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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소진 프로젝트'공개한 김용익 "내 삶과 예술 함께 종말 맞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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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김용익 '아련하고 희미한 유토피아'전
국제갤러리 부산,서울(한옥)서 근작과 신작 발표
저엔트로피 추구한 '물감소진 프로젝트' 최초공개

[부산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이 화가의 발언은 한줄 한줄이 죄다 시니컬하다. 그런데 흥미롭다. 쉬운 언어로 '툭툭' 던지지만 그 속에 오늘 우리의 삶과 예술, 그리고 예술의 미래를 바라보는 통찰이 녹아들어 있다. 국제갤러리 부산과 서울 한옥에서 '아련하고 희미한 유토피아'라는 타이틀로 지난 15일 개인전을 개막한 화가 김용익(KIM YONG-IK)은 예술과 삶의 '간극'을 좁히고자 골몰한다.

김용익(b.1947)은 "나의 삶과 나의 예술이 같이 종말을 맞았으면 죻겠다. 예술가는 자기 작업의 이론으로부터 자유로와야 한다. 이론의 굴레에 속박 당하지 않고, 삶으로부터도 자유로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그저 머릿 속 궁리일 뿐 하나도 안 된다. 나는 소심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이번에 6년 만에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며 '아련하고 희미한 유토피아'라는 제목을 택한 것은 모더니즘 프로젝트의 꿈이었던 '유토피아'가 실현된 듯 하지만 날로 퇴색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용익은 유토피아라는 달콤한 열매가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고, 개인과 개인·국가와 국가간 계급격차와 제 살 깎아먹기식 카니발리즘적 자본주의의 팽배, 자연의 훼손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했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어두운 그림자가 도처에 드리워져 있고, 끊임없는 전쟁과 테러, 기후위기가 창궐 중이라는 것.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김용익 '침범 당한 유토피아 #17-9' 2017. Acrylic on canvas 182x227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Keith Park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2024.03.15 art29@newspim.com

김용익은 지난 2018년 12월31일을 기점으로 '물감 소진 프로젝트(Exhausting Project)'라는 새 연작을 시작했다.5년째 이어지는 이 프로젝트는 지금 작가에게 남아있는 물감, 색연필 등의 회구(繪具)를 남은 생 동안 모두 소진(消盡)하는겠다는 프로젝트다. "내가 사놓은 물감이 모두 소진되는 순간, 내 인생도 소진됐으면 한다"는 그는 남아있는 물감을 색깔별로 고루 소진하기 위해 화폭을 잘게 나눠 작업한다. 그 결과 작품은 기하학적 도형의 모습이다. 그 자신 어떻게든 이루려 하는 '저 엔트로피적인 삶'에 충실하고자 한 작업인 셈이다.

물론 김용익에게 남은 생의 시간과 그가 확보해둔 물감의 소진시간이 일치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예술과 삶이 딱 맞아떨어지길 꿈꾸며 작가는 결과물로 나온 작품 보다는, 개인과 환경이 상호작용하는 동일한 카테고리 내에서 생태학적으로 기능하는 작업을 도모한다. 이같은 '예술의 삶-되기'는 김용익의 작업 전반을 가로지르는 주제이자 목표다.

미술사학자 정은영은 이를 가리켜 "김용익에게 '탈예술 충동'이 예술 자체를 파괴하거나 소멸시키려는 파괴적 충동이라기 보다는 삶이 품고 있는 소멸의 과정과 죽음의 경로를 받아들임으로써 예술을 살리려는 추동력이 됨을 역설한다"고 평했다.  

일명 '땡땡이(일본식 표현,물방울무늬) 화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김용익은 '땡땡이' 작업의 변주도 시도하고 있다. 부산점 갤러리 중앙에 설치된 '땡땡이 화가의 변신은 무죄?'(2023)는 물방울 이미지를 반전시켜 네거티브 형식으로 그린 두 캔버스를 연결해 프레임을 씌운 후 이를 바닥에 세워놓아 마치 조각처럼 보이게 했다. 각 작품의 좌측 캔버스에는 반전된 물방울 이미지 사이로 '물감 소진 프로젝트' 작업이 드러난다. 작품 타이틀에서도 유추되듯 작가는 땡땡이 화가에서 변신을 꾀했지만 결국은 근작과 신작이 서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김용익 '포장되고 지워진 유토피아 #16-2' 2016. Mixed media on canvas ,112x145.5x4.3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Keith Park 이미지 제공:국제갤러 2024.03.15 art29@newspim.com 2024.03.15 art29@newspim.com

이번 전시에 김용익은 2016년부터 최근까지의 근작 60여 점(부산점 19점, 서울 한옥 40여점)을 출품했다. 그 중 '물감 소진 프로젝트'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땡땡이 화가'로 각인된 그의 작업이 전환을 목도할 수 있는 자리다.

'물감 소진 프로젝트'를 위해 김용익은 보유한 물감들을 캔버스에 가능한 얇게 바른다. 이에 작품은 흐릿하거나 균일해 보이고, 때로는 붓터치가 그대로 드러나 다소 거친 질감으로 표현되곤 한다. 작가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인간의 숙명인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취하는 제의적 창작행위"라고 말했다.

기하학적 도형에 단순한 규칙을 따르는 듯 보이는 '물감 소진 프로젝트'의 조형적 특성 이면에는 보다 광활한 우주변화의 원리에 대한 김용익의 관심이 깔려 있다. 그는 요즘 중국의 철학서 '주역(周易)'과 이 땅의 '정역'에 골몰해 있다.

