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연초부터 제약·바이오 업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는 이종(異種)산업과의 '빅딜' 소식이었다. '한미약품그룹'과 화학·태양광 소재 에너지 사업을 하는 'OCI 그룹', 제과로 이름을 알린 '오리온'과 '레고켐바이오'가 각각 손을 잡았다.
업계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기업들이 통합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도 신약개발에 필요한 탄탄한 자금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제시됐다고 평가했다. 신약개발을 하려면 평균적으로 십수년의 시간이 걸리고 조단위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중기벤처부 김신영 기자 |
국내 주요 제약그룹으로 꼽히는 한미약품조차 OCI와의 주된 통합 이유로 R&D 재원 마련을 꼽았다. 10년 이상 막대한 자금의 투자가 전제돼야 하는 신약개발의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OCI의 지주사인 OCI홀딩스는 2023년 3분기 기준 1조705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R&D 비용을 투자할 자금력은 입증된 셈이다.
하지만 한미약품과 OCI의 통합이 한미 오너 일가의 '집안싸움'으로 번지면서 업계에 드리웠던 희망과 기대감이 사그라들고 있다.
한미약품의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사장은 한미약품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OCI와의 통합을 위해 필요한 신주발행 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고, 통합을 주도한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과의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장·차남 측이 경영 복귀 선언과 함께 이사선임 주주제안에 나서면서 다음 달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 표대결에 한미약품과 OCI 통합의 운명이 걸린 상황이다.
양측이 연일 경영권에 대한 지위를 강조하는 여론전을 펼치는 사이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신약개발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에 경영권 분쟁에 시선이 집중돼 한미약품의 위상과 신뢰가 훼손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열린 가처분 사건 심문기일의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한 OCI홀딩스는 법정에서 "너희들이 더욱 R&D에 매진해 풀지 못한 숙제를 풀어나가라. 더 좋은 신약을 만들어라. 그것이 너희들의 숙제이자, 나에게 줄 수 있는 최대 선물이다"라는 임성기 한미약품 선대회장의 유언을 언급하며 한미약품이 글로벌 R&D 중심의 그룹으로 성장하도록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그룹의 통합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미래 성장 동력 기반을 마련한 좋은 선례가 되려면 임 선대회장의 뜻을 되새겨 타협점을 찾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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