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전 특별검사 사임으로 재판 지연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파기환송심이 약 2년 6개월만에 재개됐다.
서울고법 형사6-1부(원종찬 박원철 이의영 고법판사)는 12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 7명에 대한 파기환송심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2021.10.28 photo@newspim.com |
재판이 지연된 이유는 특검법 때문이다. 특검법 14조는 '대통령은 특별검사가 사퇴서를 제출하는 경우 임명절차에 따라 후임검사를 임명해야 한다. 이 경우 후임 특별검사는 전임 특별검사의 직무를 승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2021년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사임하면서 후임검사가 임명되지 않아 공소유지가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특검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특검이 공소제기한 상고심 판결이 선고됐으나 확정되지 아니한 중에 특별검사와 특별검사보가 모두 궐위된 때에는 해당 사건은 관할 검찰청 검사장에게 승계된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이날 재판에는 검사장 대신 남철우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와 김일권 수원지검 안산지청 부장검사가 직무대리검사로 출석했다. 피고인 측은 직무대리검사가 공소유지를 하는 것에 이의가 없다고 밝혔다.
변호인들은 "이 사건은 오랜 기간을 거쳐 법리적 판단을 받았으며 피고인들의 책임 없이 재판이 지연됐다"며 신속한 재판을 요청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8월 30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문화예술계가 좌편향 돼 있어 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하자 청와대 정무수석과 교문수석 등에게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을 지닌 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라며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 전 수석은 당시 블랙리스트 대상자를 선별해 교육문화수석실에 통보한 혐의 등을 받는다. 해당 지원배제 명단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을 통해 문체부에 전달돼 실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정치권력에 따라 지원금을 차별해 헌법 등이 보장하는 문화표현과 활동의 권리를 심각히 침해했다"며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고,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인정하지 않았던 부분까지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으로 형을 가중했다.
조 전 수석도 1심에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지원배제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만 각종 명단을 송부하게 한 행위나 공모사업 진행 중 수시로 심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게 한 행위까지 직권남용죄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것은 잘못이 있다"며 직권남용죄에 관한 법리 오해와 심리 미진을 이유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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