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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블랙리스트' 김기춘, 파기환송심서 징역 2년으로 감형..."재상고할 것"

기사입력 : 2024년01월24일 16:54

최종수정 : 2024년01월24일 17:46

"이념적·정치적 성향에 따라 문화예술계 차별적 지원"
조윤선 前 정무수석 징역 1년2개월
김종덕 前 문체부장관 징역 1년6개월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박근혜 정부 당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으로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6-1부(원종찬 박원철 이의영 고법판사)는 2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징역 1년2개월을,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징역 1년6개월,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은 각각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이 고령이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는 점, 조 전 수석이 미결수 신분으로 약 1년2개월간 수감생활한 점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박근혜 정부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4일 오후 파기환송심 선고를 받고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을 나서고 있다. 2024.01.24 leemario@newspim.com

재판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출판진흥원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공모사업 신청자 명단을 송부하게 한 혐의 등에 대해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은 문체부 지시에 협조할 의무가 있는 만큼 피고인들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성립요건 중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2015년 특정 작품을 예술영화 지원사업에서 배제시킨 혐의와 같은 해 특정 신청도서를 세종도서 선정에서 배제시킨 혐의 등에 대해서도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기속력이 발생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나머지 혐의들에 대해서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장기간에 걸쳐 문화예술계에서 이념적 성향과 정치적 입장 등에 따른 차별적 지원을 했고 이로 인해 문화예술계 종사자 다수는 상당한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이로 인해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적 재생산 기능을 저하하고 국민의 신뢰 역시 크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김기춘 피고인의 경우 오랜 공직경험을 갖춘 법조인이자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으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함에도 이 사건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실행했다"며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이 이미 약 1년6개월간 수감생활을 한 점, 오랜 기간 공직자로 일하면서 국가를 위해 공헌하고 여러 차례 훈장을 받았던 점, 80대 고령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판결 직후 취재진을 만난 김 전 실장은 "재상고해서 다시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문화예술계가 좌편향 돼 있어 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하자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등에게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을 지닌 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라며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 전 수석은 블랙리스트 대상자를 선별해 교육문화수석실에 통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해당 지원배제 명단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을 통해 문체부에 전달돼 실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정치권력에 따라 지원금을 차별해 헌법 등이 보장하는 문화표현과 활동의 권리를 심각히 침해했다"며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인정하지 않았던 부분까지 추가로 유죄를 인정하면서 징역 4년으로 형을 가중했다.

조 전 수석도 1심에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직권남용죄에 관한 법리 오해와 심리 미진을 이유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jeongwon102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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