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감성어 사전 11 [ 장미 ]

기사입력 : 2024년05월20일 13:56

최종수정 : 2024년05월20일 13:57

시인 릴케가 사랑했던 장미부터 블레이크의 장미까지
사랑하는 이에게 한 번쯤 선물하는 '꽃 중의 꽃'
때로는 한 송이 장미가 백만 송이 장미보다 강하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오월이 되면 붉은 망토를 걸친 점령군처럼 밀려드는 꽃이 있다. 장미(薔薇)다. 울타리마다 선홍빛 꽃들이 넝쿨을 이루면서 보는 이를 황홀하게 한다. 그 앞에서 시인의 언어는 무력해진다. 황홀한 장미의 자태를 넘어설 수 있는 어떤 시어(詩語)도 떠올리기 힘들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장미는 꽃 중의 꽃이지만 가시가 있다. 그래서 문학에서 여성에 비유되기도 한다. [사진 = 오광수] 2024.05.20 oks34@newspim.com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그토록 많은 눈꺼풀 아래/ 누구의 것도 아닌 잠이고 싶은 마음이여.'

라이너 마이너 릴케는 직접 쓴 묘비명에서 장미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장미 가시에 찔린 것이 원인이 되어 세상과 작별한 시인답다. 그에게 장미는 치명적인 꽃이었다.

'오 장미여, 너는 병들었구나/ 거센 폭풍우 속을/ 날아다니던/ 저 보이지 않는 밤의 벌레가// 선홍빛 쾌락의/ 너의 침대를 찾아냈구나/ 이제 어둡고 은밀한 사랑으로/ 너의 생명을 끊는구나.' - 윌리엄 블레이크 '병든 장미'.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릴케는 묘비명에서 장미를 예찬했지만 죽음의 단초가 됐다. [사진 = 오광수] 2024.05.20 oks34@newspim.com

블레이크는 사랑과 쾌락이 질병과 죽음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장미에 비유했다. 산업사회의 그늘에서 고통받은 여성의 삶을 벌레 먹고 병들어가는 붉은 장미의 운명에 빗대에 노래한 것이다. 우리에게도 한때 영화 제목에 '벌레 먹은 장미'가 등장했던 시절이 있었다.

장미는 바라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일찍이 클레오파트라는 장미 향수를 즐겨쓰면서 장미꽃잎을 띄워놓고 목욕을 즐겼다고 한다. 서태후에게도 장미는 빼놓을 수 없는 미용 제품이었다. 장미는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는 향수와 화장품의 원료다. 세계 어디서든 장미정원은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이 때문에 정원사에게 장미는 중요한 꽃이다. 베르사이유의 장미부터 에버랜드의 장미 등 오월 축제의 한가운데는 장미가 있다.

사랑하는 이에게 장미꽃을 바쳐보지 않았다면 실패한 인생이다. '로미오와 줄리엣'부터 수많은 러브스토리의 중심에 어김없이 장미꽃은 등장한다. 또 많은 명화 속에도 장미는 빠지지 않는다, "다른 이에게 장미를 건네주는 손에는 언제나 여향(餘香)이 있다"라는 중국 속담도 있다. 다섯손가락의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은 비가 오는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소환되는 노래다. 이 노래를 작사·작곡한 리더 이두헌의 매력적인 중저음 보컬과 어우러져 듣는 이를 감상에 젖게 한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밤에 피어 있는 장미는 화사한 햇살 아래서 만나는 장미와는 사뭇 다르다. [사진 = 오광수] 2024.05.20 oks34@newspim.com

이두헌에게 이 노래는 실연의 아픔을 불러낸다. 동국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이두헌은 한 여학생에게 사랑을 고백했다가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정처 없이 걷다가 명동 근처에서 버스에 올랐는데 뒷좌석의 여고생들이 수다를 떨었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수요일." "수요일이어서 비가 오나?" 문득 명동성당 근처에서 빨간 장미를 팔던 할머니도 떠올랐다. 순간 거북선 담뱃갑의 은박지를 뜯어내서 곡을 메모했다. 애당초 다섯손가락의 1집에는 이 노래가 없었다. 어느 날 음반기획자가 2곡이 더 필요하다고 해서 추가로 넣은 노래가 '새벽 기차'와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이었다.

장미가 지천으로 등장하는 노래도 있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수백만 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라고 노래하는 심수봉이 '백만송이 장미'다. 러시아의 가수 알라 푸가초바가 1982년 발표한 곡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 잇달아 리메이크되면서 원곡보다 더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를 감동시키려면 수백만 송이의 장미보다 단 한 송이의 장미와 사랑하는 마음이면 된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장미는 무리지어 피지만 홀로 있을 때도 도도한 아름다움이 있다. [사진 =오광수] 2024.05.20 oks34@newspim.com

올드팬이라면 그룹 4월과 5월이 부른 '장미'의 풋풋한 가사와 멜로디를 기억할 것이다.

'당신에게선 꽃내음이 나네요/ 잠자는 나를 깨우고 가네요/ 싱그런 잎사귀 돋아난 가시처럼/ 어쩌면 당신은 장미를 닮았네요/ 당신의 모습이 장미꽃 같아/ 당신을 부를 때 당신을 부를 때/ 장미라고 할래요.'

이정선이 작곡한 이 노래는 장미가 필 무렵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명곡이다. 듣기만 해도 장미의 향기가 피어날 것 같다.

