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배송 10년 만에 연간흑자 '눈앞'
신세계·롯데쇼핑 영업이익과 '어깨'
의도된 적자, 공격적인 투자로 성과
"성장 가능성 더 열려있다" 자신감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강자 쿠팡이 로켓배송을 시작한 지 10년만에 온·오프라인 통합 제패에 나선다. 이커머스 기업 중에선 절대 1강의 자리를 굳힌 데 이어 소비 침체로 오프라인 매장이 주춤하는 사이 이들의 영업이익까지 넘볼 수 있게 됐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사상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연간 흑자는 지난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지 10년 만이다. 쿠팡은 오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소에 지난해 실적을 공유할 예정이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사진=뉴스핌DB] |
◆로켓배송 10년만에 연간 흑자 달성
쿠팡은 지난해 3분기까지 다섯 분기 연속 흑자를 내며 연간 흑자 달성 기대감을 높였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8748만 달러(약 1146억원)로 전년 동기(7742만 달러)보다 13% 증가했다. 3분기 매출은 61억8355만달러(약 8조1028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21% 증가하며 신기록을 썼다. 쿠팡이 분기 매출 8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3분기가 처음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3억4190만 달러(약 4448억원)로, 지난 4분기 대규모 손실이 반영되지 않는 한 연간 흑자 달성이 확실시 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1447억원의 적자를 낸 쿠팡이 1년 새 5000~6000억원대 흑자로 돌아서는 셈. 연간 흑자는 2014년 로켓배송을 론칭한 이후 10년 만이다.
쿠팡의 지난해 영업이익 규모는 국내 유통 공룡들의 영업이익을 웃돌 전망이다. 지난해 ㈜신세계는 639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이마트가 469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신세계·이마트가 올린 영업이익은 5929억원에 그쳤다. 롯데쇼핑은 5084억원을, 현대백화점은 3035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1분기 사상 처음으로 이마트 매출을 추월한 데 이어 영업이익까지 오프라인 공룡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
쿠팡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활성고객(분기에 한번이라도 구매한 이용자)과 로켓배송과 같은 핵심 비즈니스의 확장으로 수익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쿠팡의 활성고객 수는 2042만명으로 전년(1799만명) 대비 14% 증가했다.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마켓플레이스·로켓그로스) 분야 3분기 매출도 59억6602만 달러(7조8178억원)로 전년 보다 21% 늘었다.
◆김범석 의장 "성장 가능성 더 열려있다" 자신
쿠팡이 10년 만에 대규모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는 점이 주효했다. 쿠팡은 지난 2014년 로켓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배송·수거, 포장 등 당일 배송에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손실을 감안하면서 시장점유율 확대에 공을 들였다. 한 때 누적 적자가 3조원을 넘기기도 했으나 그에 맞서 공격적인 투자도 멈추지 않았다.
쿠팡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후 국내 물류 인프라 확보에 6조2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특히 2021년 미국 증시 상장 이후 2년간(2021~2022년) 약 2조3000억원(19억 달러)을 미국 시장에서 조달해 한국에 투자했다. 쿠팡이 미국에서 조달해 2년간 한국에 투자한 19억 달러는 같은 기간 미국이 한국에 투자한 전체 외국인 직접 투자액(54억6100만 달러)의 35% 수준이다.
이커머스에서 강력한 점유율을 가져 온 쿠팡은 신시장을 공략하며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단계를 밟고 있다. 대만시장 진출과 쿠팡이츠, 쿠팡페이와 같은 성장사업(developing offerings)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41% 늘어난 2억1752만 달러(2850억원)를 기록했다. 쿠팡 측은 이 같은 성장사업의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손실이 1억6082만 달러(약 2107억원)로 작년 동기 보다 1억1700만 달러 늘었는데, 손실이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가 가속화됐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2023년도 유통업체 매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매출 비중이 50.5%로 오프라인 매출 비중(49.5%)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온라인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데 아직 쿠팡의 전체 점유율은 미미해 성장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게 쿠팡의 설명이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여전히 활성고객과 1인당 고객 지출이 상당한 성장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우리 활성 고객은 이제 2000만명이고 여전히 전체 시장점유율에서 한자릿수 시장점유율로, 지갑점유율이 낮다"며 "로켓배송 등과 로켓그로스를 통한 상품 확대로 고객 수와 지출액에서 더 높은 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