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 계정 판매자·조직원 등 혐의 부인
검찰, 징역 3~5년 구형…"공갈 범행 방조"
중국서 송환된 제조책 "추후 의견 내겠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이른바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일당의 학부모 협박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포 계정 판매자들이 "신종 범죄가 일어날 줄 예상하지 못했다"며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4일 공갈미수방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등에 대한 1차 공판을 열었다.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서 열린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수사 중간브리핑' 모습. [사진=뉴스핌DB] |
이들은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으나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동의하면서 바로 결심 절차가 진행됐다.
검찰은 카카오톡 대포 계정 판매자 A씨와 B씨에 대해 "각각 1800개, 2100개에 달하는 계정 생성에 필요한 인증번호를 판매해 대포폰 유통에 가담했고 이들이 판매한 번호는 마약음료 범죄에도 사용돼 죄질이 불량하다"며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중국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범죄집단에 가입해 마약음료 제조책 일당의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 C씨와 D씨에게는 징역 3년과 징역 5년을 각 구형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계정 판매 행위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B씨는 "제가 판매한 계정이 범죄에 악용된 점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텔레그램 유저에게 판매했을 뿐 그 뒤에 전문적인 조직이 있어 어린아이들에게 해서는 안 될 범죄를 저지른다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계정 판매 행위로 지난해 3월 구속됐는데 마약음료 범죄는 한 달 후인 같은 해 4월 벌어졌다며 이 부분을 참작해달라고 호소했다.
변호인들도 이들이 마약과 보이스피싱 범죄가 결합된 신종 범죄를 돕는다고 전혀 예견하지 못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한편 이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제조책 이모 씨 측은 기록 열람·등사가 늦어졌다며 다음 기일에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
이씨는 지난 2022년 10월부터 중국에 머무르다가 마약음료 사건 발생 8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국내로 강제송환됐다.
이씨의 지시로 지난해 4월 3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무료시음 행사인 것처럼 속여 중·고등학생 13명에게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마약음료를 마시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범 4명은 1심에서 징역 7~15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중이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