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클린스만호는 4강전에서 역대급 졸전 끝에 패하고 일찌감치 귀국했다. 대한축구협회와 클린스만 감독에 비난이 쏟아졌다. 요르단과 결전을 앞둔 전날 저녁 손흥민과 이강인이 '탁구 충돌'을 벌인 게 외신을 통해 알려졌다. 국민들은 실망에 이어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축구협회는 기다렸다는 듯이 '탁구 충돌'을 시인하고 자세히 설명까지해 '음모론 오해'와 '무책임 가중 처벌'을 받았다. 클린스만 감독 역시 전술 능력 부족에 더해 선수관리 실패라는 원성이 더해졌다. 축구팬 사이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을 비난하거나 두둔하는 논쟁이 벌어졌다.
'탁구 충돌'은 두 선수가 사과하고 뉘우칠 일이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축구선수이면서 감정의 인간이다. 주장 손흥민은 후배들의 탁구가 못마땅했을 수 있다. 막내 이강인은 긴장을 풀기 위해 해오던 탁구를 즐긴 게 뭔 죄냐고 억울해할 수 있다. 둘 간의 묵은 갈등의 폭발로 볼 수 있다.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날렸다는 사실만으로 '아시안컵 부진'의 죄를 씌우며 혼내는 건 한국축구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카타르 아시안컵을 마치고 귀국한 클린스만 감독. [사진 = KFA] |
'탁구 충돌'이 벌어진 후 감독, 축구협회, 언론의 무책임한 행태는 짚어봐야 할 일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력 부진의 탓을 '탁구 충돌'로 돌렸다. 요르단전 패배는 손흥민과 이강인의 경기력 부진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선수에게 패인을 돌리는 사령탑의 무책임한 변명이다. 축구협회는 다시는 이런 감독을 데려오는 일이 없도록 투명하고 꼼꼼한 인선 체계를 갖추고 계기로 삼아야 한다.
16일 열린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모습. [사진 = KFA] |
축구협회 행보는 충격적이다. 영국의 스포츠 전문지도 아닌 대중지인 '더 선'은 아시안컵 취재도 안한 언론인데 '탁구 충돌'을 상세하게 전했다. 축구협회는 곧바로사태를 인정하며 자세히 설명도 덧붙였다. 국내 언론이 인용보도하는 과정에서 축구협회 추가 폭로가 이어졌다. "고참급 선수들이 클린스만 감독에게 이강인을 출전 명단에서 제외시켜 달라 했다"는 등 축구협회의 입을 통해 '탁구 충돌'의 파장이 확대 재생산됐다. 황당한 축구팬은 축구협회가 비난 여론을 돌리기 위해 영국 언론에 흘린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대표팀 선수를 보호하고 관리해야할 축구협회가 국민들에게 '선수들이 잘못했다'고 고자질했다.
국내 일부 언론은 '탁구 충돌'과 본질적으로 관계 없는 선정적 기사를 쏟아냈다. 손흥민의 막내 시절의 선배들에 깍듯했던 모습을 조명하며 '이강인의 주먹질'과 비교했다. 요르단전 당일 그라운드에서 물병놀이를 하는 이강인, 설영우, 정우영의 모습도 온라인에 퍼졌다. 마치 손흥민 손가락 탈구를 부른 '죄인 3인방'의 철없는 행동으로 오해를 부르기에 충분했다. 누리꾼들은 "물병게임 실화냐" "주장이 손가락 다쳤는데" "반성도 없다" 등 비난이 들끓었다. 암초에 걸린 한국 축구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감정 소모'를 불러일으켰다. 한국 축구의 핵심 선수인 손흥민과 이강인의 싸움을 부추긴 셈이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