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미국 행정부가 긱(Gig) 노동자 등 일부 독립사업자를 피고용자로 인정하도록 강제하는 새 노동규칙을 발표했다.
이 규칙은 운송, 제조, 의료 및 앱기반 긱 서비스 등 계약 노동과 프리랜서에 의존하는 업체들의 노동 비용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긱 노동자는 고용주의 필요에 따라 단기로 계약을 맺거나 일회성 일을 맡는 초단기 근로자를 말한다. 온라인 중개 플랫폼을 매개로 주로 배달이나 대리운전, 택시운전 등 비상시적이고 비정기적인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가 긱 노동자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새 규칙은 근로자가 경제적으로 한 기업에 종속적일 경우에 독립계약자가 아닌 피고용인으로 간주하도록 하고 있다. 자신의 사업을 소유하거나 경쟁사를 위해 일할 경우에는 독립사업자로 간주하도록 기업체에 유리하게 돼 있던 트럼프 행정부 때의 규칙을 바꾼 것이다.
새 규칙은 3월 11일 발효한다. 새 규칙은 피고용 근로자의 범위를 놓고 법원이 오랫동안 인정한 기준을 채택했다. 즉 기업이 근로자에게 행사할 수 있는 통제권의 범위, 또 업무가 기업 사업의 불가결한 부분인가 등을 독립사업자로 보느냐 근로자로 보느냐의 판결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노동부는 새 규칙이 발효되더라도 근로자를 재분류할 기업은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비용 절감을 위해 고의로 근로자를 독립사업자로 분류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다.
새 규칙에 따른 긱 노동자의 범위는 독립사업자를 매우 좁게 인정하는 캘리포니아주 등 일부 주의 임금법에는 못 미친다.
줄리 수 노동장관 대행은 기자들에게 근로자를 직원이 아닌 사업자로 잘못 분류하면 저소득 근로자들이 최저임금과 실업보험 같은 법적 보호막을 잃어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근로자를 위한 100년간의 노동 보호 전통은 고용주와 피고용인 관계를 전제로 해왔다"고 덧붙였다.
근로자 옹호 단체와 일부 민주당 공직자들은 새 규칙이 근로자의 기본권 보호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환영했다.
사업자 단체와 공화당 의원들은 수백 만의 근로자가 돈 벌 기회를 잃고 근로자 범위에 대한 혼란을 자초해 소송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며 새 노동 규칙을 강하게 비판했다. 빌 카시디 루이지애나주 공화당 상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새 규칙이 노조 가입자를 늘리는 것만 도와줄 것이라며 규칙 취소를 위한 결의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프리드만 미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노동부가 근로자를 사업자로 잘못 분류하는 사례를 적발하는 데 효과를 거두고 있어 새 규칙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미 최대의 사업자 단체인 상공회의소가 이 규칙에 대해 법원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규칙이 건설, 의료 분야 등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왔으나 새 규칙이 앱 기반 배달 서비스 이른바 긱 노동자들에 의존하는 사업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크다.
기술기업 사업자 단체인 체임버오브프로그레스는 독립사업자를 피고용자로 재분류하면 340만명으로 추산되는 긱 노동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소득 상실액이 31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버 테크놀로지스와 리프트 등 기업은 새 규칙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배달원들이 직원으로 분류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우버, 리프트, 도어대시는 각각 성명을 내고 규칙으로 사업 방식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시위자가 지난 해 6월 22일 매사추세추주 보스턴에서 우버, 리프트, 도어대시 등 업체의 노동법 준수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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