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경찰 5명중 1명 경감... 승진준비 과열로 치안 뒷전 우려
"승진 인사가 적체 해법" 지적..."조직·치안 확보 등 긍정효과"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경찰청은 '경감천국'인가요?
일선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경감만으로 팀을 꾸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는 경찰 조직에서 허리격인 '경감' 수가 최근 몇년 간 폭증하면서 야기된 인사 적체의 한계 상태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에 경찰청이 내년 정기 인사를 앞두고 과포화 상태인 관리자급 경감 인사 적체에 드라이브를 걸어 주목받고 있다.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경찰청(왼쪽)과 대전경찰청 전경. 2023.12.15 gyun507@newspim.com |
실제 경찰 수뇌부는 경정 특진제 확대와 지구대장을 경정급으로 하는 사실상 '인사혁신'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들어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 조직에 경감 수가 너무 많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현재 대전경찰청 경감 수는 697명으로 대전경찰청 소속 인원(3359명)의 20.7%를 차지한다. 5명 중 1명 꼴이다.
지난해 대전경찰청 경정 승진자는 심사 티오(TO)가 3명이며 시험 승진자가 6명으로 총 9명이다. 심사 티오(TO) 인원 대비로 볼 때 이들이 승진을 놓고 겨룰 경쟁률을 단순 비교하면, 1대 232.3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232명을 이겨야만 승진이 가능한 것이다.
충남경찰도 대전경찰에 비해 인사적체율이 낮은 수치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올 2월 28일 기준 충남경찰청 소속 인원(5231명) 중 경감 수는 425명으로, 8.1%를 차지하며 전체 인원 대비 12명 중 1명 꼴이다.
경감급 인사적체 현상은 일선 지구대를 보면 더욱 현실적으로 나타난다. 지구대장(경감) 아래 팀장이나 팀원으로 경감급이 함께 일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대전 모 지구대의 경우 경감인 지구대장 밑에 팀장, 부팀장, 팀원이 모두 6급 경감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 팀원의 경감화다.
이같이 경감을 달고도 그에 맞는 보직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어 인사적체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전경찰청 소속 한 경위는 "파출소나 지구대 뿐만 아니라 앞으론 일선 경찰서 형사과에서도 팀장-팀원이 같은 경감으로만 채워질 수 있다는 말도 돌고 있다"며 "자신의 바로 위 계급이 인사적체로 눌려 있어 업무 분위기도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경감 인사 적체로 인한 피해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본연의 치안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보다 엇비슷한 경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승진에 집중하다보면, 인사에 유리한 업무만 맡으려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계급이 엇비슷하다보니 업무 분담에 대해 눈치보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이같은 경감 직급 폭증 현상은 어떤 까닭으로 빚어진 것일까. 바로 승진 규정 완화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경찰 처우개선 차원에서 경찰공무원법이 개정돼 경감 근속 승진 기준이 확대됐지만 이에 따른 경감 보직 변동은 없었다는 게 문제다.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지난 10월 25일 대전 중구 은행동 번화가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을 조사 중인 대전경찰들. 2023.12.15 gyun507@newspim.com |
이에 따라 경찰청이 늘어난 경감 수에 맞는 경정 승진 확대에 적극 나섰다.
14일 윤희근 경찰청장은 "내년에 경정 특진제도 확대와 3급지까지 모든 경찰서 과장 및 40명 이상 규모의 지구대장을 경정으로 정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해 경감이 주로 맡고 있는 지구대장이나 파출소장을 경정으로 승진,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대전청(지구대 23곳, 파출소 8곳) 지구대 중 경정급이 지구대장을 하고 있는 곳은 내동 지구대 1곳에 불과하다. 충남청(지구대 35곳, 파출소 81곳, 치안센터 82곳)도 천안 성정지구대 1곳만 지구대장을 맡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도 '경정 지구대장'에 대해 승진 과열과 인사 적체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보고 있다.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2022년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 [사진=뉴스핌 DB] 2023.12.15 gyun507@newspim.com |
치안정책연구소가 발표한 '경찰 직급체계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보직 직급 상향을 통한 중간관리자 직급구조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보고서는 "경감에서 경정 직급 상향을 위해 경감급 지방청 계장의 경정으로 보직 상향과 2/3급비 경찰서 과장, 지구대장, 파출소장의 경정 보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승진을 막고 조직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경정 지구대장'이 필요하다고 공감대를 나타냈다.
경찰청 인사 관계자는 "그간 경정 수가 부족한 데다 지구대장직은 의례적으로 '은퇴 전 자리'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최근 경감 인원이 크게 늘면서 '경정 지구대장'에 대한 요구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결론적으로 경정 승진인사는 조직문화 쇄신과 갈등 해소 나아가 대민 치안 활동 활성화 등 여러 분야에서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전경찰청 인사 관계자는 "대전경찰청 직제 규정상 관할 지구대 23곳 중 6곳의 지구대장이 경정 계급으로 채워져야 하는데 현재 경감급이 맡고 있다"면서 "연말 경찰청 인사(안)에서 경정 인사가 된다면 먼저 내동지구대를 비롯한 6곳 지구대장이 경정 계급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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