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상대 1심 일부 승소→패소로 뒤집혀
"소송보다는 해명·재반박 통해 극복해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전 법무부 장관)이 '해운대 엘시티(LCT)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한 전직 기자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0-2부(김동현 이상아 송영환 부장판사)는 1일 한 위원장이 경제지 출신 기자 장모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1심과 달리 원고 전부 패소로 판결했다.
1심은 장씨의 일부 발언이 한 위원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지만 항소심은 한 위원장의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2.01 leehs@newspim.com |
이날 재판부는 "원고(한 위원장)가 엘시티 수사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피고(장씨)도 인정하고 있다"며 "게시글의 후반부 표현과 원고의 입장문 발표 등 전후 문맥을 종합해 보면 원고가 엘시티 수사에 관여하지 않았음을 전제로 적절히 관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에 그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엘시티 수사에 대한 구체적 권한을 부여받지 않은 것은 사실이고 원고 개인의 입장에서 피고가 제기한 비판과 의혹 제기에 대해 억울함과 분노를 느끼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언론으로서는 원고가 엘시티 수사에 대한 추상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주요 수사기관 담당 고위공직자로 직무를 성실히 수행했는지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며 "비판과 견제의 대상이 되는 공직자인 원고는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라 그러한 비판에 대해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 극복해야 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언론의 감시와 비판을 제한하려고 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장씨가 지난 2021년 3월 엘시티 수사와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글과 유튜브 개인방송에서 한 발언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며 같은 해 4월 장씨를 상대로 1억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장씨는 2021년 3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렇게 수사를 잘 한다는 한동훈이가 해운대 엘시티 수사는 왜 그 모양으로 했대? 초반에 대대적으로 압색(압수수색)해야 한다는 윤석열이는 왜 엘시티에선 아무 것도 안 했대?'라는 글을 올렸고 이후 같은 취지의 주장을 계속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당시 서울에 근무 중이어서 부산지검이 진행한 해운대 엘시티 수사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고 대구 및 대전고검 근무 중이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현 대통령)도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부산지검은 엘시티 실소유주인 이영복 씨가 분양권을 정·재계 로비 수단으로 썼다는 특혜 의혹에 대해 2020년 10월 분양계약자 중 2명을 제외한 41명을 무혐의 처분하면서 봐주기 수사 지적을 받았다.
1심은 장씨가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에 대해서는 "공직자에 대한 감시·비판·견제라는 정당한 언론활동의 범위를 벗어나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이라고 보기 부족하다"며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반면 장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린 동영상에서 '당연히 한 위원장도 엘시티 수사를 할 수 있었는데 아무것도 안 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한 위원장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의 오랜 법조기자의 경력과 이를 신뢰해 영상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관점에서 볼 때 원고가 해당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수사(지휘) 권한과 책임이 부여된 적이 있음에도 임무를 방기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며 한 위원장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금전 배상으로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장씨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도 고소했으나 검찰은 2021년 12월 혐의 없음(증거불충분) 및 '죄가 안 됨' 처분을 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