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시행 2년 차…감형 수단으로 전락
법조계서도 부정적…"공탁 감형 기준 세분화해야"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선고 직전 '기습 공탁'을 하는 감형 꼼수 사례가 늘면서 최근 법조계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검찰과 법원은 수령·거절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피해자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8일 축구 국가대표 출신 황의조 선수의 사생활을 유포하고 협박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황씨의 형수 A씨에 대해 항소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A씨는 선고 전날인 지난 13일 법원에 2000만원의 형사공탁을 했으나 피해자 측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법원도 공탁금을 양형에 반영하지 않았으며, 검찰도 항소 이유에 '피해자들이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면서 피고인에 대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가 기습공탁을 질타하는 사례도 있었다. 음주운전 사고로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 골키퍼였던 유연수 선수의 선수 생명을 앗아간 피고인은 항소심에서 선처를 호소하며 820만원을 공탁했다. 이에 재판부는 "하반신이 마비된 25살 청년에게 820만원을 공탁했다니, 피해자를 약올리나. 조롱하는 것이냐"며 꾸짖었다.
형사공탁이란 피고인이 공탁금(합의금)을 법원에 맡겨 피해자에게 전달하는 제도다. 2022년 형사공탁 특례가 시행되면서,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피고인들이 오로지 감형을 목적으로 '기습공탁'을 남발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기습공탁은 피해자가 재판부에 거부 의사를 전할 시간이 없게끔 선고 직전에 공탁하는 것이다. 제도 도입 초기부터 이 같은 부작용이 잇따르자 최근 법원에서도 공탁에 대한 기계적 감형을 줄이는 추세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기습공탁은 시간상 피해자가 대처할 기회가 전혀 없다"며 "이런 문제가 이슈화되자 재판부에서도 이를 조심스럽게 보고 (공탁에 대한 감형을) 죄명별로 나눠서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공탁금 감형이 적합한 사건인지, 공탁금 수령 의사를 확인해서 반영해야 되는 사건인지 등 사건마다 다르게 평가하고 피해자 의사별로 구분해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슬아 변호사(법무법인 영민)는 "제도 도입 초기에는 기계적으로 공탁 여부가 감경사유로 반영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공론화 이후 재판부에서도 기습공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됐다"며 "공탁을 감경사유로 삼을지에 대해 재판부가 (이전보다) 재량권을 유연하게 발휘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공탁 사실을 법원이나 검찰이 피해자에게 직접 알리고, 피해자가 수령 거부 의사를 서류로 제출하지 않아도 선고 전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과정이 생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과 검찰에서도 기습공탁을 '꼼수 감형'으로 보고 이를 막을 대안을 내놓고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 1월부터 형사공탁 피공탁자(피해자)의 동일인 확인 증명서를 법원과 검찰이 직접 발급하는 '직권 발급제도'를 시행 중이다. 피해자의 공탁금 수령·거절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방침이다.
대검찰청은 공탁금이 납입되면 재판부에 선고연기나 변론재개를 신청하고 피해자의 공탁금 수령 의사를 확인해 재판부에 제출하도록 지난해 8월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아울러 검찰은 재판부에 공탁의 경위와 금액, 범행으로 침해된 법익, 피해자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양형 판단을 해달라는 의견을 개진하도록 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전국 공판부장검사 회의'에서는 기습 공탁이 감형 사유로 반영된 경우 적극적으로 항소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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