 한국의 이우환 작품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간 듯하다. 물론 이우환의 페인팅은 국내외 몇몇 화랑에 걸려 있긴 하지만 예년의 열광적인 바람은 조금 잦아든 인상이다. 대신 그 자리에 박서보, 이배, 이건용, 하종현, 그리고 이불과 서도호 작가 작품이 여러 갤러리를 통해 선보여지고 있다. 대표주자의 교체인 셈이다. 

[홍콩 뉴스핌] 2024 아트바젤 홍콩의 1층 페어장 정중앙에 차려진 국제갤러리 부스. 외국작가 작품과 함께 박서보 하종현 김윤신 강서경 양혜규 등 우리 작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전판매를 통해 김윤신 작품이 전량 판매되는 등 전반적으로 성과가 좋은 편이다. 2024.03.27 art29@newspim.com

◆높이 살만한 한국 갤러리들의 약진=올해 아트바젤 홍콩에는 40개국에서 총 242개 화랑이 참여했다. 부스비가 아시아권 페어 중에서 가장 높고, 제반비용도 만만치 않아 대형 화랑이 아니고선 참가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한국 갤러리가 10개나 부스를 차리고 외국 정상급 화랑과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한국의 참여화랑 숫자는 아시아 화랑 중 중국-홍콩 다음으로 많다. 게다가 출품작 수준도 예년에 비해 한결 업그레이드됐다. 또 부스 구성, 공간디자인및 디스플레이 등에서도 우리 갤러리들은 일본및 중국-홍콩 화랑에 비해 훨씬 정돈되고, 세련된 편이다.

이번 아트바젤 홍콩은 전체 참여화랑의 절반이 아시아 갤러리인데 한국은 국제갤러리를 비롯해 조현, 학고재, 바톤 등이 페어장 중요 위치에 큰 부스로 자리잡아 K-아트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또 pkm, 리안, 우손, 원앤제이, 아라리오도 1층에 부스를 배정받았다. 국제갤러리는 박서보, 하종현, 김윤신, 양혜규, 강서경, 이기봉, 이희준, 장-미셸 오토니엘, 다니엘 보이드, 줄리안 오피 등을 선보였는데 개막 첫날 작가별로 고루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홍콩 뉴스핌] 숯의 화가 이배의 회화와 입체작품 3점을 묶어 선보인 조현화랑 부스. 인도 컬렉터가 3점을 일괄 구매했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3.27 art29@newspim.com

조현화랑은 이배의 작품 3점을 인도 컬렉터에게 판매했고, 리안갤러리와 아라리오갤러리도 출품작의 절반 이상을 개막 첫날 판매했다. 물론 작년과는 달리 중국과 홍콩의 경기 침체로 인해 VIP오프닝에서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 화랑도 적지 않다. 

◆한국화랑, 인카운터스· 캐비닛 등 특별이벤트에서도 역량 보여=초대형 설치작품을 선보이는 '인카운터스'는 올해 출품작 16점 중 국제갤러리 소속의 양혜규 작품이 포함됐다. 금년도 인카운터스 작품은 스케일은  크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도 보였다. 양혜규의 출품작은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는데 작품 중 '소리나는 우주 동아줄-십이각 금 반듯 엮기'는 해외 유명뮤지엄에서 구입했다.

한편 미술사적 접근을 강조한 '캐비닛(Kabinet)' 부문은 아트바젤 홍콩이 지난 2017년 이 섹터를 신설한 이후 최다 참여인 33개 갤러리가 도전했다. 그 가운데 부산 조현화랑이 야심차게 선보인 '박서보 유작전'은 컬렉터및 미술계로부터 호응이 높았고, 뉴욕타임스 등 해외 유력미디어도 관심을 표명했다. 

한국계 뉴욕 화랑인 티나킴갤러리는 불의의 사고로 타계한 작가 강석호(1971~2021)를 조망하는 캐비닛 기획을 선보였다. 홍콩의 갤러리 뒤 몽드는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백자 특별전을 개최했던 도예가 박영숙의 달항아리및 신작도자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홍콩 뉴스핌] 프리세일을 통해 판매된 이진주의 페인팅. 아라리오 갤러리는 이진주의 회화를 이번 아트바젤 홍콩에 모두 15점 출품했고, 국내외에서 작품을 기다리는 고객이 많아 사전에 모두 판매했다. 2024.03.27 art29@newspim.com

이밖에 영상작품에 주목하는 '필름'부문에는 총 22개 갤러리가 참여했는데 벨기에의 악셀 베르보르트 갤러리는 전속작가인 김수자를 이 부문 참여작가로 내세웠다. 한편 신진작가 발굴전인 '디스커버리즈'에도 한국의 휘슬갤러리가 사진작가 김경태와 함께 참여해 부스를 꾸몄다. 

