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헌법재판관 잇따라 교체
文 임명 대법관들 대부분 퇴임
진보→중도·보수 구성으로 변화
이종석 헌재 소장 연임 가능성
2023년 올해는 칼부림 난동 등 민생범죄가 유난히 자주 일어났습니다. 정치인들의 법원 출석도 잦았습니다. '대장동' 등 사건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검찰과 법원을 드나들었고, 수년간 열린 '사법농단' 재판이 끝나 내년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취임에 따라 사법부 지형 변화도 예측되고 있습니다. 뉴스핌에서 올해 서초동에서 일어난 명장면과 새해 전망을 모았습니다.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수장이 새롭게 임명된 가운데 2024년에는 대법관과 헌재 재판관도 잇따라 교체되면서 사법부 지형 변화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대법원은 내년 1월을 시작으로 6명의 대법관 임기가 끝난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진보 우위에 가까웠던 대법관 구성이 중도·보수로 기울지 주목된다.
다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인사청문회에서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 원칙을 강조한 만큼 대법관 자리를 특정 성향의 법관들로만 채울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도 있다.
헌재 또한 절반에 달하는 4명의 재판관이 퇴임한다. 4명 중 1명은 조 대법원장이 지명하고, 3명은 국회 추천 몫이기 때문에 진보와 중도·보수 성향의 재판관이 골고루 임명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文 정부 시절 임명한 대법관 6명 임기 만료
74일 간의 대법원장 공백 사태를 깨고 취임한 조 대법원장은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내년 1월 퇴임하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의 후임 제청 절차에 착수했다.
새해에는 두 대법관의 퇴임을 시작으로 대법관이 대거 교체된다. 8월에는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이 퇴임을 앞두고 있으며 김상환 법원행정처장 또한 12월 임기가 끝난다.
이들 모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했으며 민유숙·김선수·노정희·김상환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됐다.
후임은 중도·보수 성향의 대법관으로 채워진다면 대법원 색채는 기존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오석준·서경환·권영준 대법관이 임명되면서 이미 지형 변화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대법관은 노태악·이흥구·천대엽·오경미 대법관만 남게 된다. 이 중 이 대법관과 오 대법관은 진보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새롭게 임명될 대법관들의 제청권은 조 대법원장에게 있다. 조 대법원장은 중도·보수 분류되지만 대법원의 보수화 우려에 대해 "한평생 법관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좌우에 치우치지 않고 항상 중도의 길을 걷고자 노력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특정 성향을 기준 삼아 대법관을 제청하기보다는 다양성에 무게를 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특정 연구회 출신과 특정 성향의 법관을 선호한 탓에 논란이 컸다"며 "정치적 색채가 거의 없고 사건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경험과 이력을 가진 대법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헌재도 절반 가까이 임기 만료…이종석 연임 여부 주목
헌재에서는 9월 이은애 재판관을 시작으로 10월 이종석 소장,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의 임기가 끝난다.
9명 중 절반에 가까운 4명의 재판관이 교체돼 지형 변화가 예상된다. 이은애 재판관은 김 전 대법원장이 임명했으며 이 소장과 이영진 재판관은 각각 과거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몫으로 임명됐다. 김 재판관은 더불어민주당 추천 몫이었다.
헌재 구성 또한 진보 우위에 가까웠으나 지난 4월 이선애·이석태 재판관의 후임으로 정정미·김형두 재판관이 임명되면서 지형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내년 퇴임하는 재판관들의 후임 중 1명은 조 대법원장이, 3명은 국회가 추천할 예정이다.
여야가 각각 진보와 보수 성향의 재판관을 추천한다면 헌재 구성이 한쪽으로 치우치기 보다는 지금과 비슷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어느 정권이든 재판관 임명에 있어서 대통령의 의중이 많이 실리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법조 경력이 충분한 분들이 임명되기 때문에 대부분 균형감 있는 시각으로 사건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임명된 이종석 헌재소장의 연임 여부도 주목된다.
이 소장은 내년 10월 퇴임을 앞두고 있어 소장으로서 1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헌재를 떠나게 된다. 관행에 따라 헌법재판관 잔여 임기를 소장 임기로 수행하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짧은 임기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 소장의 연임을 허용할 가능성과 함께 검사 출신을 재판관으로 임명한 뒤 소장으로 지명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