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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소진 프로젝트'공개한 김용익 "내 삶과 예술 함께 종말 맞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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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김용익 '아련하고 희미한 유토피아'전
국제갤러리 부산,서울(한옥)서 근작과 신작 발표
저엔트로피 추구한 '물감소진 프로젝트' 최초공개

[부산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이 화가의 발언은 한줄 한줄이 죄다 시니컬하다. 그런데 흥미롭다. 쉬운 언어로 '툭툭' 던지지만 그 속에 오늘 우리의 삶과 예술, 그리고 예술의 미래를 바라보는 통찰이 녹아들어 있다. 국제갤러리 부산과 서울 한옥에서 '아련하고 희미한 유토피아'라는 타이틀로 지난 15일 개인전을 개막한 화가 김용익(KIM YONG-IK)은 예술과 삶의 '간극'을 좁히고자 골몰한다.

김용익(b.1947)은 "나의 삶과 나의 예술이 같이 종말을 맞았으면 죻겠다. 예술가는 자기 작업의 이론으로부터 자유로와야 한다. 이론의 굴레에 속박 당하지 않고, 삶으로부터도 자유로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그저 머릿 속 궁리일 뿐 하나도 안 된다. 나는 소심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이번에 6년 만에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며 '아련하고 희미한 유토피아'라는 제목을 택한 것은 모더니즘 프로젝트의 꿈이었던 '유토피아'가 실현된 듯 하지만 날로 퇴색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용익은 유토피아라는 달콤한 열매가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고, 개인과 개인·국가와 국가간 계급격차와 제 살 깎아먹기식 카니발리즘적 자본주의의 팽배, 자연의 훼손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했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어두운 그림자가 도처에 드리워져 있고, 끊임없는 전쟁과 테러, 기후위기가 창궐 중이라는 것.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김용익 '침범 당한 유토피아 #17-9' 2017. Acrylic on canvas 182x227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Keith Park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2024.03.15 art29@newspim.com

김용익은 지난 2018년 12월31일을 기점으로 '물감 소진 프로젝트(Exhausting Project)'라는 새 연작을 시작했다.5년째 이어지는 이 프로젝트는 지금 작가에게 남아있는 물감, 색연필 등의 회구(繪具)를 남은 생 동안 모두 소진(消盡)하는겠다는 프로젝트다. "내가 사놓은 물감이 모두 소진되는 순간, 내 인생도 소진됐으면 한다"는 그는 남아있는 물감을 색깔별로 고루 소진하기 위해 화폭을 잘게 나눠 작업한다. 그 결과 작품은 기하학적 도형의 모습이다. 그 자신 어떻게든 이루려 하는 '저 엔트로피적인 삶'에 충실하고자 한 작업인 셈이다.

물론 김용익에게 남은 생의 시간과 그가 확보해둔 물감의 소진시간이 일치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예술과 삶이 딱 맞아떨어지길 꿈꾸며 작가는 결과물로 나온 작품 보다는, 개인과 환경이 상호작용하는 동일한 카테고리 내에서 생태학적으로 기능하는 작업을 도모한다. 이같은 '예술의 삶-되기'는 김용익의 작업 전반을 가로지르는 주제이자 목표다.

미술사학자 정은영은 이를 가리켜 "김용익에게 '탈예술 충동'이 예술 자체를 파괴하거나 소멸시키려는 파괴적 충동이라기 보다는 삶이 품고 있는 소멸의 과정과 죽음의 경로를 받아들임으로써 예술을 살리려는 추동력이 됨을 역설한다"고 평했다.  

일명 '땡땡이(일본식 표현,물방울무늬) 화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김용익은 '땡땡이' 작업의 변주도 시도하고 있다. 부산점 갤러리 중앙에 설치된 '땡땡이 화가의 변신은 무죄?'(2023)는 물방울 이미지를 반전시켜 네거티브 형식으로 그린 두 캔버스를 연결해 프레임을 씌운 후 이를 바닥에 세워놓아 마치 조각처럼 보이게 했다. 각 작품의 좌측 캔버스에는 반전된 물방울 이미지 사이로 '물감 소진 프로젝트' 작업이 드러난다. 작품 타이틀에서도 유추되듯 작가는 땡땡이 화가에서 변신을 꾀했지만 결국은 근작과 신작이 서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김용익 '포장되고 지워진 유토피아 #16-2' 2016. Mixed media on canvas ,112x145.5x4.3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Keith Park 이미지 제공:국제갤러 2024.03.15 art29@newspim.com 2024.03.15 art29@newspim.com

이번 전시에 김용익은 2016년부터 최근까지의 근작 60여 점(부산점 19점, 서울 한옥 40여점)을 출품했다. 그 중 '물감 소진 프로젝트'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땡땡이 화가'로 각인된 그의 작업이 전환을 목도할 수 있는 자리다.

'물감 소진 프로젝트'를 위해 김용익은 보유한 물감들을 캔버스에 가능한 얇게 바른다. 이에 작품은 흐릿하거나 균일해 보이고, 때로는 붓터치가 그대로 드러나 다소 거친 질감으로 표현되곤 한다. 작가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인간의 숙명인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취하는 제의적 창작행위"라고 말했다.

기하학적 도형에 단순한 규칙을 따르는 듯 보이는 '물감 소진 프로젝트'의 조형적 특성 이면에는 보다 광활한 우주변화의 원리에 대한 김용익의 관심이 깔려 있다. 그는 요즘 중국의 철학서 '주역(周易)'과 이 땅의 '정역'에 골몰해 있다.