이처럼 한국의 아티스트와 갤러리들은 이번 아트바젤 홍콩에서 나름대로 두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수퍼스타 작가는 그 숫자가 적고, 층도 두텁지 못한 편이다. 전세계적으로 높은 명성을 구가하며 국제순회전이 끝없이 열리는 쿠사마 야요이, 나라 요시토모, 무라카미 다카시 같은 슈퍼 아티스트는 일본이 (현대미술 마켓이 우리에 비해 작은데도 불구하고) 더 많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쿠사마 야요이의 '인피니티'시리즈와 '호박' 조각 등은 이번 아트바젤 홍콩에서도 아시아 현대미술 중 최고의 블루칩임을 입증했다. 빅토리아 미로는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3점의 선판매 등을 통해 총 1100만달러(약 148억6100만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알민 레시 갤러리는 쿠사마 야요이의 입체작품 '호박'을 390만달러(약 52억7000만원)에 판매했다. 이는 쿠사마 야요이 작품이 대중친화적이기도 하지만 미국 유럽 등지 주요미술관에서 열린 순회전시를 통해 미술사적으로도 그 의미와 가치를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화랑과 미술계, 정부도 힘을 합쳐 더 체계적으로, 더 전략적으로 한국작가를 국제무대(특히 주요 뮤지엄에)에 진출시켜야 할 때다. 우리 작가와 작품의 국제적 비평이 다져지며 현대미술 본 마당에 자리잡게 하는 게 한국 화랑과 문회당국의 당면과제이다. 이를 위해 아트바젤 홍콩같은 특급 페어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않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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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레임덕' 오나…민주당 상·하원 '싹쓸이'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2026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 주도권을 모두 휩쓰는 '블루 웨이브(Blue Wave·민주당 대승의 파도)'를 일으켰다. 3일(현지시간) 밤, 아직 개표가 한창인 가운데 미국 주요 방송사들은 민주당의 상·하원 다수당 석권을 일제히 예측 보도했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이미 과반인 51석 이상을 확보한 데 이어, 하원에서도 과반(218석)을 무난히 넘기는 대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전반기의 성적표 격인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것은 그야말로 '트럼프 심판론'의 압도적 승리였다. 관세 정책과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고물가가 미국인들의 표심을 결정적으로 돌려놓았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미국 미시시피주 코린스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신디 하이드스미스를 위해 지원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대에서 내려오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NBC, CNN, CBS 등 미 주요 방송사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SSRS가 실시해 이날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5%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특히 유권자의 65%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응답했으며, 62%는 고물가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목했다. 유권자 10명 중 4명 이상인 43%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판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소에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상원 승패를 결정지을 핵심 경합주인 조지아, 오하이오, 미시간, 텍사스 4곳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어서며 공화당 후보들에게 뼈아픈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핵심 유권자층의 이탈 징후도 포착됐다. 히스패닉(라틴계) 유권자 중 민주당 지지율은 2024년 39%에서 올해 43%로 반등했다. 이는 불법 이민자 단속 등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이 라틴계 표심의 반감을 사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밤 개표 상황을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간선거 결과를 수용할 의향이 분명히 있다(absolutely willing)"며 민주당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일단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란과의 전쟁이 공화당 선거 패배에 일조했다"고 입장을 밝히는 한편, 민주당이 "터무니없는(insane)" 법안을 내놓을 경우 대통령 거부권(Veto·비토)을 족족 행사하겠다고 강조하며 날을 세웠다. ◆ 입법 주도권 상실… 트럼프 '미스터 비토' 전략과 행정명령 우회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형성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국정 운영 방식은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민주당이 상당한 의석 차로 의회 주도권을 쥠에 따라 주요 국정 과제 관련 입법과 예산안 심의, 인사 청문회 등에서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단 하나의 법안도 통과시키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스스로 '미스터 비토(Mr. Veto)'가 될 것임을 경고해 왔다. 그는 지난 1일 폭스뉴스를 통해 선공개된 뉴욕포스트 팟캐스트 인터뷰 예고편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아마 내가 '미스터 비토'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올린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다 보면 그들도 시간 낭비라는 것을 깨닫고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선거 전부터 이미 패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배수진을 쳤음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8월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출생시민권 및 폴리실리콘 산업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행사에 참석한 모습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러나 거부권 행사만으로는 국가 예산안 타결이나 행정부 국정 운영을 지속할 수 없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에 따라 입법권이 막힌 트럼프 대통령이 고유 권한인 행정명령(Executive Order)에 집착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이미 몇 달 전부터 '여소야대' 정국에 대비해 비밀 대책 수립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러셀 보트 예산관리국장(OMB) 등 핵심 참모진은 지난 4월부터 법률고문실과 협력해 이민 정책, 관세, 주택 비용 감축 등 의회 승인 없이 행정권한만으로 강행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정밀 검토해 왔다. 