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업무표장 그려진 주차표지판 3개 구매해 본인 차량에 부착
1·2심 위조죄 인정해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일반인들이 표지판이 부착된 차량을 '검찰 공무수행 차량'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해도 각 검찰 업무표장이 증명적 기능을 갖추지 못한 이상 이를 공기호라고 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공기호위조, 위조공기호행사 혐의로 기소된 강모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강씨는 2020년 11월 초순 온라인 구매사이트에서 검찰 업무표장이 그려진 주차표지판 3개를 구매했다.
3개 중 '검찰 PROSECUTION SERVICE'가 기재된 2개의 표지판에는 각각 강씨의 휴대전화 번호, '공무수행'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검찰 PROSECUTION OFFICE'라고 기재된 나머지 1개의 표지판에는 강씨 본인의 승용차 번호가 적혀 있었다.
검찰은 강씨가 위조 공기호를 행사할 목적으로 검찰청 업무표장을 위조한 뒤 위조한 표지판 3개를 본인 소유의 승용차에 부착하고 다니면서 이를 행사했다고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강씨가 차량의 앞·뒷면에 부착해 사용한 각 표지판은 일반인에게 검찰 공무수행 차량과의 동일성 혹은 관련성을 오인하기에 충분했다"며 강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강씨는 기성 완제품을 단순히 구매한 것이 아니라 판매자에게 주문할 때 표지판에 넣을 마크를 고르고 개인 휴대폰 번호·차량 번호를 작성·전달해 각 표지판에 새기도록 했다"며 "상품주문 및 제작의뢰, 정보 전달 등을 통해 각 표지판이 제작·완성된 이상 위조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강씨는 회사 동료에게 '검찰청에 근무하는 검사 사촌 형이 차량을 빌려 갔다가 부착한 것'이라는 취지로 거짓말하고, 경찰 조사 당시에도 2016년 서울중앙지검에 방문해 기념품으로 받은 것을 부착한 것이라거나 '중앙지검에 근무하는 사촌 형이 차량을 빌려 가 부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씨는 해당 표지판들을 진짜인 것처럼 사용할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또 실제 강씨가 검찰 수사 당시 '주차가 돼 있을 때는 사람들이 검찰 공무수행 차량으로 오인했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해당 표지판들은 검찰 공무 수행 차량임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되는 '공기호'에도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각 표지판에 사용된 검찰 업무표장은 검찰수사, 공판, 형의 집행부터 대외 홍보 등 검찰청의 업무 전반 또는 검찰청 업무와의 관련성을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 이것이 부착된 차량은 '검찰 공무수행 차량'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기능이 있다는 등 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일반인들이 각 표지판이 부착된 차량을 검찰 공무수행 차량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해도 각 검찰 업무표장이 이같은 증명적 기능을 갖추지 못한 이상 이를 공기호라고 할 수는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