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최초 여성 이사회 의장에 권선주 선임
영어교사·기자 사이에서 고민 끝에 은행 입행
여성 최초 지역본부장·부행장·행장 '금융권 역사'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KB금융그룹이 설립 이후 최초로 여성 이사회 의장을 선임했다. 다름아닌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이다. 권선주 신임 이사회 의장은 '최초'라는 타이틀이 항상 따라다닌다. 여성 대졸 공채 1기, 여성 최초 지역본부장, 여성 최초 부행장, 여성 최초 은행장까지.
2013년 12월 권 의장이 여성 최초 은행장으로 선임됐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초로 여성 은행장이 탄생했다"며 "이런 변화는 단순히 개인의 성공 차원을 넘어서 우리 여성들 앞에 놓인 유리천장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권 신임 의장은 2013년 여성 최초 은행장에 선임될 당시 수많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최초 여성 은행장이란 타이틀 뿐 아니라 은행원으로 입행하게 된 계기, 입행 이후 금융 역사를 새로 써간 권 행장의 인생스토리에 대한 관심이 컸기 때문이다.
권선주 신임 KB금융 이사회 의장 [사진=KB금융] |
권 의장은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인 1978년 대학을 막 졸업하고 기업은행 신입행원으로 입행하기 전 3장의 입사통지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영어교사와 내외경제신문 수습기자, 중소기업은행 신입행원. 연세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권 의장은 신문방송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영어교사나 기자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최종 선택은 은행이었다. 전형적인 '뱅커 집안'에서 자랐던 환경이 영향을 줬다. 기업은행에 입행할 무렵 권 의장의 아버지와 언니가 은행원이었다.
기업은행 입행 이후 권 의장은 유난히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우리나라 은행계에서 '유리천장'(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보이지 않는 벽)을 산산조각내며 금융권에 새 역사를 써내려갔다.
서초남지점장, 외환사업부장, 중부지역본부장, 카드사업본부장, 리스크관리본부장, 금융소비자보호센터장 등 기업은행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고 2011년에는 기업은행 창립 5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부행장, 2013년에는 기업은행 52년 역사상 사상 '첫 여성 CEO 행장'의 자리에 올랐다.
권 행장은 부드럽고 온화한 성품이면서도 뚝심 있게 업무를 추진하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스타일이다. 은행 경력 대부분을 영업 일선에서 보낸 덕분에 현장을 잘 이해하고 디테일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6년까지 3년 간 기업은행장을 역임한 권 의장은 약 8년 만에 금융권에서 KB금융 최초 여성 이사회 의장이라는 또 다른 타이틀을 달게 됐다.
KB금융은 "이번 여성 이사회 의장 탄생은 KB금융의 지배구조 선진화와 이사회의 다양성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KB금융이 추진하고 있는 중장기 전략인 'KB Diversity 2027'의 핵심인 다양성과 포용성 문화 확산을 가속화 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