하지만 행정명령 역시 예산 뒷받침이 없으면 효력이 제한적인 데다, 사법부의 가처분 신청 등에 가로막힐 위험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 레임덕 회기 속 공화당의 '속전속결' 입법전  민주당이 새 의회의 의사봉을 쥐는 내년 1월 3일 전까지,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남아있는 '레임덕 회기' 동안 양당 간의 치열한 입법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선거 패배를 직감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지도부는 레임덕 기간을 활용해 시급한 국정과제와 법안, 공직 인준안을 전격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과제는 당장 내달 11일 만료되는 연방정부 임시 예산안(CR)의 연장 및 2027 회계연도 정식 예산안 타결이다. 다만 상원 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하려면 60표가 필요해, 민주당과의 타협이 필수적이다. 여의치 않을 경우 국방 예산 등 핵심 부처 안을 먼저 통과시킨 뒤 나머지 항목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차선책도 거론된다.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처리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하원 안만 통과하고 상원 군사위원회 안은 계류 중이다. 이 역시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고려하면 협상이 필수적이다. NDAA에는 주한미군 규모 유지, 미 해군 함정 정비·건조 관련 한미 조선 협력 등 한국의 안보 및 통상 이해관계와 직접 결부된 사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국내 산업계와 정부도 초유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불은 연방정부 부채한도(현 41조 1,000억 달러) 상향이다. 한도 도달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를 늘리지 못할 경우 향후 2년 간 국정 수행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를 지렛대 삼아 복지 정책 확대를 요구할 태세다. ◆ 민주당의 대대적 청문회와 '트럼프 가족 비즈니스' 조준… 탄핵 국면 재현되나 상·하원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게 된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실패와 각종 사법 리스크를 향해 대대적인 청문회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의회 조사의 핵심 타깃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 비즈니스다. 출구조사에서도 고물가에 이어 '부패와 사적 이익 추구'가 주요 불만 이슈로 지목된 만큼 민주당의 고강도 조사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저속 셔터로 촬영한 미국 워싱턴DC의 연방 의회의사당. [사진=로이터 뉴스핌] 로이터의 지난 9월 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자산은 집권 2기 들어 가상자산, 드론, 인공지능(AI), 예측시장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약 22억 달러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당은 민간 기업의 경우 대통령 행정권 특권을 이유로 의회의 자료 제출 요구나 소환장 발급을 거부할 법적 명분이 없다는 점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역시 "개원 첫날부터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주요 조사 대상으로는 트럼프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파트너로 있는 '1789캐피털'이 투자한 희토류 스타트업 '벌칸 엘리먼츠'가 거론된다. 이 회사는 투자 불과 3개월 만에 국방부로부터 6억 2,000만 달러 규모의 대출을 승인받아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동 국유펀드와 사모펀드 거래를 이어간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이해충돌 의혹, 대선 기부의 대가로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석유 기업들, 카리브해 바하마 결혼식 비용의 러시아 올리가르히 대납 의혹 등도 파상공세 대상이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함에 따라 과거 1기 임기 당시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1·6 의사당 난입 사태'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 탄핵소추안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실제 대통령 파면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하원에서는 과반(218석 이상) 찬성으로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있지만, 상원 탄핵 재판에서 최종 유죄를 확정하려면 출석 의원의 3분의 2인 67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탈환하더라도 의석은 51석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쳐, 상당한 공화당 상원의원 이탈표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 상원 문턱을 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트럼프 2기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민주당의 파상적인 청문회 공격과 하원의 탄핵 시도, 이에 맞선 트럼프 대통령의 연쇄 거부권 행사와 행정명령 강행이 맞물리며 미국 국정이 극심한 대치와 경색 국면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wonjc6@newspim.com   2026-11-0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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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제2금융·증권사 