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알면서 투자자에 1348억 규모 펀드 판매 혐의
"사기죄 기망으로 볼 수 없어"…자본시장법도 무죄
장하원 "투자자들께 죄송…투자금 회수 위해 노력"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1000억원대 부실 펀드를 판매해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혐의로 기소된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규홍 부장판사)는 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 대표와 투자본부장 김모 씨, 운용팀장 김모 씨,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법인에 1심과 같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디스커버리펀드' 장본인 장하원 디스커버리 자산운용사 대표가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남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3.11.24 whalsry94@newspim.com |
재판부는 "금융투자 상품을 어떻게 설정하고 운용할지는 자산운용사의 재량"이라며 "신규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금을 지급하는 구조는 돌려막기 형태로 볼 수 있지만 신규 투자금을 환매금으로 사용하도록 설정하고 운용한 것이 수익률 저하나 원금 손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수익률 저하나 원금 손실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들었다면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를 판매사나 투자자들에게 설명·고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부작위에 의한 기망으로 인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라 볼 수 없고 피고인들이 펀드 투자제안서에 펀드 위험 유형 기재를 누락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허용했다고 볼 수 없다"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죄도 무죄로 판단했다.
장 대표는 선고가 끝나고 취재진과 만나 "여러 수사기관, 감사기관에서 방대한 자료들이 제출됐는데 꼼꼼히 살펴보고 검토해서 이런 판결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투자자들께 죄송하다. 그분들의 금전적 손실은 물론이고 오랜 기간 마음에 큰 상처를 입으신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건 발생 이후 약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투자금 회수를 위해 모든 가능한 방안들을 강구해오고 있고 지금까지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 대표 등은 2018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미국 P2P 대출채권이 부실하다는 것을 알면서 고수익이 보장되는 안전한 투자라고 속여 국내 투자자 370여명에게 1348억원 상당의 펀드를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9년 3월경 미국 자산운용사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연 4.2%의 기대수익이 발생하는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속여 투자자 19명에게 132억원 상당의 글로벌 채권펀드를 판매한 혐의도 있다.
디스커버리 펀드는 2017~2019년 4월 하나은행과 IBK기업은행, 한국투자증권 등 시중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판매됐다가 부실 문제가 불거지면서 2562억원 규모의 환매가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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