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말 기준 전국 건축물 내진설계 적용률은 16.4%
지진 잦은 경북지역 오히려 내진 설계 적어…민간 건물 역시 지지부진한 수준
전문가, "보강비 지원 등 대책 마련해야"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새해 초부터 일본에 발생한 리히터 7.6 규모의 강진에 피해가 이어지자 국내 건축물 내진 설계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3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 노토(能登)반도에서 7.6 규모의 강진이 발생한 데 이어 수백회에 이르는 여진이 관측됐다. 해당 지진 여파로 이날 자정을 기준으로 일본 강진 사망자는 57명에 이르며 추가적인 인명 피해가 예상된다.
[와지마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새해 첫날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 노토(能登) 반도에 발생한 규모 7.6 강진으로 화재가 발생한 이시카와현 와지마시의 한 주택가. 2024.01.03 wonjc6@newspim.com |
현지 언론은 강진으로 쓰러진 건물이 많고, 피해 지역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끊긴 상황이어서 피해 규모가 불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지진 피해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건축물의 지진 대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 역시 커졌다.
실제 일본은 거의 모든 건물에 규모 8.0에 맞춘 내진 설계가 완료된 상황이지만 국내 건물의 경우 내진 설계가 완료된 건물은 5채 중 1채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제출받은 '광역단위별 건축물 내진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전국 건축물 내진설계 적용률(내진율)은 16.4%에 그쳤다.
특히 최근 들어 지진이 자주 관측됐던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오히려 내진율이 타지역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에 발간한 '2022 지진연보'를 살펴보면 경북은 규모 2.0 이상 기준 7회의 지진(전체 77회)이 일어났으며 규모 2.0 미만의 경우 대구, 경북을 합쳐 182회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대구의 내진율은 15.8%에 불과하며 경북은 11.7%로 더 낮은 수준이다.
지난 2017년 11월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5.4 규모의 지진으로 건물이 붕괴하는 등 사고가 잇따르자 당해 12월 건축물 내진 설계 대상 기준을 개정했지만 정작 해당 지역의 내진 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간 건물의 내진율이 떨어지는 것 역시 문제다. 공공건물의 경우 내진율이 22.5%에 이르며 지속적인 내진 설계 보강이 이뤄지고 있지만 전체 건축물의 96.6%를 차지하는 민간 건물이 16.3%에 불과한 내진설계 적용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국내 건축물의 내진 대비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건축물 내진 기준이 개정되기 전에 지어진 건축물의 경우 기준의 소급 적용이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내진 설계 여부 미확보 건축물로 집계된 건물 516만1474채 중에는 신축 당시에는 내진 설계 기준을 준수할 의무가 없던 경우도 다수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건축물의 내진 설계는 중요도에 맞춰서 기획해야 하며 기존 내진 미확보 건축물의 내진 보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 연구원장인 안형준 전 건국대학교 건축대학 학장은 "내진 설계가 되어 있더라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꾸준한 보수 및 보강이 필요하다"면서 "내진 설계는 세 가지 방식(내진설계·제진설계·면진설계)으로 구별되기 때문에 지진 규모보다는 역시 중요도에 따라 설계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1988년 내진 설계 의무화 이후 기준이 계속해서 바뀌면서 내진 설계 기준에 부합한 건물들이 있는데 이 경우에는 보강을 해줘야 한다"며 "특히 민간 건물의 경우 공공건물과 달리 보강 강제 규정을 둘 수 없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보강비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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