등 보안 모두 뚫렸다 은행을 시작으로 증권사와 카드사 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해킹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금융사 보안 체계는 외부 공격과 내부 관리 부실 앞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사고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피해를 신속히 차단하는 대응 역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핌은 총 4편의 기획을 통해 업권별 사고 원인과 보안 실태를 규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보안체계 구축과 망분리 규제 개선 및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한다. [서울=뉴스핌] 김양섭·김가희 기자 = 국내 금융권이 한 달 넘게 이어진 연쇄 해킹에 업권을 가리지 않고 뚫렸다. 지난달 1일 신한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공개 이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새마을금고중앙회로 번진 침해사고는 지난달 말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빗썸으로 이어졌고 한양증권에서도 유출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4일 집계한 침해 금융사만 16곳, 유출 정보는 약 10만건이었다. 뚫린 곳은 대부분 핵심 뱅킹망이 아닌 외곽 시스템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사고를 세 유형으로 나눴다. 본인확인 없이 대출신청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던 정보조회 서비스, 기기 접근통제가 빠졌거나 웹 취약점이 있던 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 담당자(RM) 등 직원 업무지원 서비스, 이미 알려진 취약점으로 악성코드가 심어져 고객정보가 담긴 로그파일이 빠져나간 홈페이지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555곳의 자체 보안점검 결과를 공개한 지 2주 만에 증권·보험업권에서 추가 사고가 나오면서 체크리스트 방식 점검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모집인 조회서비스 뚫리자 고객 정보까지…신한 2만5729명·국민 2210명 유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연쇄 해킹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신한은행 사고는 모바일 홈페이지 'M신한'의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서비스였다. 신한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격자는 9월 28일 저녁부터 고객번호 등 입력값을 무작위로 바꿔 넣으며 조회를 반복했고 휴대전화 인증 우회도 시도했다. 8개국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바꿔가며 들어왔고, 은행은 15시간26분 뒤에야 이상을 알아챘다. 유출 고객은 2만5729명이다. 이름·전화번호와 연소득, 산출 대출한도 등이 빠져나갔고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은행 4곳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7개사 사고 가운데 여러 곳에서 동일 공격자로 추정되는 IP가 발견됐고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접근 시도를 받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대출모집인이 지정 태블릿에서 별도 인증서와 생체인증을 거쳐야 업무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고, 농협은행은 모집인에게 내부망 접속 권한이나 별도 업무시스템을 주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은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 'RM 에이전트'와 'PB 에이전트'가 뚫렸다. 지난달 2일 고객 119명 유출을 밝혔다가 26일 재조사에서 고객 1631명과 임직원 460명을 추가로 확인해 피해가 2210명으로 늘었다. 하나은행은 영업지원시스템(ODS)에서 고객 89명의 주민등록번호·주소·직장명 등이 유출됐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AI연구원 교수는 이번 사고를 개별 회사가 아닌 금융권 전반의 구조적 취약점 문제로 봤다. 그는 "이번 사고는 본사가 아닌 외곽 조직이 털린 것이어서 망분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외곽 조직은 업무 편리성이나 직원 복지, 매출 때문에 보안 등급을 의도적으로 낮춰온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인간 해커는 목표를 정해 오래 준비했지만 AI 에이전트는 수천 개가 금융권 전체를 실시간으로 훑다가 취약점을 찾으면 바로 공격한다"며 "관행처럼 해오던 부분을 AI 에이전트가 간파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자체점검 '적정' 대신증권도 뚫려…협력사 연계서버서 3만8490명 유출 대신증권은 지난달 17일 투자일임 비대면 계좌개설 연계서버에서 비정상 접근을 포착했다. 고객 3만8490명의 이름·이메일·주소와 암호화된 계좌번호 등 8개 항목이 유출됐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대신증권은 당국의 12개 항목 자체점검에서 미흡사항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뚫린 연계서버는 당시 점검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업무용 웹 시스템에 외부 IP가 비정상 접근해 일부 업무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고객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했다. 한양증권도 지난달 29일 외부 그룹웨어에 대한 비정상 접근으로 고객정보 15건을 포함한 개인정보 31건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건은 3건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업계는 개인 고객 정보를 직접 다루는 일이 적어 그동안 보안 투자 우선순위가 은행·증권·카드보다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중소형사는 자체 보안 인력을 꾸리기 어려워 전산을 외주에 의존하는 곳이 많은데, 외주업체가 뚫리면 같이 피해를 입는 구조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고가 알려진 뒤 점검 수위가 한 단계 더 올라갔다"며 "외부에 노출된 시스템을 전수 파악해 접근통제를 다시 확인하고 점검 범위를 외주·연계 구간까지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빗썸은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가 뚫려 고객 6444명과 임직원·협력사 직원 715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고객 844명분은 암호화되지 않은 채 노출됐고 주민등록번호·신분증 사본 등이 포함됐다. 