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D, '중소형 OLED'에 수천억~수조원 대 투자
중국 기업 공세에 OLED 시장 추월 위기
전문가 "고품질 OLED 개발 및 기술표준 마련돼야"
[서울=뉴스핌] 이지용 기자 =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유상증자까지 단행하는 등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OLED 분야까지 추격해오고 있는 중국 기업들과의 격차를 벌리는 데 이번 투자가 막중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최근 1조36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IT·모바일·차량용 등 중소형 OLED 사업 확대를 위한 시설투자 자금 및 OLED 전 사업의 생산·운영 안정화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LG디스플레이는 유상증자 전체 자금 중 약 4159억원을 중소형 OLED 시설투자에 선제적으로 투입할 방침이다. 최근 태블릿PC 등 IT 제품으로 중소형 OLED의 적용 범위가 넓어지는 등 미래 성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LG디스플레이는 사업 구조 전환으로 TV용 대형 패널 매출 비중을 낮추고 중소형 패널 비중을 76.6%(3분기 기준)까지 높였다.
최근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유상증자까지 단행하는 등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
LG디스플레이가 유상증자까지 단행해 투자할 만큼 중소형 OLED는 기업들이 선제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할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는 노트북과 태블릿PC 등에 쓰이는 IT용 OLED의 글로벌 출하량은 연평균 41% 증가해 오는 2027년 313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OLED는 TV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IT 및 차량용 등으로 적용이 확대되면서 디스플레이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내년 전체 OLED 시장은 올해 대비 8% 증가한 434억 달러(약 57조1100억원)로 예측되고 있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기존의 LCD에서 OLED 중심으로의 사업 체질 개선을 위해 지난해 말 경기도 파주 공장의 TV용 LCD 패널 생산을 종료하고 올해 상반기 경상북도 구미시의 IT용 LCD 공장 가동을 종료했다. 이달 들어서는 기능직(생산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OLED 사업 개편을 위한 '인력 효율화'에도 나섰다.
중소형 OLED 시장 1위인 삼성디스플레이도 오는 2026년까지 4조1000억원을 들여 IT용 8.6세대 OLED 공장 투자를 하겠다고 올해 발표했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 투자 대부분이 8.6세대 투자이며, 제품 개발 및 기술 완성도 개선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IT용 8.6세대 OLED는 태블릿PC와 노트북 등 IT 기기에 주로 쓰인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중소형 OLED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의 거센 공세를 막을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중국의 BOE는 지난달 630억 위안(약 11조원)을 투자해 8.6세대 OLED 생산라인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발표한 투자 금액(4조1000억원)보다 3배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BOE는 이미 올해 1분기 글로벌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 19.2%를 달성해 2위였던 LG디스플레이를 제친 상태다.
중국의 CSOT도 플렉시블 OLED 등을 화웨이, 샤오미 등 자국의 스마트폰 기업들에 공급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에 중국의 OLED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20년 30%에서 2027년 49%까지 확대되고, 같은 기간 한국의 점유율은 70%에서 50%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LCD에 이어 OLED까지 중국 기업들에 추월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런 만큼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이번 유상증자 등을 포함한 국내 기업들의 중소형 OLED 투자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효율적인 투자 전략을 통해 OLED 기술 격차를 두면서 수익성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의 품질이 더 낮다는 원산지 효과인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아직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은 이를 활용해 물량보다는 기술 기반의 고품질 OLED로 승부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 "동시에 현재의 OLED 관련 기술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제3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먼저 개발하고 차기 '기술 표준'을 마련해야 시장을 꾸준히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기업들은 치열하게 OLED 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정적인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고 높은 수익성을 낼 지 등을 고민해봐야 중국 기업들에 대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leeiy52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