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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메가클러스터로 다시 주목받는 '리쇼어링' 정책

기사입력 : 2024년01월17일 11:53

최종수정 : 2024년01월17일 11:55

30년 오프쇼어링 매력 감소…AI·자동화로 국내 이점↑
일자리 기대한 지자체, 인허가 완화하며 적극 유치
"공급망 위기를 극복·보완할 유일한 현실적 수단"

[서울=뉴스핌] 온종훈 정책전문기자 =경기도 남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단지인 메가클러스터 조성계획이 발표되면서 '리쇼어링'(re-shoring)정책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리쇼어링은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타이 등 인건비가 싼 지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오프쇼어링에 (off-shoring)에 대한 반대개념으로 생산기지를 다시 국내로 불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위기 당시 미국이 제조업 공동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주창되었다가 2016년 대선국면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슬로건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반도체 관련)'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2024.01.15 yooksa@newspim.com

리쇼어링 정책이 특히 우리나라처럼 수출입으로 먹고사는 국가에 주목받게 된 것은 2020년 코로나위기 발생이후부터다. 이를 전후해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서 당장의 비용 절감보다 팬데믹과 자연 재해 등 돌발적인 위험상황을 피할수 있는 방안으로 생산 기지를 국내에 두는 것이 훨씬 이점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생산설비 유치에 따른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데다 경제적 부가가치까지 고려해 인허가나 세제 등 각종 지원을 통해 적극 유치한다는 입장이다. 외국인직접투자(FDI)보다 자본이 이탈할 우려가 작다는 것도 큰 이점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2047년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민간기업이 622조원을 투입하는 메가클러스터 조성계획을 밝혔다. 이 계획은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건설로 650조원 생산 유발 효과와 350만명의 고용창출효과가 기대된다. 정부는 이 기간동안 인프라·투자 환경 조성, 반도체 생태계 강화, 초격차 기술 및 인재 확보 등을 지원한다.

반도체에 있어서 미국, 중국 등 주요 해외거점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거나 분할해갔던 지금까지의 흐름과는 반대로 국내에 있는 기존 주요 생산거점을 확대하고 반도체 설계, 연구부터 소재·부품 등 관련 기업들을 유치해 부분적으로 자급 형태의 종합 생산기지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세계화의 흐름속에서 붐을 이뤘던 '오프쇼어링'이 최근 '리쇼어링'으로 바뀐 것은 이전 국가에서 저임금의 매력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임금 국가에서 근로자들의 임금이 빠르게 증가하는 데다 노사분규 등으로 상대적 저임금을 유지하는 데 따른 관리 비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등의 생산기술이 채택되면서 임금을 제외하고 본국에서 생산비용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생산기지의 본국 이전을 다시 부추기고 있다. 

반도체는 지난 2019년 일본이 우리의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에 불만을 품고 조치한 반도체 산업 수출입규제인 '소부장사태'를 시작으로 최근 미국과 중국 주요2개국(G2)간의 외교안보 갈등이 고조되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의 시안 SK하이닉스는 중국의 우시와 다롄 등에서 낸드플래시와 D램 메모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상대적 열세에 있는 시스템반도체의 생산설비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두고 있다. 

여기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로 반도체 등 첨단기술 확보와 상용화를 위해 국가차원의 지원에 나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도 반도체 소재부품 분야의 강점을 바탕으로 반도체 생산설비 재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의 글로벌 반도체시장의 특성상 어느 국가도 100% 자립적인 형태의 반도체 생산을 불가능하다. 그러나 고도의 기술로 특화된 국가와 기업간에 글로벌 가치사슬(밸류체인)로 엮여 있기때문에 국가간 관계가 틀어질 경우 이를 대체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반도체의 경우 해당부품과 공정 중 한 국가의 시장 점유율이 65%이상 차지하는 것으로 기술과 품목이 50여개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리쇼어링을 드러내놓고 말하면 무역분쟁의 소지가 있다"면서 "그러나 반도체에 있어서 생산기지의 국내이전은 지금같은 공급망위기를 극복 보완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3년이나 걸리던 인허가 기간을 10개월로 단축해 지난해 9월 착공한 현대차 울산공장의 전기차(EV) 라인 사례에서 나타난 울산시의 노력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전했다.      

 ojh11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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