장미가 있어 위로가 되는 계절, 우리 생에 다시는 오지 않을 5월의 시간이 지나간다.

 oks34@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화성 리튬전지공장 화재 사망 22명·8명 부상...연락두절 1명 수색 중 [화성=뉴스핌] 박승봉 기자 = 24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전지 제조 공장 화재로 22명이 숨졌고 8명이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아직 1명이 연락되지 않아 수색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4일 오전 10시 31분경 경기 화성시 서신면에 있는 일차전지 제조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소방당국 등은 이날 오후 6시24분 현장 브리핑을 통해 현재 사망자 22명, 중상자 2명, 경상자 6명 등 총 3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회사 관계자가 1명이 연락되지 않아 내부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사망자 22명 중 한국인이 2명, 외국인 근로자가 20명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유해화학물질(리튬) 취급 공장에서 화재가 났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다수의 인명피해와 연소 확대를 우려해 이날 오전 10시 51분 선제적으로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진화작업에는 인력 201명과 지휘차 등 장비 71대를 투입했다. 화재가 발생한 해당 공장은 3층짜리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11개 동이 있으며, 연면적은 5530㎡이다. 김진영 화성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초 사망자 1명을 포함해 21명의 시신을 수습해 총 2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대부분의 시신은 아리셀 작업동인 3동 2층에서 대부분 발견됐으며, 회사 관계자가 1명이 연락되지 않는다고 말해 건물 내부에 대한 수색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재발생 소식을 접한 후 즉각 현장으로 출발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날 낮 12시 35분경 화재 현장에 도착해 진압 상황을 살폈다. 김 지사는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조속하게 화재를 진압하고 유해가스 발생을 최소화해 달라"면서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현장에서 활동 중인 소방대원들의 안전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이날 경기도에도 사고 수습과 사후 관리를 위한 준비를 지시했다. 1141world@newspim.com 2024-06-24 18:53
사진
의협, '무기한 전면 휴진' 에둘러 철회 [서울=뉴스핌] 노연경 조준경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오는 27일 진행 가능성을 예고한 의료계 무기한 전면 휴진을 사실상 철회했다. 의협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27일부터 연세대학교 의료원 소속 교수님들의 휴진이 시작된다. 결정을 지지하고, 존중한다"면서, "모든 직역의 의사들이 각자의 준비를 마치는 대로 휴진 투쟁에 동참해나갈 것이다. 이후의 투쟁은 29일 올특위 2차 회의의 결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대한의사협회가 집단휴진에 돌입한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임현택 의협 회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2024.06.18 mironj19@newspim.com 사실상 27일 의료계 전면 무기한 휴진을 에둘러서 철회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임현택 의협회장이 지난 18일 진행한 의료계 총궐기대회 폐회사에서 무기한 휴진을 처음 언급했다. 임 회장은 당시 "의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다른 의료계 주요 인사들도 전체 무기한 전면 휴진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24일 뉴스핌이 시도의사회를 통해 확인한 결과 주요 시도의사회 회장들은 의협의 무기한 휴진에 동참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임 회장의 무기한 휴진 언급 직후부터 의료계 내부에선 항의 목소리가 나왔다. 협의되지 않은 내용을 임 회장이 공개적으로 말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각 지역 개원가를 대표하는 시도의회장들이 "전혀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개원의의 무기한 휴진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임 회장 발언 다음날인 19일 입장문을 통해 "저를 포함한 16개 광역시도 회장들도 임현택 의협회장이 여의도 집회에서 무기한 휴진을 발표할 때 처음 들었다"며 "회원들이 황당해하고 우려하는 건 임 회장의 회무에서 의사 결정의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적 적절성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까지도 각 시도의사회장들의 절차를 따르지 않은 무기한 휴진 반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무기한 휴진은 못하는 게 기정사실"이라며 "만약 사전에 협의가 됐다면 따랐겠지만, 아직까지도 협의된 내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국시도의사회장단협의회 차원에서도 무기한 휴진 진행 관련 우려를 전달했다며 "(우려를 전달한 이후) 추가 논의된 게 없으니 진행해선 안 된다. 진행해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장은 지난 21일 임 회장을 만나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들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히며 "무기한 휴진은 철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의료계 내부의 임 회장 비판에 대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 의견을 표출할 수 있듯이 각 시도의사회장들이 자기 의견을 얼마든지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며 "협회장의 독단 행보에 대한 불만 의견이 나온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이 주도한 첫 파업도 이전에 의협이 주도한 휴진보다 저조한 참여율을 보였다. 18일 당일 병원 문을 닫은 개원의는 14.9%에 그쳤다. 이는 2020년 집단 휴진 첫날 휴진율(32.6%)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김 회장은 "아마 의협 집행부에서 오늘 내일 중으로 27일 전면 무기한 휴진을 에둘러서 철회하는 성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서울대학교병원이 지난 17일부터 돌입했던 무기한 휴진을 중단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06.24 choipix16@newspim.com 한편 당초 지난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개시했던 서울대학교 병원은 이날부로 다시 정상 진료를 시작했다. 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는 지난 21일 교수진 투표를 거쳐 '지속 가능한 방식의 저항'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전체 투표 응답자 948명 중 698명(73.6%)이 휴진 중단을 선택했고, 휴진을 지속해야 한다는 강경 의견은 20.3%(192명)에 불과해 대학병원 봉직의들도 의료계 무기한 휴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여론이 다수이다. 의협은 지속적으로 정부를 향해 ▲의대정원 증원안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의 쟁점 사안을 수정·보완 ▲전공의, 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 및 처분을 즉각 소급 취소하고 사법처리 위협 중단 3대 요구안을 대화 조건으로 제시 중이다. 그러나 지난 22일 첫 회의를 개최한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형식, 의제에 구애 없이 대화가 가능하다는 20일 정부 입장을 환영하며, 2025년 정원을 포함한 의정협의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며 "다음주(26일)로 예정된 국회 청문회 등 논의과정과 정부의 태도변화를 지켜보겠다"고 다소 전향적인 자세를 내보였다. calebcao@newspim.com 2024-06-24 15:32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