즉 하늘과 땅, 해와 달, 강한 것과 약한 것, 높은 것과 낮은 것 등 상반된 모든 사물과 현상을 양과 음으로 구분하고 그 위치나 생태에 따른 변화의 원리를 설명하는 동양철학을 탐구 중이다. 양적 팽창을 추구했던 서양의 모더니즘 프로젝트가 실패했음이 드러나는 현 시점에, 그 대안을 찾아 동양사상과 철학으로 시선을 돌린 김용익의 기하학적 도형들은 '주역'과 '정역'에서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상징적으로 만든 '괘(卦)'의 형태와 우주론의 근간인 천원지방(天圓地方), 즉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의 개념에서 빌려온 원과 사각형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김용익 '물감소진프로젝트 24-2: 망막적 회화로 위장한 개념적 회화' 2024, Acrylic on canvas 82 x 100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2024.03.15 art29@newspim.com2024.03.15 art29@newspim.com

김용익이 정역 이론을 참조하는 것은 현대의 삶과 문명을 성찰하고, 예술이 그에 걸맞은 형태로 존재하길 바라기 때믄이다. 최근 전인류가 겪은 팬데믹 상황은 특히 작업의 방향전환을 촉진했다. 인류가 성장, 진보, 발전의 가치에 몰두하느라 팬데믹을 스스로 초래했다고 판단하는 작가는 위기상황에 직면한 지구촌이 진보와 발전, 경쟁과 지배와 같은 양의 가치를 진정시키고(조양調陽) 돌봄과 섬김, 우애와 평등과 같은 음의 가치를 들어올려 율음(律陰)을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캔버스 위에 땅을 상징하는 네모와 하늘과 방위를 상징하는 아홉 개의 원을 배열하여 음과 양의 균형과 조화를 드러낸 작품은 그래서 나왔다.

[부산 뉴스핌] 자신의 신작 앞에서 작업을 설명하는 작가 김용익. [사진=이영란 기자] 2024.03.16 art29@newspim.com

또 설치된 '아련한 유토피아 #17-2'(2017), '침범당한 유토피아 #17-9'(2017), '이것은 답이 아니다 #18-10)'(2018)같은 작업들은 중첩되고 살짝 지워진 물방물 이미지를 통해 작가가 모더니즘 회화의 권위에 '흠집'을 내는 도발적인 작업이다.동시에 예술과 삶의 관계, 예술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성찰해왔음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아련함, 슬픔, 그리움 같은 감정들이 깔려 있어 모더니즘 문명을 비판하긴 하나 그 자신 청년기 모더니즘미술의 유망작가로 꼽히며 그 영향권 아래 있었다는 자각을 확인케 한다.

'절망의 미완수 22-1'(2016-2022)라는 독특한 제목의 작품의 경우 이미 완성한 그림을 검정색 물감으로 덮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덮지는 못하고 격자무늬로 덮어 '소심함'을 드러낸다.

서울점 한옥에서 선보이는 '예술의 가능성에 대한 소심한 긍정(혹은 부정)'(2022) 연작은 '물감 소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종이 위에 아크릴 물감을 옅게 칠한 후 윤이 나는 투명한 액체 재료를 무심하게 흘린 작품이다. 작가는 좁은 면적에 깨알 같은 글자들을 써넣었는데 예술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하는 작가의 '소심한'성찰이 부각되는 대목이다. 스스로 '소심함'을 강조하지만 이는 허무주의가 아니라 자기갱신과 자기부정을 통한 또다른 암중모색이다.

[서울 뉴스핌] 이영란 기자=국제갤러리 서울점 한옥에서 개막한 김용익 개인전 전시전경. [사진 안천호, 이미지제공:국제갤러리] 2024.03.16 art29@newspim.com

한편 김용익은 '정역'의 개념 외에, 미셸 푸코가 설파한 '다른 유토피아'라는 뜻의 '헤테로토피아'도 추구한다. 푸코는 '유토피아는 현실에 없는 이상향이다. 반면에 대안적 유토피아인 헤테로토피아는 가능하다. 누구나 현실을 피할 순 없지만 반공간인 헤테로토피아를 통해 판옵티콘과 같은 사회 규칙과 통제에 저항할 수 있다'고 했다. 김용익 또한 모더니즘 공간 속 이질적 공간을 꿈꾼다. 그것은 예술가의 공간, 자유로운 상상의 공간이다.

이처럼 김용익은 예술과 삶의 일체화와 새로운 답을 갈망하며 끝없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 자신 '예술은 킬링 타임'이라 자조하지만 그 갈망과 실험은 깊고 끈질기다.

김용익은 서울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9년 '대안공간 풀'의 창립에 참여하고 2004~2006년 대표를 역임했다. 1991년부터 2012년까지 경원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미술교육자로 활동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라스트 제너레이션에게, 김용익'(2023), 뉴욕 티나킴갤러리 '후천개벽을 말하다'(2019), 베를린 바바라 빈 갤러리 '이것은 답이 아니다'(2019), 국제갤러리 '엔드리스 드로잉'(2018), 일민미술관 '가까이... 더 가까이...'(2016) 등이 있고, 제5회 요코하마트리엔날레(2014), 서울시립미술관 'SeMA 중간허리 2012: 히든 트랙'(2012),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2010) 등 국내외 주요 비엔날레와 단체전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일민미술관, 도쿄도미술관, 홍콩 M+,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 등 다수의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국제갤러리 부산점과 서울점 한옥에서 동시 개막한 김용익 개인전은 오는 4월 21일까지 계속된다. 무료관람.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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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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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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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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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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