빗썸은 당국 자체점검 때 최신 보안패치 적용이 미흡하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 가운데 처음 해킹 유출을 신고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25일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홈페이지와 청약시스템 일부가 침해돼 이름·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 등 홈페이지 서비스 관련 정보가 빠져나갔다. 유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10년 된 데이터베이스 쓰던 예가람 4만3246명 유출…웰컴·현대캐피탈은 닷새 뒤 인지 예가람저축은행에서는 고객 4만3246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규모가 공개된 사례 가운데 가장 많고 상반기 말 거래자(16만2731명)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 중 320명은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거래내역 등 다른 항목까지 빠져나갔다. 해커는 9월 16일 고객정보 서버에 접근했지만 은행은 14일 뒤에야 이를 알아챘다. 국정감사에서는 침해 관련 시스템에 2016년 출시된 구버전 데이터베이스(DB) '레디스(Redis) 3.0.7'이 쓰였고 1년 전 공개된 취약점도 패치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사고 당시 금융보안원 회원사도 아니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11일 대출신청 웹페이지, 15일 모바일 수신서비스 홈페이지가 잇따라 뚫려 고객 250명의 연소득·대출금액 등과 268명의 계좌번호·잔액 등이 유출됐다. 웰컴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은 9월 27일 공격을 받고도 닷새 뒤 금융보안원이 공유한 공격 IP로 접속 기록을 살피다 침해를 확인했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법인 인터넷뱅킹 아이디·대표자 이름 등 2370건(중복 포함)이 유출됐다. 현대캐피탈은 주택대출 모집인 조회페이지가 공격받아 모집인 146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제 홈페이지에서도 회원 400여명의 정보가 빠져나갔고, 중앙회는 약 60시간 뒤 금융보안원이 전달한 의심 IP를 분석하고서야 이를 알았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소장은 최 교수와 달리 뚫리지 않은 회사도 있는 만큼 개별 회사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마다 부가서비스로 했거나 보안을 등한시했던 부분이 계속 뚫리고 있다"며 "금융권도 보안을 비용으로 보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나면 아까운 돈이다 보니 몇 년씩 사고가 없자 늘려야 할 투자를 계속 줄이다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 정보보호 인력 비중은 수년째 10%를 밑돈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7개 업권의 정보기술(IT) 인력 2만7508명 가운데 정보보호 인력은 2654명(9.6%)으로, 은행(8.8%)과 증권(9.5%)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 555곳 중 130곳 '미흡'…패치·인증·관제 기본 항목서 구멍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긴급 자체점검에서 금융회사 555곳 가운데 130곳(23.4%)이 보안패치 미적용, 기술지원이 끝난 노후 시스템 관리 미흡, 24시간 보안관제 미구축, 대외시스템 인증·인가 누락, 다중인증(MFA) 미도입 등 미흡사항을 보고했다. 나머지 425곳은 '적정'으로 보고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14일 "수 차례에 걸쳐 전수점검과 관리 강화를 주문했음에도 금융회사에서 기본적인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매우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권의 이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고 전부터 기본 보안 통제 보완과 외부 접점 악용 주의 등을 전파했고, 긴급 체크리스트 점검 때 필수적인 경우를 빼고 외부 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지만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사고 회사가 유의사항과 자체점검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살피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보험사 등 대형 금융회사도 은행권과 같이 CEO 등 경영진 책임까지 엄중하게 물으라"고 지시했다. 대부업·가상자산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 전자금융거래법 미적용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의 외부 접점을 전수 점검하고, 형식적 점검에 그친 곳은 엄중 조치하라고도 했다. 오는 5일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대 시중은행장·금융협회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AI 해킹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최 교수는 미국·유럽처럼 외부 공격을 가정해 취약점을 찾는 '레드팀' 점검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은 체크리스트로 점검하거나 자기 보고에 의존해 보고할 때는 문제가 없다고 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안 품질을 평가하거나 보안 성과를 공시해 주가에 반영되도록 하면 기업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보안을 투자로 보는 인식과 CEO가 책임지는 구조를 개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지금은 CEO가 아니라 개인정보·정보보호 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사고가 나면 그 사람을 잘라버리면 끝"이라며 "갈수록 AI를 쓴 공격이 늘어날 텐데 이전 보안 시스템으로는 막을 수 없는 만큼 은행도 AI 시스템을 갖춰 미리 방어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ssup825@newspim.com 2026-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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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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