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마을 영양, 산나물축제로 '들썩'... '영양 원놀음' 신명 한아름
축제 킬러콘텐츠 '산나물 고기굼터' 초만원
"산나물 축제 주인은 영양군민...'바가지 요금' 이제는 어림없니더. 우리 축제 우리 영양군민 모두가 지켜야안될니껴"
[영양=뉴스핌] 남효선 기자 = 국제밤하늘공원이자 산나물과 고추 등 청정먹거리의 고장인 경북 영양이 산나물향이 빚는 먹거리의 향연에 푹 빠졌다.
'영양산나물축제' 이틀째인 10일. 평일임에도 축제가 펼쳐지는 영양읍 전통시장 거리와 영양군청 앞은 일월산이 선사하는 산나물 향을 찾은 관광객들과 주민들의 발길로 발디딜 틈도 없이 빼곡하다.
[영양=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영양의 '영양산나물축제'의 '원놀음' 길놀이. 2024.05.11 nulcheon@newspim.com |
영양전통시장에 차려진 상설무대에서 현장 즉석 노래자랑대회가 열렸다. 무대 명칭은 '영양 음악싸롱'이다.
산나물향을 좇아 경향각지에서 영양을 찾은 선남선녀들이 노천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노래가락을 유장하게 뽑는다.
칠순을 넘겼을법한 어르신이 무대에 올라 "아련히 보이는 것은 희미한 예엣~사랑~" 나훈아의 '두줄기 눈물'을 절박하면서도 흥겨운 어깨짓과 손짓, 몸짓으로 구성지게 부른다.
관중들이 박수를 보낸다.
사회자가 푸짐한 영양산나물 한 보따리를 상품으로 건넨다.
[영양=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영양군에서 펼쳐지는 '영양 산나물축제'의 '영양 음악싸롱' 즉석 노래자랑대회. 2024.05.11 nulcheon@newspim.com |
문화원으로 이어지는 전통시장 골목길이 풍물소리로 신명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영양지방의 전통 놀이인 '원놀음' 길놀이가 펼쳐진다.
초로의 마을 어르신들로 구성된 '원님 행차단'이 영양고을 현기(縣旗)를 들고 거리를 가득메운다.
그 뒤를 원님이 탄 가마가 따르고 풍물패가 한바탕 신명을 달군다.
전통시장 상설무대 노래자랑대회를 즐기던 관광객들이 '영양 원놀음' 길놀이단을 좇아 축제 무대로 무리지어 이동한다.
영양읍 전통시장으로 들어가는 초입의 복개천에 마련된 축제 주무대 앞은 관광객들로 빼곡하다.
주 무대 앞에 마련된 의자는 빈 곳없이 사람들이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다.
무대 앞 관람석 한 쪽은 트로트 가수 '박지현'의 팬들이 일치감치 자리를 잡았다. 모두들 '박지현'을 상징하는 '엔돌핀'을 새긴 흰 셔츠를 입었다.
[영양=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영양지역에서 전승되는 전통놀이인 '영양원놀음'. 2024.05.11 nulcheon@newspim.com |
오후 2시. 주 무대서 영양의 전통놀이이 '영양 원놀음'이 펼쳐진다.
'영양 원놀음'은 약 400여 년 전부터 영양 지역에 전승되고 있는 유오적(遊娛的) 놀이로서 함경도 북청의 '관원놀음'과 경남 통영의 '사또놀음'과 같은 계통의 놀이이다.
단절됐던 '영양 원놀음'이 복원된 것은 1974년으로 알려졌다. 영양군은 1년여간의 고증을 거쳐 1975년에 영양여고를 전승 단체로 선정했다.영양여고는 교내 축제인 '함박축제'와 영양군민체육대회에서 원놀음을 공연하면서 놀이를 전승했으나 2004년에 중단됐다.
이어 2006년에 영양고추문화축제서 다시 시연되면서 지역의 문화자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7년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영양원놀음보존회'가 출범했다.
영양원놀음보존회는 매년 정기공연을 하는 한편 2007년 경주문회엑스포 초청공연을 시작으로 안동, 울진, 진주 등지에서 초청공연을 통해 원놀음을 선뵀다.
