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핵심 당사자로서 용기 내"
낮은 수가·소송 위험성 등 근본 원인 지적
심도 깊은 정책 논의 제안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의 시발점에 있는 필수의료과 사직 전공의들이 직접 목소리를 냈다.
전공의 사직사태는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을 증원해도 필수의료과로 전문의가 오지 않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전공의들의 생각으로 촉발됐다.
18개 상급 종합병원에서 사직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28일 "저희는 전국에 150명 남짓 남아있었던 사직한 소아청소년과(소청과) 전공의들입니다"라는 글로 시작하는 호소문을 냈다.
이들은 스스로를 강북삼성병원·건양대병원·고려대학교 구로병원·대구파티마병원·부산대병원 등 18개 병원에서 사직한 소아청소년과 소속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03.25 choipix16@newspim.com |
이들은 "지속되는 의정 갈등의 핵심 당사자이자 현장에 있는 의사로서 국민에게 저희의 실정과 문제점에 대해 용기를 내어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직접 목소리를 낸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하기 전 10년 이상 임상경력을 가진 전문의들도 낮은 수가로 인해 소청과 진료를 포기하고 상급병원은 적자라는 이유로 전문의 고용을 늘리지 않는 현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늘어나는 의료소송과 신고에 폐원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세상에 처음 나온 아이와의 눈맞춤, 고열에 시달리던 아이가 회복해 지어주는 미소, 매일매일 성장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보람 등 저울로 잴 수 없는 가치들을 위해 저희는 이 길을 선택했다"고 했다.
이들은 "작년부터 시작된 '소아과 오픈런(문이 열리기 전부터 대기하는 것)' 사태는 원가보다 낮은 수가와 환자 수 감소로 인해 소아청소년과들이 폐업하면서 이미 예견된 사태"라며 "정부는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았고 소청과 전문의들의 호소에도 귀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후에 발표된 다양한 소아 의료관련 정책들을 보며 조금은 개선될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으나 올해 2월 정부가 발표한 2000명의 의대 증원을 포함한 필수의료 패키지는 '낙수과'라는 오명과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저희의 희망과 자긍심마저 잃게 했다"고 꼬집었다.
소청과의 의사 부족에 대해서도 "이미 배출된 전문의들이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정책과 정부의 방임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소청과의 고질적인 문제로 낮은 의료수가와 소송 위험부담을 꼽았다. 그러면서 "2000명의 의대생 중 일부가 소청과 전문의가 되어도 이후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는 정책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나은 대안으로 "2000명 중 극소수를 10년 동안 기다리는 것보다 저평가된 수가의 개선과 특수성을 인정하는 정책으로 숙련된 전문의 유입을 시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문제해결 방법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소청과는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환자수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단 1명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필수의료과다. 단순히 수가 위주의 개선이 아닌 진료실과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는 보전을 위한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아울러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월 100만원의 보조금, 일시적인 수가 인상 등을 포함해 매일 검증 없이 쏟아내는 정책들은 현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땜질 처방에 불가하다"며 "소청과를 포함한 필수의료가 붕괴되기 전에 지금과 같은 적극적인 관심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끝으로 "정부는 2000명의 무리한 증원을 고집하는 것보다 증원의 필요성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조속히 실시하여 더 이상의 의료 붕괴를 막아야 한다"며 "필수의료과 특수성에 걸맞은 정책과 보상을 통해 필수의료를 소생시킬 정책을 논의해주길 바란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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