즉 하늘과 땅, 해와 달, 강한 것과 약한 것, 높은 것과 낮은 것 등 상반된 모든 사물과 현상을 양과 음으로 구분하고 그 위치나 생태에 따른 변화의 원리를 설명하는 동양철학을 탐구 중이다. 양적 팽창을 추구했던 서양의 모더니즘 프로젝트가 실패했음이 드러나는 현 시점에, 그 대안을 찾아 동양사상과 철학으로 시선을 돌린 김용익의 기하학적 도형들은 '주역'과 '정역'에서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상징적으로 만든 '괘(卦)'의 형태와 우주론의 근간인 천원지방(天圓地方), 즉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의 개념에서 빌려온 원과 사각형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김용익 '물감소진프로젝트 24-2: 망막적 회화로 위장한 개념적 회화' 2024, Acrylic on canvas 82 x 100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2024.03.15 art29@newspim.com2024.03.15 art29@newspim.com

김용익이 정역 이론을 참조하는 것은 현대의 삶과 문명을 성찰하고, 예술이 그에 걸맞은 형태로 존재하길 바라기 때믄이다. 최근 전인류가 겪은 팬데믹 상황은 특히 작업의 방향전환을 촉진했다. 인류가 성장, 진보, 발전의 가치에 몰두하느라 팬데믹을 스스로 초래했다고 판단하는 작가는 위기상황에 직면한 지구촌이 진보와 발전, 경쟁과 지배와 같은 양의 가치를 진정시키고(조양調陽) 돌봄과 섬김, 우애와 평등과 같은 음의 가치를 들어올려 율음(律陰)을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캔버스 위에 땅을 상징하는 네모와 하늘과 방위를 상징하는 아홉 개의 원을 배열하여 음과 양의 균형과 조화를 드러낸 작품은 그래서 나왔다.

[부산 뉴스핌] 자신의 신작 앞에서 작업을 설명하는 작가 김용익. [사진=이영란 기자] 2024.03.16 art29@newspim.com

또 설치된 '아련한 유토피아 #17-2'(2017), '침범당한 유토피아 #17-9'(2017), '이것은 답이 아니다 #18-10)'(2018)같은 작업들은 중첩되고 살짝 지워진 물방물 이미지를 통해 작가가 모더니즘 회화의 권위에 '흠집'을 내는 도발적인 작업이다.동시에 예술과 삶의 관계, 예술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성찰해왔음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아련함, 슬픔, 그리움 같은 감정들이 깔려 있어 모더니즘 문명을 비판하긴 하나 그 자신 청년기 모더니즘미술의 유망작가로 꼽히며 그 영향권 아래 있었다는 자각을 확인케 한다.

'절망의 미완수 22-1'(2016-2022)라는 독특한 제목의 작품의 경우 이미 완성한 그림을 검정색 물감으로 덮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덮지는 못하고 격자무늬로 덮어 '소심함'을 드러낸다.

서울점 한옥에서 선보이는 '예술의 가능성에 대한 소심한 긍정(혹은 부정)'(2022) 연작은 '물감 소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종이 위에 아크릴 물감을 옅게 칠한 후 윤이 나는 투명한 액체 재료를 무심하게 흘린 작품이다. 작가는 좁은 면적에 깨알 같은 글자들을 써넣었는데 예술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하는 작가의 '소심한'성찰이 부각되는 대목이다. 스스로 '소심함'을 강조하지만 이는 허무주의가 아니라 자기갱신과 자기부정을 통한 또다른 암중모색이다.

[서울 뉴스핌] 이영란 기자=국제갤러리 서울점 한옥에서 개막한 김용익 개인전 전시전경. [사진 안천호, 이미지제공:국제갤러리] 2024.03.16 art29@newspim.com

한편 김용익은 '정역'의 개념 외에, 미셸 푸코가 설파한 '다른 유토피아'라는 뜻의 '헤테로토피아'도 추구한다. 푸코는 '유토피아는 현실에 없는 이상향이다. 반면에 대안적 유토피아인 헤테로토피아는 가능하다. 누구나 현실을 피할 순 없지만 반공간인 헤테로토피아를 통해 판옵티콘과 같은 사회 규칙과 통제에 저항할 수 있다'고 했다. 김용익 또한 모더니즘 공간 속 이질적 공간을 꿈꾼다. 그것은 예술가의 공간, 자유로운 상상의 공간이다.

이처럼 김용익은 예술과 삶의 일체화와 새로운 답을 갈망하며 끝없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 자신 '예술은 킬링 타임'이라 자조하지만 그 갈망과 실험은 깊고 끈질기다.

김용익은 서울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9년 '대안공간 풀'의 창립에 참여하고 2004~2006년 대표를 역임했다. 1991년부터 2012년까지 경원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미술교육자로 활동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라스트 제너레이션에게, 김용익'(2023), 뉴욕 티나킴갤러리 '후천개벽을 말하다'(2019), 베를린 바바라 빈 갤러리 '이것은 답이 아니다'(2019), 국제갤러리 '엔드리스 드로잉'(2018), 일민미술관 '가까이... 더 가까이...'(2016) 등이 있고, 제5회 요코하마트리엔날레(2014), 서울시립미술관 'SeMA 중간허리 2012: 히든 트랙'(2012),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2010) 등 국내외 주요 비엔날레와 단체전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일민미술관, 도쿄도미술관, 홍콩 M+,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 등 다수의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국제갤러리 부산점과 서울점 한옥에서 동시 개막한 김용익 개인전은 오는 4월 21일까지 계속된다. 무료관람.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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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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