또 2016년 일본 구조오도리 축제 공연을 비롯 베트남경주 호치민엑스포 공연 등 세계무대로 외연을 넓혔다.
'영양원놀음'은 지난 2023년도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문화유산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이어 2024년도 문화재청 미래무형유산 발굴·육성 공모사업에 선정돼 전통 계승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날 '영양원놀음'은 △원남행차 △가마놀이 △원님선출 △노랭이마당 △고추마당 △아낙마당 △ 도둑마당 △ 효 마당 △ 할매마당 등 9개의 마당으로 펼쳐졌다.
[영양=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영양지역서 전승되는 전통놀이인 '영양 원놀음'의 '할매마당'. 2024.05.11 nulcheon@newspim.com |
'바람 난 남편을 찾는' 내용을 담은 '할매마당'이 펼쳐지면서 관람객들은 '원놀음'의 묘미에 흠뻑 빠졌다.
'원놀음' 마당놀이 출연진은 모두 영양지역에 거주하는 일반인들이다. 이들은 특유의 영양지역 생활언어를 풀어가며 축제장을 한바탕 신명으로 몰았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원놀음 길놀이에 사또복식을 차려입고 참가해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과 주민들의 손을 잡으며 감사를 전했다.
[영양=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영양군에서 펼쳐지는 '영양 산나물축제'에서 오도창 영양군수가 전통놀이인 '영양 원놀음' 공연에 앞서 사또복식을 갖추고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2024.05.11 nulcheon@newspim.com |
오도창 군수는 "원님 행차를 통해 주민들에게 문화 향유 기회 제공뿐만 아니라 영양군 고유 무형문화유산인 영양원놀음을 통해 지역 고유문화를 계승·보존하고, 나아가 지속가능한 발전 원동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후 4시가 넘자 영양산나물축제의 킬러콘텐츠로 자리잡은 먹거리 프로그램인 '산나물 고기굼터'는 일치감치 좌석이 동이 났다.
[영양=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영양군의 대펴 봄철 먹거리축제인 '영양산나물축제'의 킬러콘텐츠인 '산나물고기굼터' 2024.05.11 nulcheon@newspim.com |
'산나물 고기굼터'는 '일월산 자생 산나물과 영양 지역 한우'가 어우러진 먹거리 프로그램이다.
누구나 삼삼오오 노천 좌석에서 영양산나물과 영양 한우의 맛을 저렴한 가격으로 한껏 맛 볼 수 있다.
지난 해 축제에서 '바가지 요금' 으로 언론의 질타를 받으며 호되게 혼이 난 영양군은 올해 부군수를 단장으로 '축제 바가지 요금 단속반'을 가동하고 축제장 구석구석을 훝으며 '바가지 상혼' 근절에 발품을 팔았다.
[영양=뉴스핌] 남효선 기자 = 영양군이 산나물 축제장의 바가지 가격 근절위해 축제장 곳곳을 점검하고 있다. 2024.05.11 nulcheon@newspim.com |
축제 주 무대에서 영양군청으로 이르는 거리에는 '영양산나물 판매 부스'와 '영양지역 전통 먹거리' 판매 부스가 손님을 맞느라 분주하다.
부스마다 관광객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가격표를 담은 대형 표찰이 걸려 있다.
부스는 모두 영양지역 산나물 생산 농가이거나, 작목반, 지역 사회단체 들이다.
오후 6시쯤, 몇몇의 부스는 준비했던 '산나물'이 동이나자 부스를 정리하느라 부산한 모습이다.
[영양=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영양군에서 펼쳐지는 '영양산나물축제'의 산나물 판매 부스. 2024.05.11 nulcheon@newspim.com |
"축제의 주인은 영양군민 모두가 주인공이시더. 지난 해 일부 외지 상인들때문에 '바가지 상혼'으로 욕을 많이 먹었는데, 이제는 어림없니더. 우리 영양산나물 우리가 지키고, 우리 축제 우리 영양군민 모두가 지켜야안될니껴"
싱그런 일월산 산나물을 포장지에 넉넉하게 담아 관광객에게 건네는 한 초로의 산나물 판매 부스 주인의 말이 정겹다.
영양산나물축제는 12일까지 이어진다.
nulche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