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 쓰고 안내견 의지해 걸은 학생들
"생각 없이 봤던 안내견, 특별해 보여"
시각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 필요해"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예전에는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을 봐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런데 이번에 직접 체험해 보니까 시각장애가 얼마나 답답한지 느껴졌고, 안내견을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서울 무학중학교 1학년 정다혜 학생은 25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시각장애인 안내견 인식개선 문화행사'에 참여한 뒤 이같이 언급했다.
정 학생은 "지금까지 시각장애인을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교육을 통해 시각장애인과 직접 대화하고, 안내견 체험을 해 보니 장애인을 만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잘 알게 됐다"며 "이전에도 학교에서 장애인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머릿속에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과 삼성화재 안내견학교가 함께 주최한 '시각장애인 안내견 인식개선 문화행사'의 안내견 보행체험 프로그램 모습. 안내견들이 보행 체험 시작 전 대기하고 있다.[사진=조승진 뉴스핌 기자] |
이날 서울시교육청은 제44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와 함께 '시각장애인 안내견 인식개선 문화행사'를 열었다. 시각 장애인이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행사 프로그램은 안내견 훈련 과정 소개, 장애인과 안내견에 대한 인식개선 교육, 시각장애 교사와 학생들 간 대화, 안내견 보행 체험 등으로 이뤄졌다. 서울 소재 초등 5·6학년, 중학교·고등학교 재학생으로 구성된 학생참여단 학생 등 총 100여 명이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안내견 보행 체험은 참여 학생이 안대를 쓰고 안내견 훈련사의 지도에 따라 안내견 줄을 잡고 약 10미터 정도의 직선 길을 왕복해서 걷는 식으로 진행된다.
체험을 마친 창동중학교 3학년 김민찬 학생은 "눈을 가린 채 걷는 게 무서웠지만 안내견과 함께 하니 괜찮더라"며 "이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안내견을 봤지만, 교육을 받은 뒤 보니 특별해 보인다"고 했다. 서울 개봉초등학교 5학년 오승준 학생은 "안내견이 집중해서 길 안내를 해야 하는데, 갑자기 사람이 만지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시각장애를 가지고 서울 중계중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는 윤소향 씨는 이날 학생들과 대화 프로그램에서 안내견과 함께한 뒤 독립성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 씨는 "이전에는 어딜 다녀도 사람에게 의존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안내견) 찬란이와 다니면서 스스로 보행이 가능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학교 내에서도 안내견과 함께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윤 씨는 "학교에서 찬란이는 정해진 자리에 있고, 점심때는 산책도 나간다"며 "길을 걸을 때는 찬란이를 만지면 안 된다고 답하지만, 점심시간에는 아이들이 찬란이를 보고 간식도 줄 수 있게 한다"고 했다.
윤 씨에게 수업을 듣는 이소현 학생은 안내견과 함께하는 교실 생활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이 학생은 "처음 안내견을 봤을 때 생각보다 너무 크고 깨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안내견을 위협하거나 하지 않으면 물지 않는다"고 했다.
유석종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프로는 안내견 인식 개선 교육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 프로는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안내견을 한 마리 개로만 보는 경우가 있는데, 함께 사회생활을 하는 동반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식당에 가거나 택시를 탈 때 거부당하는 경우가 많아 안내견과 함께하는 시각장애인들이 힘들어한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복지법 제40조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공공장소나 대중교통 이용에서 안내견 출입과 이용을 거부하지 못 하도록 돼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시각장애와 안내견을 비롯해 내가 미처 몰랐던 것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아이들에게 알려줄 기회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하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