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그룹 체질개선...'파이낸셜 스토리' 재조정 시각도
"무리한 지분투자 매각, 정상화·내실화 다질듯"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작년 말 인사를 통해 SK그룹 최고협의기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올라선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경영 쇄신에 고삐를 죄고 있다. 무리한 지분투자와 SK온 적자 등으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SK그룹에서 최창원 부회장이 총대를 메고 조직정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2월부터 한 달에 한 번 평일에 열리던 '전략글로벌 위원회 회의'를 격주로 토요일에 열기로 했다. 이 사장단 회의에선 최창원 부회장을 중심으로 SK(주)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핵심 계열사 사장이 모두 참석해 그룹 경영 전반을 논의한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사진=뉴스핌DB] |
SK수펙스추구협의회 측은 토요일에 사장단 회의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 "임원들의 바쁜 일정으로 불가피하게 토요일에 회의를 개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에선 무리한 투자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SK그룹이 최창원 부회장을 필두로 그룹의 체질개선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SK그룹 계열사 중 재무적 관점에서 가장 크게 관심받고 있는 곳은 SK온이다. SK그룹에서 배터리사업을 하고 있는 SK온은 사업 초기 단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태다. 하지만 흑자전환이 예상보다 늦어지며 추가적 재원 마련책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석희 SK온 사장은 최근 연간 흑자를 낼 때까지 연봉의 20%를 반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임원들에겐 오전 7시가지 출근하라고 권했다. 이 사장의 이 같은 움직임은 토요일에 사장들을 소집해 회의를 개최하는 최창원 부회장의 움직임과 궤를 함께한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SK그룹이 양적 투자를 통해 무리하게 그룹 리스크를 키웠다면, 최창원 부회장과 같은 관리형을 전면에 내세워 관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면서 "최태원 회장이 직접 나설 경우 그룹의 리스크가 너무 강조될 우려가 있는데 최창원 부회장의 경우 그 부담이 적은 반면 오너의 의중이 경영진에게 전달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SK서린사옥 전경. [사진=SK] |
이에 일각에선 SK그룹이 경영진에 고삐를 죄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SK그룹이 무리하게 확장해 사들였던 지분들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파이낸셜 스토리'의 전면 재조정이 시작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21년 SK(주)는 2025년 첨단소재와 바이오, 그린, 디지털 등 4대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2025년까지 시가총액 140조원의 '전문가치투자자'로 진화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은 '파이낸셜 스토리'를 공개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그룹 파이낸셜 스토리의 핵심은 지분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를 올리겠다는 것이었지만, 결국 내실 다지기엔 실패하고 방만 투자로 이어졌다"면서 "향후에 투자한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그룹 정상화, 내실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